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부활 팬클럽 부회장 신해철...?

까칠부 2010. 1. 26. 17:34

아마 부활이 아직 The End라는 이름을 쓰던 시절 파고다극장에서 처음으로 단독콘서트를 가질 때였을 것이다. 웬 고딩 둘이 매니저 백강기를 찾아왔었단다.

 

"뭐 도와드릴 일 없을까요?"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신해철이었다는데...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이 자칭 팬클럽 회장 이호석이었다.

 

솔직히 이 말에 조금 의혹이 가는 게, 원래 부활 1집에서 마이클 쉥커도 실패한 운운 하면서 희야의 전주에서 기타로 종소리를 내는 것을 과장해 홍보한 범인이 백강기였거든. 다른 멤버들 하지 말자는데 그가 그렇게 뻥카를 띄운 거였다. 과연 이호석은 실존인물이었는가...

 

아무튼 당시 신해철이 부활을 따라다니던 고딩 가운데 하나였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당시는 그런게 많았으니까.

 

그때만 해도 중고딩 꼬맹이들에게 밴드란 꿈이었다. 레드제플린이나 퀸, 비틀스, 롤링스톤즈 같은 밴드 이름 하나 모르고, 그들의 히트곡 하나 모르고는 아예 이야기가 되지 않았고, 때로 되도 않는 샤우팅 한다고 아주 난리들도 아니었다. 아마 학교마다 교내밴드 하나 정도는 있던 그런 시절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실력있는 밴드는 그들의 우상이었다.

 

김종서도 작은하늘 시절을 회상하면서 그랬었다. 배가 고파서 연습실 구경온 꼬맹이들에게 악기 가르쳐주고 도시락 얻어먹고 했다고. 팬클럽이라기에는 신해철도 그런 고딩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다.

 

바로 여기서 인식의 오류가 발생한다. 사람들이 팬클럽이라 할 때 떠올리는 것은 지금의 아이돌 팬덤이다. 더구나 부활 1집시절 그 인기란 대단했다. 특히 소녀팬들이 많았기에 그런 착각들을 하기 쉽다. 아, 부활에도 팬클럽이라는 게 있었고 신해철이 부회장이었구나...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게 착각일 수밖에 없는 게, 당시 부활 - The End는 자작곡도 없고 앨범도 없이 커버곡으로 라이브를 하던 언더그라운드 밴드였다. 제도권으로 올라오지도 못했고, 지금처럼 마이너한 음악인에 대해서까지 팬카페가 생길 정도로 커뮤니티가 발달해 있던 시절도 아니었다. 그런 무슨 팬클럽씩이나... 그런 팬클럽이 있다고 과연 그리 대단한 것이었을까.

 

엄밀히 말해 당시의 신해철이란 이를테면 도제, 아니면 문하생에 가까웠다. 연습 있거나 공연 있으면 장비도 나르고 이것저것 잡일도 도우면서 악기며 공연에 대해서 배우고 하는. 놀러와에서도 김태원과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했었다는데, 정작 인터뷰에서도 손에 땀이 많아 기타를 배우고도 제대로 치지 못했었다 한탄하고 있었다. 당시 동갑내기였던 손무현이 공연세션으로 김태원과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고 보면...

 

아무튼 신해철로서는 가장 억울할 것이 바로 "라우드니스를 지옥에 보내겠다."라는 문구에 대한 누명일 것이다. 백강기의 회고를 보더라도 그건 신해철과 함께 부활을 따라다니던 이호석의 작품이고, 또 다른 어떤 이야기들을 들으니 백강기 자신의 작품이라는 설도 있던데. 이상하게 이미지가 그래서인지 신해철이 팬클럽 회장이 되고 그 모든 책임을 떠맡게 되었다. 그리고 비난까지.

 

더구나 팬클럽 부회장이었다고 마치 김태원과 부활의 아래에 놓으려는 시도까지 있다는 건... 말했듯 그건 팬클럽이라기보다는 도제고 문하생이었다. 좋아해서 쫓아다니며 도와주고 배우는 관계다. 물론 그리 엄밀한 관계까지도 아니었다. 어차피 신해철의 음악이 다르고 김태원의 음악이 다르고, 넥스트와 부활이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어느 정도 영향이야 있겠지만...

 

그러고 보면 재미있는게 당시 김태원은 이승철도 신해철과 같은 부류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승철도 신해철과 같이 악기 나르고 했다는데, 정작 이승철이 고가의 음향장비 사주고 부활에 가입한 뒤로도 백강기가 그같은 사실을 김태원에게 알리지 않은 탓에. 동내 후배가 그냥 좋아서 따라다니는구나... 그래서 나중에 김종서 나가고 보컬 구해오라 시켰던 것이었고. 백강기가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다면 아마 부활 1집의 보컬은 이승철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좋았을까?

 

물론 신해철은 아마 그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을 것이다. 김태원도 좋아하고 부활도 좋아할 테니까. 의외의 부분에서 쪼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20년 넘게 음악을 해 온 한국 대중음악의 거목 가운데 하나다. 가끔 만만하게 얕잡히기는 해도.

 

아무튼 신해철이 참 많이 얕잡히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워낙에 많이 노출되는 때문일까? 노출되는 것은 좋은데 말도 많아서. 한국사람들은 말 많은 거 싫어한다. 그게 뭐 어때서... 느닷없이 어디선가 신해철 부활 팬클럽 부회장 시절 이야기가 나오길래.

 

말하지만 팬클럽이라고 지금 생각하는 팬클럽과는 달랐다. 아마 팬클럽이라는 것도 자기들끼리 붙인 이름일 걸? 회장이네 부회장이네... 그러나 시대가 바뀌니 의미도 바뀌는 터라. 재미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