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시장이란 생산자의 의지와 수요자의 목적에 의해 이루어졌었다. 생산자는 더 좋은 물건을 더 싼 값에 생산해 공급하고, 그러면 수요자는 필요에 의해 그것을 구매해 사용했다. 당시는 생산자와 수요자가 직접 만나던 때였고 두 당사자 사이에서 직접 거래가 이루어졌었다. 낭만적인 시대였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생산자와 수요자의 사이 또한 멀어지게 되었고 서로의 의지와 목적이 서로에게 와닿지 않게 되었다. 이때 그것을 대신하게 된 것이 바로 중개자. 그들은 수요자의 목적을 생산자에 전달하면서 생산자의 의지 또한 수요자에게 이어주었다. 그리고 이들 중개자들이 생산자와 수요자와의 연결통로를 장악하면서 생산자를 지배하게 된다. 즉 생산자의 의지가 아닌 중개자에 의해 전달된 수요자의 목적에 의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대중에 대해 더욱 강력해진 미디어의 영향력과 결탁 중개자들은 대중마저 장악하게 되었으니 현대의 마케팅의 시대가 그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월마트나 이마트 같은 대형유통업체를 떠올리면 된다. 생산자와 수요자 사이를 지배하면서 그들은 생산자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더불어 수요자에 대해서도 그들의 소비에 대해서마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사실상 내가 원해서 산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그 행위마저 대형유통업체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산업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음악인과 대중만 있었다. 그러나 음악산업이 점차 커져가면서 - 음반이며 라디오, TV등의 매체가 발전하면서 음악인과 대중의 사이는 점차 유리되었다. 그 사이를 채우던 것이 바로 쇼비즈니스이고, 그리고 쇼비즈니스는 대중과의 접근성을 이용해 점차 생산자인 음악인을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미디어의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미디어와도 결탁 대중마저 지배하게 된다. 즉 쇼비즈니스의 자본적 목적을 음악인과 대중 모두에 강요하게 된 것이다.
그게 아이돌이다. 쇼비즈니스 자본과 미디어 자본이 만나며 만들어낸 결정체. 한 마디로 PPL이다. 기획사의 의도에 따라 작곡가에게 오더가 주어지고, 작곡가는 그에 맞게 곡을 써주고, 그리고 미디어는 기획사의 의도를 충실하게 각종 매체를 통해 대중에 전달하여 그들을 길들이고. 어차피 미디어에 의존하게 된 대중은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소비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소비는 다시 피드백되어 더욱 강력한 영향력으로 생산에까지 지배력을 미치게 되고.
어려서부터 연습생으로 발탁되어 혹독한 훈련을 거치는 아이돌이란 그를 위한 기획상품이라 할 수 있다. 목적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연습을 하고 있어도 과감하게 잘라내고, 만일 부족하거나 넘치는 부분이 있으면 채우거나 잘라내서라도 그에 맞추고, 그래서 철저하게 기획사가 목적한 마케팅 전략에 맞춰 생산되는 말 그대로 상품들.
물론 본래의 아이돌이란 그런 뜻이 아니다. 본래의 아이돌이란 오히려 명품에 가까운 뜻이었다. 장인정신이 만들어낸 대부분은 수제품으로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는. 그러나 시대는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거다. 그같은 값도 비싸고 거추장스러운 명품이 아닌 보다 대량생산되고 대량소비되는 보다 저렴하고 손쉬운 제품이 더 팔리는 시대라는 거다. 아무리 명품이 가치가 높아도 더 많이 팔리고 시장을 지배하는 건 그런 제품들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아이돌은 그런 뜻이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아이돌이란 그렇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아이돌이란 쇼비즈니스와 미디어가 만들어낸 자본주의의 총화라 할 수 있다. 무한히 생산하고 무한히 소비되는, 그런 가운데 그를 위해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들. 생산자의 의지를 대신하고 수요자의 목적을 대신해 양자를 지배하는 기획상품들.
내가 아이돌에 대해 음악인으로서 그닥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그래서다. 음악인이라면 자기 음악을 해야 한다. 생산자로서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설사 대중에 영합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거기에는 자기 의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이돌이란 그런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언젠가 아이돌이란 쓰임이 다하면 해체되어 사라질 것이다. 솔로로 나오는 사람도 있고 연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더 이상 그들은 아이돌이 아니게 될 것이다. 한시적인, 딱 그 시점에서만 가능한 전략상품인 때문이다. 그냥 쓰고 버리는. 쓰이고 버려지는. 그런 것을 음악인이라 할까.
음악인으로서 평가하자면 아이돌 시절을 끝내고 솔로로 나와서 자기 음악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판단하면 좋을 것이다. 기획사의 의지가 아닌 - 물론 기획사의 의지가 여전히 많이 작용하고는 있겠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스스로의 의지를 담아낸 음악들을 통해서.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음악적으로 어떻든 그때 판단해도 되겠지. 지금은 정작 평가하려면 기획사의 의지를 평가하면 된다. 그 컨셉과 그 전략과 그 기획과.
예를 들어 다음 앨범에서 카라는 멋있는 컨셉이라 하는데 그건 어떤 것인가? 카라와 그것은 맞을 것인가? 그것이 대중들에 어떤 영향을 줄까? 혹은 티아라의 보핍보핍과 처음처럼에서의 컨셉에서의 차이가 티아라의 이미지에 미칠 영향은 무언가? 레인보우의 컨셉과 애프터스쿨의 컨셉이 서로 겹치는 부분은 없는가.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전략의 이야기이며, 음악의 이야기가 아닌 비즈니스의 이야기다. 그러자는 거니까.
우연찮게 남궁연이 말한 것이던가 쓴 것이던가 아이돌에 대해 정리한 것을 보았다. 많은 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맞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아이돌이란.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어떤가. 대중은 더 이상 스스로 음악을 찾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미디어에 의존하고, 미디어를 통해서만 들으려 한다. 미디어는 이미 대중의 음악소비를 지배하게 되었고, 기획사는 그런 미디어의 영향력을 이용해 대중들에 통할만한 전략상품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그것이 아이돌이다. 수동적인 대중을 위해 만들어진 기획사와 미디어의 선물.
즉 남궁연씨가 정의한 아이돌이란 아직 대중이 스스로 음악을 찾아듣던 시대의 아이돌이다. 스스로 찾아 듣고 판단한다. 이 사람은 대단하다. 그래서 아이돌이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돌은 미디어가 먼저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리고 대중에 전달한다. 그리고 대중은 그것을 수용하여 소비하게 된다. 아이돌 개개인의 역량보다 오히려 기획사와 미디어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하는 비즈니스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확실히 남궁연씨와 나와의 내공의 차이란. 정리하려 해도 도저히 정리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아마추어의 무모함이라는 것으로. 별 의미는 없다. 단지 남궁연씨의 글을 읽고서 나름 떠오르는 것이 있어 정리한 것 뿐. 아마 그닥 대단한 가치는 없을 것이다. 그냥 이런 것도 있구나... 그 이상은.
'대중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한하군... (0) | 2010.01.22 |
---|---|
아티스트... (0) | 2010.01.22 |
어떤 인디밴드... (0) | 2010.01.21 |
아이유의 고민 - 아이유가 기대된다... (0) | 2010.01.20 |
라이브란... (0) | 2010.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