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상어 - 진실과 마주하기, 조해우에게 숙제가 주어지다

까칠부 2013. 7. 9. 07:36

거짓에 대한 가장 큰 징벌은 다름아닌 진실을 두려워하도록 만드는 것일 게다. 오로지 어둠속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뱀파이어와 마찬가지로 진실이라는 빛과 마주하는 순간 거짓과 기만으로 이루어진 허위의 자신이 녹아내리는 것을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거짓과 기만의 음습함 속에 더욱 추악하게, 더욱 기괴하게 비틀리고 일그러진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인간은 더욱 두껍고 단단한 거짓과 기만의 가면을 쌓아올리는지도 모른다.

 

거짓에 거짓이 더해진다. 기만 위에 기만이 쌓여간다. 나중에는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이다. 믿고 싶은 그것이야 말로 진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무척이나 멋지고 아름다운 현실을 위협하는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것은 필경 자신이 많은 것을 희생해가며 겨우 손에 넣은 그것을 한순간에 부숴버릴 매우 위험하고 두려운 무언가일 것이다. 본능적인 적개심마저 가지게 된다. 지금 자신이 지키려 하는 그것이야 말로 진실이며 현실이다.

 

사실 이미 조해우(손예진 분) 역시 시험에 들어 있을 것이다. 그녀 역시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김준이 사실은 한이수(김남길 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할아버지 조상국(이정길 분)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그것도 아주 강한 의지로 자신이 숨기고 있는 그것을 지키려 하고 있었다. 살해당한 강희수가 할아버지를 찾아왔었다. 한이수 역시 아버지 조의선(김규철 분)이 아닌 할아버지 조상국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겨누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한이수는 다른 사람도 아닌 할아버지를 향해 저리 집요하게 복수를 시도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조해우는 한이수를 찾아가 묻는다. 한이수가 하려는 복수라는 것이 결국은 조해우 자신의 파멸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 아닌가고. 단순히 사회적 지위나 명예, 혹은 조상국의 하나뿐인 손녀로써 누려온 부를 잃는 것을 두고 파멸이라 말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조해우는 지나칠 정도로 강한 여성일 것이다. 그보다는 보다 본질적인 것이었을 터다. 혹은 존재에 대한 것, 혹은 존엄에 대한 것, 그녀의 완고할 정도로 강한 자의식을 허물어뜨릴 수 있는 무엇이다. 지금껏 조해우를 지탱해 온, 조해우를 존재케 해 왔던 그것을 무너뜨리고 만다. 그녀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해마지않던 할아버지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손으로 할아버지의 죄를 밝혀야 한다. 자신의 손으로 할아버지의 죄를 단죄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택의 순간은 다가온다. 아직까지는 할아버지의 죄를 밝혀가는 그녀의 발걸음에서는 어떤 주저하거나 망설이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당당하다. 올곧다. 하지만 아버지의 죄를 알면서도 아버지 오현식이 눈앞에서 사고를 당하자 오준영(하석진 분)은 바로 주저없이 한이수에 대한 원망을 쏟아낸다. 과연 할아버지의 완벽한 파멸 앞에서도 조해우는 지금처럼 아무런 동요없이 할아버지의 죄를 밝히고 단죄하는 일에 협력할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그것이야 말로 한이수 아닌 김준이 조해우를 시험하려 한 이유였는지 모르겠다. 조해우가 말한대로 밝은 세계에서의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모든 어긋난 것들을 바로잡는다. 어떤 억울함도 부당함도 없이 원래의 제자리로 모든 것들이 찾아가게 된다. 복수가 아닌 단죄다. 개인의 복수가 아닌 엄정한 법칙과 원리에 의한 징벌이다. 그래서 증거를 말하는 것이다. 증거를 찾으라. 조상국을 합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 열쇠를 조해우에게 맡긴다. 조해우는 자신을 지옥과도 같은 지금으로부터 구원해 줄 단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조해우가 모든 진실을 밝혔을 때 김준도 다시 한이수로 돌아온다. 그래서 아직 한이수는 김준으로서 조해우에게 말하는 것이다. 아직 자신은 한이수가 아닌 김준이다.

 

비극이 중첩된다. 죄가 쌓여간다. 처음은 어쩌면 아주 사소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죄조차 아니었을 것이다. 아주 사소한 거짓말에서 죄가 커져간다.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더 큰 거짓말로 가리고, 그 거짓말마저 가리기 위해 다른 죄를 저지르기에 이른다. 사람이 죽어나간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그리고 한 사람. 이번에는 오현식이다. 아들 오준영으로 인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의 양심보다 아들에 대한 부성애를 일깨운 오현식이 위협으로 다가온 것이다. 어쩌면 오현식으로 인해 자신이 지금껏 애써 감춰온 진실들이 밝혀지게 될 지 모른다.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 가장 사랑하는 하나뿐인 손녀인 조해우의 남편의 아버지임에도 그에게는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위협이 된다면 제거해야 한다. 오현식의 사고소식을 듣고도 그는 결심을 다지듯 냉정히 바둑돌을 내려놓는다. 오현식은 버려졌다.

 

할아버지인 조상국에 의해 남편인 오준영의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다. 사랑하는 아내의 할아버지에 의해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하마트면 죽을 뻔했다. 엇갈리기 시작한다. 이미 조해우와 결혼한 순간 오준영과 한이수의 사이는 엇갈리기 시작했다. 이제 조해우와 오준영의 사이에도 악연이 쌓여간다. 그럼에도 오현식이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으니 최악의 파국만큼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여겨도 좋을까?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 그들은 또다른 지옥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다면 물론 그것은 지옥까지는 아니게 될 것이다. 이미 조해우와 한이수 사이에는 끝없는 지옥이 펼쳐져 있다.

 

조상국의 아들 조의선을 납치한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여동생 한이현(남보라 분)을 노리고 있다. 오준영의 아버지 오현식마저 사고를 당하고 있었다. 조해우에게는 숙제를 내 놓았다. 한 발 빠르게 조의선을 납치하고 조상국에게 전화를 건다. 조상국의 진실을 쫓는 모두에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신문광고를 내고, 조의선을 납치해서 조상국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을 한다. 그 내용은 아들 조의선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악업이 또다른 악업을 쌓아간다. 조의선은 듣게 된다. 조상국의 진심을. 조상국의 거짓이 만들어가는 파국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워진다. 조해우의 선택 역시 더욱 빨라진다. 급해진다. 숨쉴 틈이 없다.

 

한이수가 상처를 입는다. 그를 위해하려는 누군가로 인해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한다. 조해우는 말한다. 치료받으라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친구인 것을 모르는 김동수(이시언 분)도, 동생인 한이현도 하나같이 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걱정한다. 괜찮다고 말한다. 전혀 괜찮지 않다. 한이수의 곁에 있어야 하는 것은 조해우가 아닌 장영희(이하늬 분)다. 상징적이다. 한이수의 상처는 복수로 나을 수 있는 상처가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 치유다. 그는 아직도 애써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한이현을 걱정하면서도 그녀 앞에 오빠라고 나설 수 없다. 걱정하는 마음은 앞서는데 그렇다고 한이현을 설득하기에는 그동안의 거짓말들이 걸린다. 한이현을 보호하려는 김수현(이수혁 분)의 거짓말들도 쌓여간다. 그것이 위태하게 한이현 주위에 틈을 만든다. 법칙에는 예외가 없다. 오현식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보다 아버지로서 양심을 되찾는다. 아들에게는 차마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다. 양심보다 위대한 것은 부성일까? 조상국은 또 다르다. 거짓의 무게가 다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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