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양이 기르기...1

까칠부 2014. 7. 6. 07:01

 

우리집 녀석들. 하얀 놈이 꼬맹이. 옆의 줄무늬가 쭈그리. 벌써 9살이 넘었다.

 

사실 이 두 녀석을 맡기까지 나는 고양이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는 생각도, 고양이가 어떤 생물인가에 대해서조차 전혀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

 

그냥 우연이었다. 2005년이었을 것이다. 5월이었던가? 동생이 문득 그런 제안을 해왔었다. 친구네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데려오면 안되겠느냐고. 그러라고 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박스에 담긴 두 녀석이 도착했고, 당시 일로 바쁘던 동생을 대신해서 놀고 있던 내가 거의 맡아 보살피게 되었다. 동생은 정작 함께 어울릴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는 아예 아는 체도 안하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그 일로 지금까지 투덜거리는데...

 

당연히 고생문이 열리고 있었다. 고양이에게 뭘 먹여야 하고, 화장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래서 아직 새끼일 때는 작은 박스에 화장지를 깔고 그 위에 볼일을 보도록 했었다. 그것을 매번 바꿔주고. 고양이 모래가 따로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고양이 사료 역시 동물병원에서 사느라 몇 배의 돈을 주고 그것도 아주 비싼 놈으로 사서 먹였다. 놀고 있던 주제에.

 

간식이랍시고 맛살에 돼지고기까지 일부러 사서 비계는 안좋다고 해서 떼내고는 살코기만 발라주기도 했었다. 지금도 그래서 내가 돼지고기를 먹는 방식은 삶아먹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닭고기도 삶아먹는다. 구우면 고양이 못 주니까. 양념이 강해도 고양이 못 먹는다. 앞서 살코기만 발라내고 남은 비계도 내 몫. 고지혈증 오면 다 이놈들 때문이다. 덕분에 이후로 치킨만 먹으면 설사를 하는 것이 안좋다는 것을 미디어를 통해 듣기 전에 몸이 먼저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고양이 덕분이다.

 

그때만 해도 꼬맹이 저 놈은 너무 낯을 가려서. 겁도 많아서 처음 집에 와서는 쭈그리가 먼저 정찰을 마치고 나면 그 뒤만 쫄래쫄래 쫓아다니고 했었다. 혹시라도 꼬맹이에게 다가가려 하면 쭈그리 놈이 이를 드러내고 하악거리는데... 그때가 채 2달이 되기 전이었다. 그 조막만한 놈이 하악질해봐야 얼마나 무섭겠는가. 지금까지도 쭈그리는 꼬맹이의 보호자역이다. 어미도 다르고, 따라서 친형제도 아니지만, 일주일 먼저 태어나서 함께 온 탓에 아직도 쭈그리는 꼬맹이의 주위를 맴돌며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멋진 놈. 지금에 와서야 꼬맹이 녀석이 먼저 귀찮을 정도로 내게 달라붙지만.

 

아마 그렇게 별 일 없이 1년 정도 지냈을 것이다. 그러면서 사료 사는 것도 알고, 고양이 모래 어떤 걸 쓰는가도 알고, 놀아주는 것 역시. 그러고 보면 처음 살던 그 집에 바퀴벌레가 그리 많았는데 저 두 놈이 모조리 잡아없애기도 했었다. 자고 있는데 바퀴벌레 물고와서 자랑할 때는 정말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양말 노끈으로 감아 던져주면 그거 물고오고 했었는데. 와다다다 뛰어다니는 소리가 지금까지 들리는 것 같다.

 

 

나머지는 나중에...

 

사진이 있으면 좋은데. 얼마전 하드 날리면서 사진까지 다 날아간 모양이다. 폴더 보고 사진이 남아있구나 했는데 다른 폴더였다. 가장 오랜 사진이 2010년. 핸드폰 고장나는 바람에 날린 사진도 적지 않은데. 그래서 쓰기로 한 것. 더 늦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자.

 

꼬맹이가 작기는 무척 작았다. 말했듯 태어나기를 쭈그리가 일주일 먼저 태어났다. 작고 여린 것이 딱 한 주먹거리. 한 주먹에 다 들어온다. 얼마전 보낸 그 녀석은 그보다 더 작았다. 그래서 더 무서웠고 무거웠으며 안쓰러웠는지도. 지금이야 돼지지만. 참 오랜 시간이다. 9년이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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