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조용해서 좋은 사회...

까칠부 2013. 11. 11. 10:23

이를테면 청소와 같은 것이다.


청소를 하려고 가구를 들어내고 구석구석을 쓸고닦으려 한다.


그런데 누군가 지나가며 말한다.


너무 시끄럽지 않은가. 너무 부산하고 어수선하다.


청소를 하는 건 좋은데 청소기 소리는 시끄럽다.


깨끗한 건 좋은데 이것저것 옮기고 청소하는게 정신사납다.


조용한 게 좋다. 아무일 없는 듯. 쓰레기야 안보이는 곳에 밀어두면 깨끗해 보인다.


그러고 보면 군대에서 고참이 그러더라.


"너 바보냐? 왜 그러는데? 요령이야! 요령!"


조선시대 선비들은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논쟁을 피하는 법이 없었다. 끊임없이 논쟁했고 다투었었다. 언제부터일까?


귀찮아한다. 성가셔한다. 이 사회에 모순이 있다는 것을. 부조리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흔히 하는 말이다.


"사는 게 다 그렇지..."


차라리 주장하는 사람을 껄끄러워한다. 그들을 배척하려 한다.


학교에 성폭행당한 피해자가 있다. 시끄럽다. 내쫓는다. 조용해진다.


회사에 성희롱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 내쫓는다. 역시 조용해진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용히 묻는다. 조용하니 좋지 않은가.


내부고발자는 배신자다. 당사자들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외부에서도 그리 본다.


세대의 문제도 아니다. 학교에서도 흔히 보는 모습들이다.


왕따는 비단 청소년 사이에만 있는 문제일까?


군사독재정권에서 억울한 희생자가 있었으면 뭐? 나는 잘 먹고 잘살았다.


오히려 결집한다. 조용히하라.


정권이 바뀌기 전에도 다르지 않았다. 너무 시끄럽다.


그래서 한국사회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문득 그러더라.


"다른 나라에는 이런 문제 없는 줄 아느냐?"

"우리나라만 이런 것 같으냐?"

"왜 한국을 욕하느냐?"

"너 외국인이냐?"


출신을 따지고, 국적을 따지고, 평소행실에, 과거전력에, 가족관계까지...


언제부터인가 지쳐버린 이유다. 무언가 말하는 것이 무척 피곤하다. 조심하게 된다.


한국사회는 보수일까? 글쎄... 이런 걸 보수라 하던가?


아마 인터넷이라서 더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오프라인도 그다지 다르지는 않지만.


눈으로 덮였다고 쓰레기가 치워지는 건 아니다. 눈이 녹으면 쓰레기는 더 엉망이 된다.


아침부터 우울하다. 배고프다. 졸립다.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