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주의 정서가 강한 한국사회에서 가족간의 문제를 외부로 알린다는 것은 상당히 금기시되고 있을 것이다. 집안문제는 집안에서 해결한다. 가족간에 서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오로지 가족 사이에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가정폭력 등의 이유로 신고가 접수된 상황에서도 가족문제라 주장하면 경찰 역시 개입하기를 꺼리는 경우마저 적지 않다. 남들 보기에 그다지 좋을 것 같지 않은 문제라면 더욱 꼭꼭 감추고 알리지 않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옳은 것이다.
그래서 장윤정의 경우도 <힐링캠프> 녹화 도중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다른 가족과의 사이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고서도 그것을 방송에 내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것을 방송을 통해서, 더구나 친어머니이고 친동생인데 그것을 방송을 통해 세상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것은 같은 가족으로서 과연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는가 하는 윤리적인 논란과 함께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장윤정이나 장윤정 자신의 주위에 의해서가 아닌 <힐링캠프> 스태프의 부주의로 인한 유출이었기에 장윤정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아니었다면 오히려 지금 장윤정 자신이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종편채널인 채널A의 <쾌도난마>에 출연해서 장윤정과의 사이에서 불거진 여러 갈등과 문제들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려 한 어머니와 남동생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것 역시 그와 같은 이유들도 적잖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굳이 방송에까지 출연해서 가족에 대해 그다지 좋을 것 없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필요가 있겠는가.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그렇게 공개리에 모두가 듣는 앞에서 했어야만 했는가. 아니었다면 그것은 단지 장윤정 가족간의 개인적인 문제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아무리 크고 심각한 문제가 있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장윤정 개인의 가족간에 풀어야 할 문제이지 모두가 관심을 가질만한 문제는 아닌 것이다. 기껏해야 연예인과 관련한 가십으로 지나치고 말았을 것이다. 그동안 비슷한 다른 사례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것을 대부분의 방송사 역시 아마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힐링캠프> 측에서도 이처럼 크게 이슈가 될 것을 충분히 예상한 상태에서도 정작 이같은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먼저 장윤정 자신의 동의부터 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랬음에도 결국 <힐링캠프>를 통해 모든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기에 <힐링캠프> 또한 그로 인한 도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원인을 제공한 <힐링캠프>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하물며 당사자인 가족을 출연시켜서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듣는 차원을 넘어 일방적인 주장들에 대해서까지 거르지 않고 내보내는 것은 오히려 가족간의 갈등을 부추길 소지가 있을 것이다. 방송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 갈등을 봉합할 방법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반론할 것이 있으면 자기들 방송에 출연해서 하라는 것은 무슨 의도이겠는가.
하지만 채널이 너무 많다. 공중파 3사에 종편만 4개 채널이다. 시청률 경쟁도 심하다. 시청률에 비례해 광고수입이 결정되고, 광고수입이 곧 방송국이 거두는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즉 시청률을 높여야 방송국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채널A는 물론 종편채널 모두가 낮은 시청률로 인해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중이었을 것이다. 시청률을 높이고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도록 인지도를 높인다. 여기에는 화제성만한 것이 없다. 차라리 욕을 먹는 것이 무관심한 채인 것보다는 낫다. 공중파 3사였다면 여론의 눈치를 봐서라도 굳이 그런 무리수까지 두려 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상황이 급하니 적자가 누적되고 있던 종편채널 채널A로서는 이만한 화제성있는 이슈를 놓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처음 종편채널을 허용할 것인가의 여부를 두고 첨예한 논란이 벌어졌을 때 찬성측에서 내세운 논리가 바로 경쟁을 통한 방송의 질 향상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반대측에서는 오히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프로그램의 열화를 지적하고 있었다. 과도한 시청률경쟁이 결국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무리수로 이어질 것이다. 방송중인 스튜디오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심지어 짐승의 정액까지 마셔야 하는 미국의 어느 쇼프로그램들처럼 말이다. 상업적 목적에 충실한 방송일수록 이익을 위해 쉽게 보편의 상식을 뒤엎고 깨뜨린다. 자극적인 내용일수록 대중은 관심을 가지고 시청률은 오르게 된다. 당장 막장이라 불리우는 드라마 가운데 비난의 대상이 되어 있으면서도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예가 적지 않았다. 자극적인 것에 대중은 이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채널A의 <쾌도난마>야 말로 그같은 논쟁의 가장 확실한 결론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슈가 되니 어쨌든 방송한다. 이슈가 될만한 내용은 논란이 일어날 여지에도 불구하고 거르지 않고 방송을 통해 내보낸다. 사람들이 방송을 보지 않을 수 없도록 오히려 더 자극적으로 내용을 편집하고 가공한다. 여러 도저히 방송을 통해 내보내기에는 부적절한 내용들에 대해서조차 채널A는 오로지 사건의 화제성만을 기준으로 방송을 만들고 내보내고 있었다. 심지어 일방적인 주장을 전달한 뒤에 할 말이 있으면 자신들의 방송에 출연해서 변명을 해보라 말하로 있었다. 흥정은 말리고 싸움은 붙이라 했었다. 하물며 당사자는 현재 평생의 반려와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바로 이런 것이 옐로우 저널리즘을 것이다. 쉬운 것이다. 편한 것이다. 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그를 구현하기 위한 신선하면서도 치열한 시도와 노력들 대신 단지 대중의 관음적 욕망만을 충족시키는 선정적인 내용으로만 일관한다. 선정적인 차림의 여성출연자들과 선정적인 내용의 사변적인 내용들과 그것을 보다 선정적으로 꾸며 내보내려는 의도가 그곳에 존재한다. 경쟁사회의 부정한 단면이다. <썰전>과 같이 오히려 케이블이기에 가능한 과감한 시도가 존재하는가 하면 지금과 같이 단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에만 의존하려는 편리함도 보인다. 인간으로서의 양심도, 사회인으로서의 윤리도, 무엇보다 언론이라고 하는 사명도 없이 오로지 시청률과 그로부터 얻게 될 이익만을 생각한다. 그로 인해 정작 상처받게 될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맞은 당사자의 입장은 아랑곳없다.
경쟁이란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약물을 일상적으로 사용해 온 것이 문제가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반칙을 일삼는다.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꺾고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모든 부와 영광을 오롯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이와 같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일탈과 편법들인 것이다. 아니 그래서 '공정한'이라는 말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모든 경쟁을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언론에 있어 보도의 선정성은 제제할 다른 방법이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수의 채널이 무한경쟁에 들어가 있는 선진국의 경우 그래서 방송의 선정성은 사회적 문제가 되어 있는지 오래다. 우울한 단면인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사회도 이로써 방송의 상업화시대에 한 발 더 다가섰다고 애써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그것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하는 사회적 합의도, 그로 인한 사회 보편의 윤리와 도덕 역시, 언론이라고 하는 책임마저 알량한 시청률과 그로부터 얻어질 이익과 치환한다. 그렇게라도 시청률을 높이고 인지도를 제고하고 나아가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경쟁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그 또한 경쟁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다. 그로 인해 온통 사회가 들썩이며 뜨거워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공중파이기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회적 도덕적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종편이란 편성에 있어서도 공중파 수준으로 자유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장 우리 사회에만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자극적인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 유명인들의 알려지지 않은 - 그러나 결코 알리고 싶지 않은 사생활 가운데 사람들의 관음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그와 관련한 소문들이 끊임없이 반복해서 생산되며 대중 사이에서 소비되고 있는 중일 것이다. 방송이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사회는 지금보다 더 시끄럽고 재미있을 것이다. 막장은 재미있어 막장이다. 막장논란에도 불구하고 막장드라마는 지금도 높은 시청률과 함께 방송국의 중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막장드라마가 끊임없이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안타까운 사건일 것이다. 장윤정은 물론 그 가족 역시 안타깝다. 듣지 않아도 될 비난까지 듣게 된다. 개인적인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 버린다. 몰라도 되었을 사람들로부터도 온통 비난과 질타를 받게 된다. 자칫 한 인간이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도 있다. 아니 가족과의 문제가 불거지게 되면 장윤정 역시 그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당장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이미지에 상처가 나고 만다. 자신을 소비해야 할 대중의 인식 또한 영향을 받는다. 이익을 누리는 것은 이로 인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게 된 채널A의 <쾌도난마> 뿐. 프로그램은 물론 진행자의 이름까지 사회전반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출연한 당사자나 그 대상이 된 또다른 당사자는 단지 그를 위한 수단이 되고 만다. 어쩌면 그것이 더 안타까울 것이다.
채널A와 <쾌도난마> 그리고 가족의 일방적인 주장에 동조하여 장윤정에게 불리한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낸 진행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들도 책임으로부터 무관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들이 결국 의도한 바일 것이다. 방송이란 기업이고 언론 역시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낮은 시청률과 인지도는 그를 타개할 계기를 필요로 한다. 성공한 셈이다. 그것을 알기에 비판하고, 그럼에도 그것을 알기에 그리 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작일까? 일과성 헤프닝일까?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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