복수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팽팽한 긴장감일 것이다. 끓어오르는 격정과 그것을 차갑게 누르는 냉철한 이성이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쉬운 복수여서는 드라마가 될 수 없을 것이기에 복수에 성공하기까지의 만만치 않은 과정 또한 보는 이를 안달나게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 그는 과연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그 전제는 반드시 복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함과 당위일 것이다. 복수를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자신이 견딜 수 없다.
처음 한이수(김남길 분)와 조해우(손예진 분)가 만나는 장면은 과연 <부활>과 <마왕>을 만든 그들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해야 할 결혼식의 순간 불길한 그림자처럼 요시무라 준이라는 이름으로 한이수는 그녀 조해우 앞에 나타난다. 조해우의 해맑은 웃음과 한이수의 음울한 눈빛이 운명처럼 교차한다. 과연 이들 두 남녀의 사이에 어떤 사연들이 감춰져 있기에 이렇게밖에는 서로 만날 수 없는 것인가. 그리고 과연 이들 두 남녀는 어떤 운명으로 서로 엇갈리게 될까?
하지만 한껏 긴장을 고조시켜가던 도입부와는 달리 과거의 회상으로 들어가면 평이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이야기들이 길게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필요한 장면들이었다. 한이수와 조해우가 만나고, 다시 한이수와 오준영(하석진 분)이 만난다. 그들 사이에 장차 자신들의 운명이 될 필연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과거의 기억이 추악한 지금의 원망과 증오와 정확히 대조를 이룬다. 고조되던 행복하고 따뜻했던 시간들은 급전직하 차가운 복수심으로 얼어붙고 만다. 그렇더라도 너무 길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과거의 이야기들이 무언가 색다르다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우연히 반에 전학생이 들어왔고, 알고봤더니 자기집 운전기사의 아들이었다. 우연히 같은 반이 된 겁이라고는 모르는 것 같은 대찬 여자가 알고 보니 아버지가 운전기사로 있는 집의 딸이었다. 아버지 조의선(김규철 분)의 외도로 여자아이는 항상 상처받고 있었고, 그런 여자아이를 남자아이는 위로하며 가까워지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로 오준영이 끼어든다. 조해우의 할아버지인 조상국(이정길 분)으로부터 인정받을 정도로 어려서 한이수는 뛰어났다. 그 남다른 부분을 오준영으로부터도 역시 인정받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 아닐까?
중요한 것은 복수다. 어째서 복수하는가? 어떻게 복수하는가? 그들은 과연 어떻게 되는가? 하다못해 과거를 회상하더라도 장차 벌어지게 될 복수에 대한 복선 쯤은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악역으로서 앞으로 펼쳐질 복수의 중요한 대상이 되어야 할 조의선이 악인이라기보다는 욕망이 앞서는 한심한 인간으로 그려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저질러 온 어떤 악의의 연장선상에서 과거의 비극이 일어났던 것이 아니라,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선택의 결과 지금의 복수는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차라리 조의선이 되었든 누가 되었든 그 악이 크고도 깊어서 보는 이마저 두렵게 만들 정도였다면 더 나았을지 모르겠다.
물론 그럼에도 지켜봐야 한다. 이제 겨우 첫 회 지났다. 첫 회의 첫부분은 분명 합격점이었다. 충분히 긴장했고, 그리고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불안과 기대를 모두 가지도록 만들었다. 한이수와 조해우, 아니 김남길과 손예진이라고 하는 매력적인 두 배우의 만남만으로도 가치를 갖는다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지금처럼 불길한 만남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고작 하루다. 하루만 지나고 나면 바로 그 다음회가 방영된다. 고작 하루면 될 일이다.
숨죽이며 시작한 드라마는 이내 지나칠 정도로 이완시켜 시청자들을 풀어놓는다. 준비하고 있을 반전이 두렵다. 보통의 반전은 아닐 것이다. 아니라면 너무 아쉽다. 싱겁다. 초반에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어야 했는데, 하기는 김남길과 손예진의 외모가 보통 외모이던가.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TV화면이 꽉 차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상은 정교하고 눈을 사로잡는다. 숨고르기라고 생각한다. 진짜 이야기는 이 다음에 있다. 많이 심심했다.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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