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사라진 시대, 가볍고 쿨하고 이성적인-편리한 관계만이 인간을 정의하는 듯하다. 오히려 진심이면 무섭고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공기태(연우진 분)가 사랑이란 것을 하지 못한다. 주장미(한그루 분) 역시 간절히 하고픈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꾸미지 않은 진심이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주장미의 진심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이훈동(허정민 분)으로 인해 특히 이성에 대한 진심을 믿지 않는 공기태가 주장미를 만난다. 공기태가 주장미를 계속 의식하게 되는 이유다. 공기태도 형태는 다르지만 주장미와 크게 다르지 않게 오로지 직구 뿐이다. 싫은 것은 싫고, 아닌 것은 아니다. 다만 좋은 것까지 좋다고 솔직하게 말할 용기가 없다.
용기없는 바보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주장미에게 끌리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기 싫은 공기태나, 공기태를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도 그의 앞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강세아(한선화 분)나, 무엇보다 진심 그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며 도망치려고만 하는 이훈동이 있다. 비로소 깨닫는다. 주장미가 자신을 향한 모든 진심을 거두어갔을 때 너무나 휑하게 남아버린 그 빈 자리를 보면서. 진심이었던 만큼 이훈동을 향한 그녀의 경멸은 너무나 아프게 자신을 헤집고 있었을 것이다. 도대체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그래서 엇갈린다. 오로지 진심뿐인 주장미와 솔직하게 그녀에게 다가간 한여름(정진운 분)이 서로를 마주본다.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던 그들이기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들은 기꺼이 그 기회를 부여잡는다. 남겨진 공기태와 그런 공기태로부터 남겨진 강세아가 무척 쓸쓸하고 초라해 보인다. 바로 도망칠 곳을 찾는다. 공기태가 도망칠 곳을 만들어준다. 홀로 남은 이훈동에게 주장미의 후배인 남현희(윤소희 분)가 다가간다. 그녀의 진심은 무엇일까?
껍데기만 남은 부부다. 이제는 싸움조차 하지 않는다. 공기태의 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런 다툼도 갈등도 없이 원만한 평화만이 존재한다. 서로 목소리를 높일 일도 감정을 세울 일도 없다. 주장미와 공기태의 앞날을 보여주는 듯하다. 주장미가 공기태의 어머니 신봉향(김해숙 분)에게 한 말은 드라마를 위한 스포일러였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현동과도 한 번 진심으로 부딪혀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단 한 번도 이훈동과는 진심이 되어 싸워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착각했을 것이다.
싸우고, 또 싸우고, 또 부딪히고, 또 다투고 갈등하면서, 그러면서 조금씩 서로의 진심을 알아간다. 진심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지 못하고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장미는 자신을 향해 내민 한여름의 손을 잡고, 공기태는 그런 주장미를 지켜만 본다. 싸우는 법조차 잊어버린 서로의 부모들을 보면서. 그 무심한 친절과 잔인할 정도로 냉정한 배려를 느끼면서. 삶에 지친 피로와 체념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것이 싫어 오히려 꿈을 꾸고 오히려 도망쳐왔던 그들이기에 그것은 그들을 위한 마지막 기회였을 것이다. 결혼은 행복한 꿈도 아니고 고통뿐인 지옥도 아니다. 다만 누구나 경험하는 단지 현실일 뿐이다. 아마 그것이 한여름이 아닌 공기태인 이유일 것이다.
여배우의 눈물이 이렇게도 가슴아리는가. 기꺼이 망가질 줄 아는 한그루의 참고참은 눈물이 진한 비극을 만들어낸다. 순수를 향한 카타르시스다. 이별처럼 그동안의 사랑마저 혼자서였던 한 여자의 절망이 눈물과 함께 흘러내린다. 매력적인 배우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어린 연기가 더해지며 한결 매력적으로 보인다. 물에 빠진 이훈동을 구해나오며 흔한 거짓된 복수 대신 진심어린 작별의 말을 건넨다. 어쩌면 흔하고 뻔한 이야기 가운데 그녀가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다. 그녀만큼은 항상 솔직하고 진심이기를. 한여름의 바람이 바로 필자의 바람이었다.
그다지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어차피 남의 사랑이야기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한그루의 연기가 드라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순수하면서도 저돌적이다. 계산없이 솔직하고 오로지 진심 뿐이다. 눈물마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을 갖는다. 기대하는 이유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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