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책봉되지 않은 왕의 적장자를 원자라 불렀다. 적장손의 경우는 원손이다. 왕의 후손을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는 없었다. 아니 전통사회에서 직접 이름을 부르는 경우 자체가 드물었다. 그래서 호가 있었고 자가 있었다. 왕의 후손들은 어려서부터 군호를 받아 군호로써 불려졌다. 다른 아들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대군이라니. 그리고 '린'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다니.
왕이 어디로 행차를 하려 하면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두 사람이 바로 사관과 승지였다.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으로 남겨야 했고, 왕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눈귀가 되고, 혀가 되고, 손발이 되어야만 했었다. 왕과 대신이 독대를 한 경우조차 조선왕조에서는 매우 드물었다. 대신들도 모르게 몇몇의 측근들과 독대하여 독단으로 어떤 일을 결정하려 한다. 우의정(이재용 분)이야 말로 가장 실제의 역사와 가까운 캐릭터인지 모르겠다. 마땅히 대신들을 따돌리고 독단으로 무언가를 하려 하는 왕을 비판하고 바로잡는 것이 사대부의 역할이다.
백두산 일대에 조선과는 문화와 풍습이 다른 소수민족이 살고 있었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해방 당시까지도 함경도 일대에는 만주족이 자기들만의 문화를 지키며 살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다만 그 복식이나 행동들이 전혀 근본없는 정체불명의 것들이다. 왕이 입고 있는 갑옷도, 왕이 들고 있는 활도, 조선의 활은 원래 복합궁이며 만곡궁이다. 단군이니 환웅이니 하는 이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봐도 고구려의 활만 해도 중국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왕이 직접 활을 쏘며 귀신과 싸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주위의 별장들이 살아남지 못한다. 전제왕조국가에서 왕이 죽으면 그것으로 이미 끝난 것이다.
무언가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다. 그를 위한 노력들도 충분히 이해했다. 나름대로 TV드라마로서는 공을 들인 특수효과들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만 왜 하필 조선이었을까? 조선이 아닌 먼 과거의 어느 잊혀진 왕조였으면 어땠을까?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하고 나서도 탐라에는 아직 그들만의 왕이 남아 있었다. 고려말 평안도 일대에는 단군을 시조로 섬기는 일족들이 남아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아니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왕조를 따로 설정하던가. 조선은 너무 많이 알려졌다. 하필 조선이라는 점이 사소한 점에서 몰입을 깨뜨린다. 흥미롭지만 치밀하지는 않다.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한 마디로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최대 단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정작 실제의 조선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것을 실제의 조선으로 여기고 봐야 할지, 아니면 드라마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별개의 나라라 여겨야 할지. 하기는 그 자체가 벌써 번거로운 것이다. 드라마를 보기도 바쁘다.
퓨전이라고 작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은 차라리 기만일 것이다. 고증을 위한 수고와 노력을 아낄 수 있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그래서 드라마가 더 재미있어진 것은 무엇인가? 왕이 무녀와 만나려 했다면 굳이 그같은 단차원적인 설정을 빌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엄밀한 고증 위에서도 얼마든지 원하는 상황과 장면을 만들 수 있다. 성의와 능력의 문제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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