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트로트의 연인 - 익숙한 전형성, 캐릭터의 매력이 살리다!

까칠부 2014. 7. 2. 06:35

어쩌면 전형적이다. 가장의 무능과 그로 인해 겪어야 하는 현실의 고난과 절망, 그러나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놀라운 재능과 가능성이 자신도 모르게 자기 안에 잠재해 있었다. 그것을 알아보고 누군가는 자신을 도우려 하고, 누군가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오해하고 있으며, 또다른 누군가는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여 곤란에 빠뜨리려 한다. 마침내 실력으로 넘어서야 할 강력한 라이벌의 존재도 있다. 오해가 쌓이고 감정의 골은 깊어지며 매번 새로운 위기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준다. 그렇게 한 걸음씩 성장하며 앞으로 나간다.


보는 내내 떠오르는 어떤 작품들이 있었다. 소재만 트로트이고 인물의 설정 또한 약간 다른 수준이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반복해서 쓰여온 스타일은 하나의 양식이 된다. 의도적으로 몰아간다. 어떻게든 최춘희(정은지 분)로 하여금 트로트를 부르도록 만들기 위해서. 가수의 꿈조차 꾸어 본 적 없는 평범한 대중의 한 사람인 그녀가 가수가 되고 마침내 스타까지 되기 위해서는 그녀의 재능은 특별한 것이어야 한다. 현실의 절박함은 그녀가 가수가 되어야 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이고, 그녀의 재능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그녀가 희망을 가져도 되는 이유가 되어 주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이끌어주는 누군가의 존재도 필요하고, 그녀의 성공을 방해하는 그녀가 극복해야 할 정도 있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녀와 같은 눈높에서 손잡고 함께 나가야 할 동반자적인 존재가 필수적이다.


최춘희와 김현준(지현우 분)에게는 절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춘희에게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고, 김현준의 경우는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을 잃고 난 뒤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더 비참해져야 한다. 자신의 현실을 자각하기까지. 양심을 팔고, 염치를 팔고, 이제는 음악인으로서의 자존심까지 판다. 대한민국 최고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재능과 실력에서 자기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 김현준이 술자리에서 반주까지 한다. 최춘희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 자존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수모와 굴욕의 자리를 기꺼이 감수한다. 최춘희가 성공해야 나락으로 떨어진 자신 또한 성공할 수 있다. 생전 부르지 않던 트로트마저 최춘희의 공을 찾기 위해 기꺼이 부를 수 있었던 것은 그런 희망이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라도 두 사람의 오해는 갈수록 깊어지기만 한다.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특채로 들어온 최춘희를 모두가 꺼려한다. 샤인스타의 임원들도, 연습생시절부터 샤인스타에 몸담고 있던 소속연예인들도, 특히 최춘희와 기회를 경쟁해야 하는 소속연예인들의 반감은 이내 질투가 되고 경멸과 증오가 된다. 차라리 조근우(신성록 분)처럼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사장이라는 대단한 자리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면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아직까지 다른 사람들을 압도하지 못하는 최춘희의 실력이란 만만하게 여겨질 뿐이다. 그런 모두로부터 인정받는 과정이다. 자신을 경멸하고 증오하던 모두를 실력으로 납득시켰을 때 그녀는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어울리는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는 어쩌면 그런 그녀 자신의 적들과 싸워이기며 성장해가는 과정들일 것이다. 최춘희의 지나치게 강하고 당당한 모습은 비례해서 그녀가 겪어야 할 어려움들을 보여준다.


연예인이란 마냥 아름답기만 한 꿈이 아니다. 최춘희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합리와 부조리가 그 이면에 존재하고 있다. 누가 옳고 그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간관계다. 결코 우호적인 동료와 선배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김현준이 그것을 못했다. 그래서 지금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어쩌면 현실보다 더 치열한 현실이 그곳에는 존재한다. 역시 최춘희가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일 것이다. 최춘희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김현준이 원망스럽지만 최춘희 자신을 위해서라도 최춘희 자신조차 자신의 편을 들어서는 안된다. 냉엄하다.


어떻게 보면 흔하고 뻔한 에피소드일 것이다. 너무나 뻔히 읽히는 괴롭히기이고 극복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최춘희의 캐릭터다. 그녀의 너무나 현실적인 표정들이다. 마치 자기의 이야기인 것처럼. 노래도 잘한다. 춤도 잘툰다. 현역아이돌이다. 거리가 먼 것 같은데도 표정이며 말투, 행동들이 트로트처럼 구성지다. 아직 그에 비하면 김현준은 뚜렷한 자기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조근우가 그의 자리를 대신한다. 같은 구성과 구도 가지고도 얼마든지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다. 배우의 매력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


재미있는 이유다.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기대하게 하고 그 기대를 충족시킨다. 그 과정이 좋다. 납득할 수 있는 과정들을 통해 모두가 기대하는 결론에 이른다. 배우와 캐릭터를 보는 즐거움 또한 상당하다. 앞으로는 트로트가수 최춘희 또한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가는 김현준 또한. 그들이 잡은 손이 신뢰로 바뀔 때. 꿈은 믿음이 아니다. 희망이란 신뢰가 아니다. 필요다. 너무나 간절해서 절대 믿을 수 없는 상대와도 함께 할 수 있는 것. 자존심보다도 분노보다도 강하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간절함일 것이다. 갈수록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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