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의 선물 - 사형의 정의와 권력의 정의, 현실을 보여주다

까칠부 2014. 4. 22. 07:17

반전도 뭣도 아니었다. 잠시 조금 돌아왔을 뿐이었다. 어느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가 배후에 있을 것이라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비서실장 이명한(주진모 분)이 배후라 밝혀졌을 때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비서실장 선에서 정리되기에는 지나치게 상황이 커져 있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고작 전직 검사 출신의 대통령 비사실장의 신분으로 그런 많은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를 수 있을 정도였던가.


하기는 대통령이 진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하는 지금의 결론 역시 납득이 안가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을 동원하고, 심지어 아이를 납치하고 사람을 죽이는 범죄까지 저질렀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알지 못한다. 대통령이 아주 무능하거나, 아니면 이명한이 대통령을 넘어서는 진정한 정권의 실세라는 뜻일 것이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채 비서실장의 권한과 재량마저 넘어선 일들을 마음대로 저지른다. 설사 그것이 대통령의 아들을 지키겠다는 나름대로 선의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대통령을 기망했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참으로 신랄한 비판일 것이다. 부모의 배경을 믿고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하던 범죄자가 있었다. 사형이 선고되었지만 여전히 감옥에서 편하게 잘먹고 잘지내고 있었다. 물론 다분히 의도된 설정일 것이다. 아무리 잘난 부모를 만난 탓에 부족한 없이 제멋대로 살아온 젊은이가 자유를 구속당한 채 감옥에서 10년을 갇혀 지냈는데 그것을 편하다 말할 수 있을 리 만무한 것이다.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그렇게 감옥에서까지 당당한 범죄자를 사형이라는 수단으로 응징하기 위해 권력의 힘을 빌리려 했는데, 그러나 정작 권력 그 자신이 살인자를 비호하려 그 사형이라는 수단을 이용하고 있었다.


원래 권력에 의한 살인은 살인이 아니었다. 죄가 없어도 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면 그 자체로 죄가 되어야 했었다. 약탈과 강간, 방화, 고문, 그밖에 수많은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권력의 목적을 위해서, 혹은 그 과정에서, 아니면 권력자 개인의 욕망이나 이기를 위해서이기도 했었다. 설사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그것은 단지 권력이 가지는 통치수단의 일환일 뿐이었다. 진실이 드러나는 일도 거의 없고, 관계자가 처벌받는 적도 거의 없다. 수백, 수천, 수만의 사람을 죽였음에도 오히려 당사자들은 당당하다. 그런데 권력이 정의를 위해 사람을 죽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가. 고작 한 사람, 혹은 몇 사람 죽인 것에 불과할 텐데도 말이다.


자식을 죽인 살인자를 응징하기 위해 권력과 손을 잡는다. 여전히 반성이라는 것을 모르는 범죄자에게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도 사형은 집행되어야 했다. 그래서 대통령 비서실장 이명한의 손발이 되어 사람도 죽이고 아이도 납치했다. 그런데 정작 그 모든 행위들이 대통령의 아들인 김준서(주호 분)의 범죄를 감추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사람을 죽이고도 김준서는 모든 혐의에서 제외된 채 결혼도 하고 귀여운 딸까지 두었다. 단지 김준서의 얼굴을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명한이 샛별(김유빈 분)의 죽음을 지시하는 그 순간 김준서는 자신의 딸과 평범한 행복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황경수(최철민 분)가 샛별을 납치한 것은 반성을 모르는 흉악한 살인범에게는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정의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 정의가 김준서가 아닌 그의 죄를 대신 뒤집어 쓴 기동호(정은표 분)를 죽음으로 내몬다. 당장 황경수 자신이 아이를 납치하고 사람을 죽이는 죄의 수렁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어쩌면 아주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이명한이란 곧 권력 그 자체일 것이다. 권력의 감춰진 그늘인 것이다. 대통령 김남준(강신일 분)이 끝까지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이명한은 곧 김남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숨은 얼굴이라 할 수 있다. 권력을 지키고 싶다. 가족을 지키고 싶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그러기위한 모든 충분한 수단과 힘이 주어져 있다. 다만 그것들을 개인의 목적을 위해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자신을 억누르고 있을 뿐이다. 목적과 수단이 정당하지 않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그같은 절제와 양심을 조금만 허문다면 어떻게 될까? 굳이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의 역사에서도 그로 인한 수많은 비극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유력한 대기업의 창업주이자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추병우(신구 분)마저 서슴없이 협박할 수 있는 이명한의 위세는 거기서 비롯된다. 이명한이 김만준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게 아니라, 김남준 자신이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권력이다. 사형판결을 내리는 것은 사법부이지만 사형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은 결국 권력의 몫인 것이다. 과거에도 그렇게 무고하게 권력의 의지에 의해 죽어간 이들이 적지 않았었다. 죄를 짓지 않고도 권력의 의지가 죄를 만들어 무고한 이들을 사형대에 세웠다. 그러면서도 법이라는 절차를 무시한 채 저지른 권력의 살인과 폭력, 납치는 철저히 은폐되거나 옹호되었다. 사형선고를 받을 일도 없고, 선고를 받더라도 집행되는 경우도 없었다. 누가 누구를 벌하는가. 더구나 사형이란 마지막이다. 사건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죽어 사라져버리는 순간인 것이다. 그래서 더욱 사형을 선호하기도 한다.


설마 싶었을 정도로 뻔한 전개였다. 그러면서도 한국사회의 여전한 어두운 그늘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작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대통령 아들이다. 그들에 의해 이 모든 일들이 저질러진다. 그를 위해 이 많은 끔찍한 범죄들이 저질러진다. 이상해야 하는데 전혀 이상하지 않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 자신이 있다. 이명한을 믿고 황경수는 사람을 죽인다. 아이를 납치한다. 죽은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결국은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에 동참하고 만다. 


자신의 비극에 너무 도취된 나머지 상식과 보편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또 쉽게 용납된다. 자식을 위해서. 혹은 가까운 누군가를 위해서. 그렇게 이명한의 행동도 이명한 자신에 의해 정당화된다. 끝내 딸 샛별을 위해 기동호의 억울함을 눈감으려 하지 않았던 김수현(이보영 분)이나 형 기동호를 위해 샛별의 위기를 외면하려 하지 않았던 기동찬(조승우 분)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역시 주인공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한지훈 역시 단지 자신의 딸 샛별을 위해 기동찬의 일방적인 양보와 희생만을 애원하고 있을 뿐이었다.


김준서의 살인도 아주 이유가 없지는 않았다. 그의 별명이 헤파이인 이유였다. 평소에는 다리를 절지 않는다.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노력 때문이었다. 기동호를 향한 친구들의 조롱조차 그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보아넘기지 못한다. 우발적이었다. 아마도 마약을 했을 것이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우연히 피해자인 이수정과 얽히며 무심코 내뱉은 '절름발이'라는 단어에 억눌러왔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살인은 용서할 수 없는 죄이지만, 아마 그 이후의 대처들만 아니었다면 어느 정도 동정의 여지는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뻔뻔하고 당당한 모습이 그의 진짜 본모습이었을까.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김수현은 마침내 진실과 마주서게 된다. 어째서 샛별은 납치되어야 했고 죽임을 당해야 했는가. 무엇이 기동호를 살인자로 만들고 끝내 사형대에 세우고 말았는가. 김수현과 기동찬이 과거로 돌아와야 했던 이유들일 것이다. 조금은 어색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작위적이기도 하다. 단지 분량만 채우려는 듯한 장면들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주제는 한결 명확해진다. 권력과 사형, 인간의 생명과 정의에 대한 질문들이다. 황경수도 결국 공범이다. 평범한 개인이면서 범죄의 피해자였을 황경수 자신이 범죄자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과연 김수현과 기동찬은 무엇을 보고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실은 찾았지만 이제는 사람이 남았다. 죄는 진실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저지른다. 죄의 댓가 역시 사람이 치른다.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다. 이해할 수 없었던 지난주의 내용들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정리된다. 그렇다면 과연 그것들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둘 중 한 사람만 살아남는다. 엄마 김수현은 그 댓가를 치러야 한다. 너무 아픈 비극은 아니기를. 멀리 달려왔다. 숨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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