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불후의 명곡2 - 가장 강력한 경쟁자 전설, 벽을 넘다

까칠부 2013. 10. 27. 07:37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런 경우가 많다. 대부분 너무나 잘 알려진 노래들이고,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가수의 노래들이다. 어쩔 수 없이 원곡과 원곡을 부른 가수와 비교하게 된다. 자신이 좋아한 가수이고 노래일 경우 그 기준은 더 엄격해진다.


불과 몇 달 전이다. 당황스럽기도 했다. 또 임재범인가. 선곡에 어려움이 있었다. 유명한 노래들은 벌써 지난번 출연 당시 다른 가수들이 무대에서 선보인 바 있다. 아무래도 그래서인지 이번 임재범 2탄 '임재범, 그 깊은 이면'에서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도 그 노래들을 모두 알고 있고 좋아하고 있다는 것은 또 하나 높은 허들일 것이다. 온전히 출연가수들의 노래를 감상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기우였다. 세상에 가수가 임재범 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임재범이 있는가 하면 문명진도 있고 알리도 있다. 케이윌도, 휘성도, 아직 젊은 이소정과 산들 역시 하나같이 훌륭한 가수들일 것이다. 평소의 퍼포먼스에 가까운 경연을 위한 과도한 편곡이나 기교등이 뒤로 물러나며 가수의 개성이 전면에 드러난다. 


그래서 사실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도 따로 쓸 것이 없었다. 생각나는 것은 단 한 줄,


"노래가 좋다."


이 이상 말을 더해봐야 단지 사족에 불과할 뿐이다. 흑인의 리듬감으로 자유자재로 리듬을 타고 노닐었던 문명진의 '이 밤이 지나면'과 마지막 '사랑해'라는 한 마디를 위해 들려주었던 알리의 사랑스러운 '다시 사랑할 수 있는데'. 임재범의 처절함보다 케이윌의 '그대는 어디에'는 그리움과 간절함을 담아 부르고 있었고, 임재범의 분노를 휘성의 '낙인'에서 안타까움과 애절함이 대신하고 있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들은 이미 가수인데. 가수로서 자기만의 해석이 있고 자신만의 표현이 있다. 자기의 노래다. 자기만의 무대다.


하기는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하는 모든 가수들이 실력을 인정받은 말 그대로 '프로'들일 것이다. 노래도 못부르는데 가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연할 수 있는 만만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모든 무대에는 그래서 전제가 따라붙는다. 최선을 다한 훌륭한 무대였다. 훌륭한 노래였다. 그에 몇 마디 덧붙이는 것은 그에 대한 인상일 뿐. 우열은 없다. 호오가 있을 뿐이다. 


아쉽다면 김소현, 손준호 부부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였을 것이다. 임재범의 처절하기까지 한 고음을 손준호의 감미로운 저음이 대신했을 때 노래는 물처럼 편안해져 있었다. 뮤지컬 배우의 무대라기에는 노래가 갖는 드라마틱한 구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었다. 목소리처럼 익숙하고 달콤하지만 그러나 인상에 남는 것은 없었다. 하기는 부부사이에 노랫말과 같은 드라마틱한 사연따위 무슨 소용일까. 행복에 어울리는 무대였다.


레이디스코드의 소정은 정말 의외였다. 신인이다. 더구나 나이까지 어리다. 무대에 욕심을 내게 된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보여주려 한다. 관객들에 자기를 보여주고 싶다. 자기를 드러내고 싶다. 하지만 내려놓는다. 가장 많이 내려놓았다. 허무할 정도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노래 하나만을 쫓는다. 가사를 곱씹으며 멜로디에 자신을 맡긴다. 노래를 듣는다. 매력적인 목소리다. 노래의 주인공을 보게 된다. 소정만의 '아름다운 오해'가 들린다.


역시 대중과 소통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진심' 하나일 것이다. 무대구성도 그렇지만 어느 장례식장에 온 것만 같았다. 떠나보낸 이가 떠나간 이를 부른다. 미안함을 담아. 그리움을 담아. 그러면서도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울음이 웃음이 된다. 웃음이 울음이 된다. 노래는 저 하늘에 닿는다. 촛불처럼. 혹은 국화꽃 향기처럼. 아직은 풋내가 남아있지만 그래서 더 진솔하게 들린다. 시나위의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는 이 순간 산들을 위한 노래로 바뀌었다. 다시 말하지만 '불후의 명곡2'는 출연자들 사이의 우열이 아니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우연의 결과다. 객관적인 룰따위 없다. 가장 마음을 움직였으니 그가 우승자다.


좋은 이유를 찾고 또 찾으니 '좋다'는 하나만 남는다. 좋은 이유를 거르고 떠 거르니 '좋다'는 단 하나만이 또 남게 된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무의식이 아닌 의식은 그들이 임재범이 아님을 인식하고 있다. 팬의 한계다. 중립이란 불가능하다. 무한히 사랑함에 이끌린다. 가장 무대에 대해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다. 임재범의 목소리가 배경처럼 들리려 한다.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어쩔 수 없이 경쟁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전설의 노래와 무대를 기억하는 관객들 앞에 서야 한다. 자기만의 노래와 무대로써 관객을 설득하지 않으면 안된다. 힘든 과정일 것이다. 마음을 움직인다. 마음이 움직인다. 가수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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