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 순간을 영원처럼, 마치 평범한 연인처럼

까칠부 2014. 2. 22. 07:05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마저 걸고 싶은 것은 자신의 이기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위해 계속 살아주었으면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더이상 함께 할 수 없어도 좋다.


그것은 게임이었다. 그곳은 지구가 아니었다. 도민준(김수현 분)의 별도 아니었다. 그들이 사랑할 수 있는 어딘가였다. 보통사람처럼 사랑할 수 있는 그들만을 위한 어딘가였다. 보통 사람들처럼 사랑을 한다. 두 사람의 장래를 이야기하고 먼 미래를 약속하고. 언제까지나 함께하기를. 언제까지나 함께 사랑할 수 있기를. 마치 영원처럼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려 한다. 마음껏 사랑하고 후회없이 보내주겠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다. 자신의 정체가 들통나는 것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로지 천송이(전지현 분)만을 위해서. 천송이를 살리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도민준을 위해 천송이 역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걸려 한다. 도민준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도민준과 함께 하고픈 시간이다. 그러니 자신을 위해 자신과 함께이고자 하는 도민준의 바람 역시 양보하라.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 같다. 서로에게 가장 간절하지만 자신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선물이다. 그렇지만 서로를 위해 그들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


어딘가 도민준이 살아만 있다면. 그러나 천송이가 없는 시간은 도민준에게는 고통일 뿐이다.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설사 돌아오더라도 천송이는 더이상 없다. 그럼에도 살아달라. 자신을 위해서. 지독한 이기다. 그렇다고 이대로 도민준이 떠나지 않는다면 천송이는 도민준을 남게 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남고 싶다. 사랑이란 지독한 이기이며 이타다. 가장 지독한 이타이며 지독한 이기다. 그들은 순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가장 지독한 이기를 보이려 한다. 그래서 잔인하며 그래서 슬프고 그래서 아름답다.


이룰 수 없기에 공허하다.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눌 수 없다. 아이도 낳을 수 없다. 당장 몇 달 뒤를 기약할 수 없다. 내년에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 약속조차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진실하다. 간절한 바람이기에. 너무나 간절한 바람이 말을 통해 구체화된다. 떠올려보고 그려본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억한다. 허구이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그것은 실재했던 사실이다. 미래의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기억이 된다. 언젠가 흩어질 환상에 불과하지만 이순간 그것은 실재하는 사실이 된다. 꿈에서 깨어나도 꿈은 기억에 남는다.


이재경(신성록 분)의 체포는 전격적으로 이루어진다. 너무 쉽고 간단하다. 개인의 원한이 아니다. 개인의 원한을 갚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악이다. 인간의 양심으로 악을 응징하려 한다. 이재경을 끝까지 감싸려 하는 아버지 이범중(이정길 분)에게서 사랑의 또다른 모습을 본다. 맹목적이고 배타적이다. 오로지 이재경 뿐이다. 


이재경을 위해 세상의 규범과 가치조차 무시하려 한다. 또다른 아들 이휘경(박해진 분)마저 내치려 한다. 사실이 명백함에도 오히려 천송이에게 책임을 돌리려 한다. 이재경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었다. 이재경을 통해 투사하던 자신의 욕망을 거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 같다. 어쩌면 이재겨의 지금의 인격이 형성되는데 부모의 역할도 적지 않았지 않을까. 더 큰 일을 할 사람이니 사소한 잘못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것이 설사 사람을 죽인 범죄자라 할지라도.


또다시 사람들의 욕망이 천송이를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도민준이 능력을 드러내고, 천송이와 도민준의 관계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마침내 천송이의 무죄마저 밝혀진다. 천송이는 가만히 있는데. 아니 아무도 없는 섬에 도민준과 함께 있는데, 그런데 대중의 욕망은 그녀와는 상관없이 온통 들끓기 시작한다. 세상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천송이는 도민준과 사랑하려 한다. 영원의 약속처럼 사랑의 흔적을 남기려 한다.


근래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이었을 것이다. 천송이와 도민준이 어느 섬으로 이동하여 보내는 시간들이. 떠날 것을 알고, 떠나야 함을 예감하며, 지금의 시간들을 함께 보낸다. 언젠가 끝날 것을 알면서도 영원을 약속하고 내일을 이야기한다. 언제까지고 계속될 자신들의 사랑을 이야기하며 굳은 약속을 하고 있다. 이미 떠나보낼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야만 했었다. 필사적인 천송이의 모습이 저릿한 아픔마저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도민준을 떠나보내려는 결심이 안타까움과 애절함을 더한다. 그런 순간에도 천송이는 웃는다. 웃으려 한다. 이보다 더 절실한 연인이 어디에 있을까. 한 순간만이라도 보통의 연인들처럼.


선택이 남는다. 천송이를 위해서라도 도민준은 떠나야 한다. 도민준을 위해 천송이는 다시 재기해야 한다. 그래야 도민준이 마음놓을 수 있다. 그래야지만 천송이가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 자신 없이도 서로는 꿋꿋하게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역설이지만 그야말로 가장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자신을 필요로 해주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자신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은 불행하더라도 그 사람만큼은 행복하기를. 가장 멋대로의 이기이며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


애절함을 더한다. 이재경에 의한 스릴러의 긴장이 지나자 원래의 멜로의 간절함과 달달함이 강조된다. 그들은 사랑하고 사랑하려 한다. 지구인과 외계인, 평범하지 않은 그들이 계속 사랑하려 하고 있다. 사랑하는 자신을 위해서,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서. 매순간을 소중히하며. 후회는 남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다. 사랑이 남겨지더라도 사랑하며 살겠다.


마지막이라고 풀어지지 않고 더욱 단단히 옭죄려 한다. 이재경이 체포되는 순간에도 가장 핵심이 되는 사람의 마음이 더욱 집요한 긴장으로 치밀하게 조여오고 있다. 그들은 사랑할 수 있을까? 그들은 과연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드라마에 대한 몰입이 감정을 더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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