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상어 - 복수의 이유, 진실을 쫓는 자와 진실에 쫓기는 자

까칠부 2013. 7. 10. 07:32

억울함이 있다는 것은 무언가 정상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납득할 수 없기에 억울하다. 어떻게 해도 이해할수도 받아들일수도 없기에 억울하고 원통한 것이다. 복수란 바로 그같은 어긋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받은 만큼은 되돌려 줄 수 있어야 얼추 균형이 맞춰지지 않겠는가 말이다.

 

살아서 다 갚지 못하면 죽어서라도 마저 갚아야 한다. 죄를 짓고도 살아서 뻔뻔하게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았다면 죽어서라도 그에 대한 응보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정의일 것이다. 그것이 세상을 이루는 원리이며 법칙일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그렇게 믿지 않는다면 견딜 수 없다. 야생의 정글이 되어 버린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고, 흉폭하고 잔인한 짐승이 선량하고 온순한 이들을 유린하고 농락하는, 그럼에도 전혀 아무런 제제도 가해지지 않는 난폭한 정글이 되어 버릴 것이다. 선량함이 어리석음이 되고 온순함이 무능함이 된다. 약한 것이 죄가 된다. 그런 세상을 바라는 것은 아주 일부의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종교가 생겨나고, 도덕과 윤리가 만들어지고, 법에 의해 세상의 균형이 맞춰진다.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하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리 말한다. 진실을 밝혀달라. 진상을 규명해 달라. 차라리 처벌하지 않아도 좋다. 굳이 단죄할 필요도 없다. 아니 진실만 솔직하게 밝혀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아니다. 진실이야 말로 가장 큰 복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진실만 밝혀진다면 - 그래서 그에 대한 모든 진실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그때는 자신의 억울하고 원통한 사연들도 모두가 알아줄 것이다. 누가 잘못했고, 누가 죄인인가, 따라서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진실이 과연 옳다면 그 진실이 밝혀지는 것만으로도 당사자는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 믿고 싶다. 세상은 순리로 돌아간다고. 잘못했으면 벌을 받는다. 잘했다면 상을 받는다. 죄를 저질렀다면 그에 따른 징벌을 받게 된다. 착한 일을 했다면 그에 따른 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진실은 더욱 중요하다. 진실이야 말로 본질이다. 세상이 순리로써 돌아가고 있을 때 그것을 중심에서 지탱해주는 것이 바로 진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조상국(이정길 분)과 관련한 진실들이 낱낱이 밝혀지게 되었을 때 조해우(손예진 분)가 장담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순리로써 정상을 되찾게 될 것인가. 악한 이는 벌을 받고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의 억울함이 비로소 풀어진다. 하지만 한이수, 아니 김준(김남길 분)은 회의적이다.

 

그것이 그가 한이수가 아닌 김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는 정의를 믿지 않는다. 세상이 순리로써 이루어져 있음을 믿지 않는다. 정의가 살아있었다면 아버지는 죽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었다. 억울하게 죽었더라도 이내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그 가해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만 했을 것이다. 자신도 죽을 뻔한 위기를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한이수라는 자기 이름이 아닌 김준이라는 가명을 쓰며 거짓된 얼굴로 자신을 가린 채 동생을 동생이라 부르지도 못하는 처지로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다. 진실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순리를 따르고 있다면, 그렇다면 자신도 다시 한이수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의를 쫓는다. 진실을 쫓는다. 다시 어긋나고 뒤틀린 현실을 원래의 정상으로 되돌려놓기 위해. 그래서 복수를 한다. 죄를 저지른 자는 벌을 받아야 한다. 잘못을 저지른 자는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은 다시 세상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최소한의 당위일 것이다. 한이수가 자신을 설득하려는 조해우에게 냉소하며 다시 되묻는 이유인 것이다. 그것이 전제다. 그것이 먼저여야 한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때 자신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이수가 진실을 쫓는다면 조상국은 진실에 쫓긴다. 조상국 역시 진실을 쫓는다. 진실을 사냥하기 위해. 진실을 철저히 파괴하고 영원히 묻어버리기 위해서. 증거를 불태우고 증인을 살해한다. 누구도 다시는 진실을 알 수 없도록 흔적조차 남기지 않으려 한다. 거짓으로 이루어진 허위와 기만의 자신의 모습따위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 흔적도 남기지 않고 녹아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토록 철두철미하게 진실을 지워버리고자 노력해 왔음에도 그의 의도를 빠져나간 몇 가지 작은 조각이 있었다. 한 장의 사진과, 그리고 어쩌면 한 사람의 증언자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남아 있던 몇 줄의 기록들이. 손녀 조해우가 묻는다.

 

"할아버지가 그 사람(천영보)인가요?"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 조상국 자신에게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손녀였을 조해우가 의문이 아닌 확신을 담아 그에게 물어오고 있었다. 진실은 그런 식으로 떼어낼래야 떼어낼 수 없는 운명의 실타래처럼 돌고돌아 손녀의 입을 빌어 그에게 묻게 된다. 거짓을 거짓으로 감춘다. 아니 그것은 진실이기도 했다. 천영보를 죽은 사람으로 만든 것 역시 조상국 자신이었다. 조상국 자신에 의해 천영보란 죽은 사람의 이름이 되었다. 그것은 처절한 발버둥이기도 하다. 결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손녀에게만은 보이고 싶지 않다.

 

하인의 자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존경해마지않는 독립운동가 조인석의 집에서 일하던 비천한 하인의 자식이었다. 자식에게 독립운동가도 아니고 독립운동가의 집에서 일하던 하인의 아들이었다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북한군이 쳐들어왔을 때 누구보다 앞장서서 완장을 차고 있었다. 미군이 다시 밀고들어왔을 때는 이번에는 미군을 등에 업고 예전의 동지들을 팔았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그는 많은 것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차마 당당하게 밝힐 수 없는 추악한 과거가 그 속에 묻혀 있었다. 조상국의 지금이 있도록 만들어준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지키려 그는 또다시 사람을 죽였다. 강희수와 한이수의 아버지 한영만과 그리고 한이수. 그렇지 않아도 자식들에 보이고 싶지 않았던 부끄러운 과거인데, 그것을 감추기 위해 더 추악한 많은 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당장 조상국 자신의 아들 조의선(김규철 분)이 그같은 진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버리고 만다. 아버지를 존경했다. 그래서 감당할 수 없었다. 그토록 대단한 아버지의 못난 아들이라고 하는 열등감이 끝내 그를 좌절케 만들었다. 아버지를 따라갈 수 없기에 그대로 자포자기하여 주저앉아버리고 만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사실은 가짜였다니. 그토록 자랑스럽던 독립운동가 할아버지가 사실은 할아버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자신은 무엇인가. 조의선이라는 이름마저 원래 자기의 이름이 아닐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조해우까지 진실을 알고서 그에게 물어오고 있다. 진실이 쫓아온다. 진실에 쫓긴다. 막다른 궁지로 내몰린다.

 

원인은 역시 한이수의 거짓말이었다. 한이수라는 사실을 숨겼다. 자신이 한이수라는 사실을 동생 한이현(남보라 분)에게 숨기고 있었다. 그래서 속아넘어갔다. 한이수가 애써 준비해 놓은 장치들마저 우습게 무력화시켜 버린다. 거짓이란 그런 것이다. 진실이 거짓을 쫓고, 거짓이 다시 사람을 쫓는다. 한이현이 위혐하지만 그것은 한이수 자신의 위험이기도 하다. 마음을 놓고 있었다. 한이수의 처절함이나 치열함과는 달리 한이현이 사는 세계는 평화롭고 행복했다. 그것을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다. 한이현만은 아무런 근심없이 웃을 수 있도록.

 

조상국이 반격을 시작한다. 막다른 궁지다. 조상국의 손발이 되어온 킬러의 존재 역시 적나라하게 그 실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진실은 점점 조상국의 주위를 조여오고 그 배후에는 한이수가 있다. 한이수를 다시 제거하려 한다. 한이수가 가지고 있는 증거들을 회수하려 한다. 하지만 인간의 소견이다. 조해우의 손에도 단서는 쥐어져 있다. 하긴 손녀다. 자신의 손녀가 자신에게 해가 될 일은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자신의 손녀다. 자신은 할아버지다. 조의선이 오준영(하석진 분)의 아버지 오현식의 사고에 대한 진실을 들어 알게되었다.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한이수를 죽인다면. 영영 다시는 자신의 주위에 나타나지 못하도록 한다면.

 

다만 함정이 있다. 요시무라 준이치로(이재구 분)가 조용하다. 장영희(이하늬 분) 역시 그저 김준과의 평범한 일상만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한이수는 복수가 아닌 정상을 꿈꾼다. 모든 것을 바로 되돌리는 이상을 추구한다. 요시무라 준이치로는 다르다. 그는 무언가 깊은 어둠을 내면에 숨기고 있다. 아직까지는 한이수나 조상국이나 그의 손바닥 위에 있다. 한이수가 전면에 나서며 요시무라 준이치로는 더욱 깊숙이 자신을 숨기게 된다. 요시무라 준이치로가 준비하고 있는 계획들이 변수가 되어준다. 어쩌면 그들은 서로 맞서게 될지도 모른다.

 

오준영에게 의심의 씨앗이 던져졌다. 씨앗은 싹을 틔우고 자라 어느새 덩쿨이 되어 모든 것을 뒤덮어 버린다. 그렇지 않아도 김준과 조해우의 사이를 계속해서 의식하고 있었다. 대범한 남자의 흉내를 내느라 애써 모른 척 괜찮은 척 무시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쩌면 아버지 오현식에게 사고를 낸 범인 역시 한이수일지 모른다. 조해우는 원래 한이수를 좋아했다. 역시 계기가 되어줄까? 명분을 준다. 먼저 의심하고 조해우를 떠민 것은 다름아닌 오준영이다. 아니라면 절대 조해우는 오준영을 떠날 수 없다. 지금도 아슬아슬하다.

 

진실은 멀다. 그러나 가깝다. 쫓아갈 때는 멀다. 그러나 쫓길 때는 항상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한이수도 급하고 조상국도 급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조상국은 조의선을 지키려 한다. 아니 조의선을 잃더라도 차라리 복수를 하려 한다. 그가 진정으로 지키고 싶어하는 그것. 한이수의 양아버지인 변방진(박원상 분)만이 올곧게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 간다. 조해우가 흔들린다. 진실보다도 더 애닲은 한이수의 절박함을 동정하며. 그녀는 자신의 진실을 잃었다.

 

급박하게 흘러간다. 조상국은 한이현을 손에 넣었다. 한이수는 한이현을 찾아야 한다. 한이수의 손에 들린 단서가 필요하다. 조해우와 오준영 사이에 패여진 불신의 골이 어떻게 자라날까도 흥미로울 것이다. 조상국의 진실이 드러났다. 조상국에게는 그 진실을 덮을 힘이 아직 남아 있다.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 긴장한다. 기대가 급하다. 오랜만에 즐겁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