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 - 진실 아닌 믿음, 어머니 울다!

까칠부 2014. 8. 3. 06:58

믿음이란 당위다. 그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목적이 된다. 가치가 된다. 자신마저 수단으로 삼는다. 그로써 만족하고 그로써 다시 후회한다. 인간의 믿음이란 어쩌면 그러한 맹목적인 믿음에 깃드는 것이 아닐까?


자신은 공기태(연우진 분)를 사랑하지 않는다. 공기태와는 단지 거래에 의해 결혼상대를 연기해주는 사이에 불과하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여름(정진운 분)이다. 모두를 위해서도 어떻게든 공기태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한여름에게로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 그러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바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공기태의 어머니 신봉향(김해숙 분)이 살아온 삶의 방식이기도 했었다. 가족은 화목해야 한다. 사실이야 어떻든 남들이 보기에 행복한 - 전혀 아무런 문제도 없는 그런 가족으로 여겨져야만 한다. 아내로써, 며느리로써, 그리고 어머니로써, 누구보다 훌륭한 자신을 연기해 왔었다. 자신마저 희생해가며. 자신이 믿는 이상적인 결혼을 위해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아들 공기태를 희생시킬 수 있다.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그렇게 지금껏 살아왔기 때문이다.


차라리 들키지 말기를. 연극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가면을 쓰고, 짙은 화장을 하고, 마치 자신인 척 무대에서 계속 연기를 해야 할 테니까. 사랑하고 있다고. 사랑할 수 있다고. 사랑받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허구임을 거짓임을 알게 된다면 더이상 연극에 몰입할 수 없다. 잔인한 것이다. 괜찮다고 믿고 있었는데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다. 비참하고 고통스런 현실과 마주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껏 외면해 왔다. 도망쳐 왔다. 신봉향은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그래도 결국은 다시 일어나 현실을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실연했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랑 한 번 실패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랑을 찾고,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어차피 첫사랑도 아니지 않은가. 주장미(한그루 분)도. 공기태도. 강세아(한선화 분)도. 한여름도.현실이 좌절스럽다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결혼은 결혼일 뿐. 결혼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다면 다른 행복을 찾아 나서면 된다. 아들에게. 딸에게. 그러고 보면 공기태와 주장미 두 사람의 어머니가 그렇게 닮았다. 지금의 자신을 포기하며 두 사람에게 자신이 누리지 못한 것들을 기대한다.


현실을 살아간다.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 아이러니다. 그러나 주장미 자신은 자신이 믿는 당위를 위해 자신의 솔직한 진심을 외면한다. 자기가 행복해야 한다. 자신이 행복해야 한다. 어째서 주장미는 그토록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가. 역설일 것이다. 그렇게 결혼을 간절히 바래왔음에도 정작 결혼에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아직 미혼인 채 공기태를 만났을 것이다. 자신이 아닌 오로지 결혼 그 자체를 위해서만 결혼을 꿈꾼다. 자기가 행복하고자 해서가 아니라 결혼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자기가 행복해져야 한다.


하필 왜 내가. 하필 왜 내 앞에서. 그래서 사랑을 운명이라고들 말하는 모양이다. 우연이 필연이 된다. 필연이 된 우연은 운명이라 불린다. 받아들였다. 납득했다. 그들의 사랑은 끝났다. 강세아도 한여름도. 아직 주장미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공기태는 겁장이다. 주장미에게 어떤 확신도 주지 못하고 있다. 두렵다. 불안하다. 이 남자를 사랑해도 될까. 실패만 반복해온 그동안의 과정들이 정작 주장미를 주저하게 만든다. 꿈이 현실로 바뀌면 상처도 아픔도 모두 실제가 된다. 어쩌면 그녀는 지금껏 꿈만 꾸어 온 것은 아닐까.


결혼이라는 꿈과 만난다. 신봉향이 말한다. 상대의 어머니를 만나면 그 진심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을 통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언지. 돈인지. 명예인지. 사회적 지위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인지. 자신이 누리지 못한 행복이었다. 자신은 가지지 못했던 기회였다. 공기태에게는 안타깝게도 그런 것들이 없었다. 주장미는 단지 꿈만을 꾸었을 뿐이다.


할머니에게 들키고 만다. 하필 의도했던 모든 목적을 달성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아니 공기태는 마지막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주장미는 마지막이기를 바랐다. 그래서 운명이다. 새로운 계기를 만든다. 솔직하지 못한 두 사람을 위해.


짓궂은 장난을 양념처럼 곁들인다. 이훈동(허영민 분)이 공기태와 한여름의 사이를 오해한다. 아예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터무니없는 오해가 무거워질 뻔한 이야기에 활력을 더한다. 아무렇지 않은 가벼운 느낌이 좋다. 그렇게 심각한 것은 없다. 사랑은 사랑일 뿐이다.


사랑은 아무나 한다. 그러나 결혼은 아무나와 할 수 있다. 그래서 운명이라 말하는 모양이다. 오히려 거짓이기에, 연극이기에, 결혼에 휩쓸리는 주위가 더욱 선명하게 들어온다.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참 대단한 커플일 것이다. 이제 한 걸음 남았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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