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외국인이 보는 한국기업문화의 문제점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결국 같다. 일이라고 하는 실제보다 그를 매개로 한 관계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그와 내가 어떤 관계이고 그것은 어떤 형태로 확인되는가. 나아가 나는 과연 상대와 비교해 어떤 위치에 있는가.
그것이 전부다.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윗사람은 그것을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가. 동료는 또? 그래서 형식이 중요하다. 아랫사람이니까.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을 대하는 기본이다. 나아가 윗사람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예우일 것이다. 어긋난다면 그 자체로 잘못인 것이다.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하는가보다 그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어째서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가. 대통령이 다녀갔다. 대통령 한 마디에 안되던 것이 되었다.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쳐들어가려는 이유가 그래서 이해가 된다. 대통령이 뭐라 하든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뭐라 하지 않아도 어차피 될 것이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 입만 바라본다. 너무 많은 사람이 현장을 방문했다. 원칙이고 중심이고 지키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의 책임만 면하고자 거짓말을 일삼는다. 권위주의 사회의 한계다. 자신과 일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윗선이다. 사실이나 진실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도 아니다. 그래서 책임만 피할 수 있다면 태연히 거짓말을 한다. 불법도 저지른다. 유가족들의 과잉된 감정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과연 정부가 충격을 받더라도 처음부터 사실대로 전하고 냉정하게 대안을 제시했다면 그렇게까지 되었을까.
시스템이란 그런 것이다. 누가 자리에 있더라도 항상 그렇게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방문하든, 핵폭탄이 떨어지든, 세계가 멸망하든. 메뉴얼이 있다면 그에 따라 언제나처럼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을 담보한다. 한국사회에는 프로페셔널이란 없다. 갑과 을이 있을 뿐이다.
그것을 바란다. 대통령 한 마디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니 그에 환호한다. 전제왕조도 아니고 웃기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를 모른다. 대통령을 보기보다 현장을 보고, 사실을 파악하고, 실질로써 대응한다. 간단한 일인데도.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너무 쉽다.
얼마나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낙후되어 있는가. 시스템 자체가 없다. 떼법이 통한다. 감정이 정의가 된다. 그것이 가능해진다. 타블로의 경우와 같이 대중 역시 그것을 몸으로 깊이 체화하고 있다. 사실보다는 관계다. 실질보다는 권력이다. 수십년이 지나서도. 답답할 따름이다. 언제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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