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꽃과 칼 - 간단한 역사적 사실...

까칠부 2013. 7. 7. 18:21

1. 연개소문의 연태조는 동부대인으로 고구려 조정의 대대로의 자리에 있었다. 당연히 연개소문은 관례에 따라 아버지의 관작인 동부대인과 대대로를 세습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연개소문이 사납고 잔인하여 대대로에 적합하지 못하다고 대신들이 반대하면서 연개소문은 일시 왕과 대신 앞에 무릎을 꿇는다. 다시 말해 드라마의 시점에서 대대로는 연개소문이었던 셈.


2. 하지만 그렇다고 연개소문이 영류왕과 독대할 정도의 실권을 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다시피 고구려의 지배층은 5부로 나뉘어 있었고 연개소문이 속한 동부는 이 가운데 하나인 순나부라 불렸다. 심지어 왕 앞에서 귀족들이 서로 군사를 동원해 싸움을 벌일 정도였는데 연태조 이후 순나부가 대대로의 관직을 독점하는 것을 다른 5부에서 보고만 있을 리 만무했다. 연개소문이 천리장성 축조의 감독관으로 요동으로 가게 된 것이나, 천리장성 축조를 감독하던 도중 군사를 이끌고 평양으로 들어와 쿠데타를 일으킨 것등이 바로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연개소문에 의해 죽임을 당한 왕과 대신 모두 연개소문의 반대편이었다. 그리고 이같은 무리한 집권으로 말미암아 고구려의 내정은 크게 분열되고 만다.


3. 연개소문이 대당강경파였는가. 그보다는 연개소문의 집권이 당에 고구려를 공격할 명분을 주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상황으로 내몰렸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당이 연개소문이 왕을 죽이고 권력을 잡은 것을 문제삼는 이상 연개소문으로서도 당을 적대함으로써 자신이 일으킨 정변의 정당성에 대한 국내적 반발이나 저항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당군을 막아낸 안시성의 성주 역시 당시 연개소문의 쿠데타에 끝까지 반발하고 있었거니와, 결국 당의 침입으로 말미암아 연개소문과 함깨 당과 맞설 수밖에 없었다.


4. 그러면 과연 당시 고구려는 당과 맞설 준비가 되어 있었는가. 간단히 수와의 전쟁에서 고구려가 펼쳤던 청야전술이란 한 마디로 고구려 백성의 모든 것을 땅에 묻고 불태우는 파괴전술이었다는 것이다. 자국의 모든 재산과 생산수단을 적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스스로 파괴한다. 수나라 군대를 막아낸 것은 좋았지만 그러나 그로 인해 고구려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 고수전쟁 당시도 고구려의 요동방어선은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고당전쟁 당시에도 고구려는 여러차례 방어선이 뚫리는 모습을 보이며 약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기에 지배층의 동요와 분열이 더해지고 있었다. 고구려가 멸망하기 전 먼저 요동의 성주들과 평양 남쪽의 성주들이 각각 당과 신라에 항복하고 있었다. 그것을 몰랐다면 연개소문은 바보였다.




그다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이 바로 첫번째 이유 하나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영류왕과 독대를 하는 것은 물론 자기가 지금 앉아있어야 할 대대로까지 바꾸려 하고 있었다. 대당강경파라는 것이야 신화이기도 하니 무어라 할 생각이 없다. 고구려 5부 가운데 동부대인이라는 연개소문의 신분 역시 드러나 있지 않다. 사소한 디테일이 역사드라마의 가치를 결정한다. 김옥빈은 참 예쁘더만.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