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의 선물 - 마침내 청와대, 김수현 아이를 인질로 잡다

까칠부 2014. 4. 15. 07:10

결국 사형집행을 주장하는 피해자 가족의 입장을 이렇게 정리하려는 모양이다. 딸이 유괴된 것과 대통령이 어떤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해듣자 김수현(이보영 분)은 앞뒤 가리지 않고 근처의 다른 아이를 인질로 붙잡아 대통령을 협박하려 한다. 유괴당한 딸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같은 김수현의 행위를 정당화해준다. 그러나 김수현에게 붙잡혀 위협까지 당하는 아이의 불안과 공포, 그리고 그 부모의 마음은 어찌할 것인가.


사형이란 곧 끝이다. 죽음은 모든 것을 종료시킨다. 살아서의 모든 부귀와 영화도, 어떤 오욕과 죄악조차 일단 당사자가 죽고 나면 이미 완결된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만다. 누군가는 예전 그런 일도 있었구나 지나치듯 이야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형의 집행을 주장하는 피해자의 입장 가운데 그런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비통하고도 억울한 이야기를 가해자의 죽음으로 어떻게든 일단락짓고 싶다. 가해자를 죽인다고 그 비통하고 억울한 감정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멈춰서서 숨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잊혀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먼 이야기처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형을 집행하려 한다. 진실을 묻으려. 기동호(정은표 분)만 죽으면 사건의 진실은 묻히고 만다. 당사자가 자백했다. 확실한 증인까지 있다. 다른 증인들은 이제 더이상 당시의 사실에 대해 증언할 수 없게 되었다. 어차피 지금도 기동호의 결백을 믿는 것은 그의 어머니 뿐일 것이다. 그런데 기동호가 진범인 채로 사형당해 사라진다면 굳이 기동호의 무죄를 밝히려 사건을 재조사하려는 시도는 아예 그 가능성조차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다시 말해 기동호만 살아있다면 어떤 계기로든 당시의 사건을 재수사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사형제를 반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지금 당장은 의심할 나위없는 명백한 진범일 테지만 언제고 다른 증거나 증인이 나타난다면 얼마든지 혐의는 뒤집어질 수 있다. 일단 사형이 집행되고 당사자가 세상에서 사라지고 나면 그나마도 영영 사라져 버리고 만다.


자식을 죽인 범인을 사형시키고자 다른 사람의 자식을 납치하는 일에 동참한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죽었다. 차봉섭이 죽고, 차봉섭을 죽인 한기태마저 죽고 말았다. 벌써 죽임을 당한 차봉섭을 대신해서 샛별(김유빈 분)을 납치한 혐의를 씌우고자 다른 연쇄살인범을 아무도 모르게 죽여 없애기도 했었다. 차봉섭에게는 아무도 없었지만 한기태에게는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흉악한 연쇄살인범이지만 재판조차 받지 못하고 죄에 대한 심판조차 없이 그저 누군가의 수단이 되어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그 부당함과 억울한 한은 어찌할 것인가. 자신의 자식이 죽어 원통하다면 그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딸 샛별을 구하기 위해 엄마 김수현은 다른 누군가의 딸을 인질로 삼았다.


역시 대통령과 연관되어 있었다. 단순히 사형제를 집행하기 위해 대통령과 그의 측근이 중요인물로 드라마에 캐스팅된 것은 아닌 것이다. 샛별을 납치한 것으로 여겨지는 용의자가 대통령의 경호원이 되어 나타났다. 아마 추병우(신구 분)가 일부러 남긴 듯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을 기동찬(조승우 분)이 발견하고 김수현에게 전화한다. 태오(노민우 분)와 추병우와 유진우의 아버지, 사진에 찍힌 세 사람의 가족이다. 사진을 찍은 한 사람이 남았다. 경찰의 정보를 모두 알 수 있고, 그것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수정(이시원 분)을 죽인 범인이 사실은 대통령의 가족이었다는 설정은 이제와서 너무 뻔한 것인지 모르겠다. 여기서 또 한 번 답답할 정도로 통쾌한 반전을 기대해 본다.


결국 진실이 밝혀진다. 이수정을 살해한 범인은 당시 기동찬의 점퍼를 입고 있었다. 지능이 남들보다 떨어지는 기동찬의 형 기동호는 그래서 기동찬의 점퍼만 보고 기동찬이 범인이라 오해하고 있었다. 술만 마시면 다음날 기억을 못하기에 이수정을 죽이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동생을 위해 대신 죄를 뒤집어썼다. 동생의 죄를 감추기 위해 죽은 이수정의 시체를 안고 강가로 향했으며, 기동찬에게 이수정의 시체를 강에 버리려던 것을 들키자 한사코 자기가 범인이라고 주장하게 된다. 그것도 모르고 기동찬은 기동호를 범인으로 만드는 일에 동참하게 된다. 형이 이수정을 죽였다고 원망과 죄책감을 가지고 지금껏 살아왔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기동호의 어리석을 정도로 순수한 선의가 만들어낸 오해였다니.


당시 현장에는 죽은 피해자 이수정을 제외하고 다섯 사람이 있었다. 기동찬의 옷을 보고 동생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오해하고 스스로 범인이 된 기동호를 제외하면 넷이다. 이수정과 함께 사진에 찍힌 세 사람은 각각 죽었거나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공범이거나 아니면 당시의 범행을 목격한 목격자일 것이다. 그중 마지막 정신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던 유진우(임지규 분)가 당시의 상황을 그림으로 그리고 말로써 증언해준다. 기동호가 가지고 있던 카메라에서 사진까지 발견한다. 필름상태가 좋지 않다던 것에 비해 사진상태가 무척 양호하지만 그런 정도는 양해해 준다. 한 사람이 남았다. 이수정과 다른 세 사람의 사진을 찍어주고, 유진우를 공포에 떨게 만들던 발을 저는 '헤파이토스'가. 거기서부터 모든 것은 시작된 것이었다.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오해로 자신의 손으로 죽음으로 내몰았던 형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그들이 과거로 돌아온 이유가 밝혀진다. 진실은 멀다. 그러나 벌써 상당히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해 있다. 많은 것을 바꿨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바꾸지 못했다. 샛별을 살리고 형 기동호를 살린다. 숨가쁘게 달려간다. 샛별은 여전히 납치된 채 행방을 알지 못하는 상태이고 청와대는 벌써 기동호의 사형집행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남은 4일의 시간, 어떻게든 샛별을 찾고 기동호의 결백을 밝혀야 한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 김수현은 무고한 다른 사람의 딸을 인질삼아 대통령과 협상을 벌이려 한다. 드라마는 급전직하한다.


과연 김수현의 인질극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다른 사람의 딸을 인질로 삼은 김수현의 행동은 어떻게 정당화될 것인가. 감추어진 진실은 무엇인가. 또다른 반전이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더 크게 판을 키울 뿐인가. 추병우의 결심은 그러한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 스스로 밝히지 못하고 김수현과 기동찬 두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 한다. 어쩌면 김수현과 기동찬 두 사람이 과거로 돌아온 것과도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많은 부분 허술하다. 샛별이 일단 먼저 집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서 그 길로 납치당하고 말았다. 샛별이 잠시 집에 들어와서 써놓은 일기를 김수현이 발견했다. 어째서 샛별은 그런 무서운 일을 당하고서도 집에 그대로 있지 않고 일부러 집을 나서고 있었는가. 중간과정이 상당히 바뀌었음에도 샛별은 그래도 집에 들어와 일기도 쓰고 그때와 똑같이 사진까지 찾아오고 있었다. 집에서 나오기 위해 김수현이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도 실소를 자아냈다. 하기는 문앞을 지키고 있던 것도 결국은 아마추어였다. 김수현의 싸움실력도 상당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건장한 남성인 상대들에게 쉽게 밀리지 않는다. 허용범위로 간주한다. 완벽할 수는 없다.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과정까지 정당화한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재미다.


막바지에 다다랐다. 거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섰다.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쉽다. 아직 김수현은 어떤 댓가도 치르지 않았다. 기동찬에게도 진실이란 비싼 댓가를 치를 것이다. 현우진이 진실을 마주한다. 자신의 양심과도 마주한다. 하지만 때늦다. 대통령과 범인의 관계와 김수현의 무리한 행동의 결말들이 시간을 기다리게 만든다. 추병우와 테오 역시 무언가 크게 결심하고 있다. 샛별은 구해진다. 기동호는 살아난다. 그렇게 믿는다. 과정이 더디다. 숨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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