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신해철의 사망원인과 의료과실, 그 쟁점에 대해

까칠부 2014. 11. 3. 01:42

지난달 27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음악인 고 신해철의 죽음에 대해 의료사고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었다. 지난달 17일 의료사고의 당사자로 지목된 S병원에서 장협착수술을 받은 뒤 지속적으로 고통을 호소했고 그럼에도 병원에서는 단지 진통제와 수면제만을 처방했을 뿐이었다. 22일 심정지를 일으키며 아산병원으로 이송된 뒤 한 번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도대체 그 사이 무슨 일들이 벌어졌던 것인가?


그런데 최근 SBS의 단독보도를 통해 아산병원에서 입수한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고 신해철이 심정지를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은 장천공으로 인한 합병증이었으며, 최소한 지난달 17일 S병원에서 장협착수술을 받을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그에 대한 소견은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22일 고 신해철이 아산병원으로 이송될 당시에도 S병원측은 그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그렇다면 S병원에서 장협착수술을 받던 당시 의사의 실수로 인해 장천공이 생기고 그로 인해 고 신해철이 죽음에 이른 것이 아닌가. 마치 거의 확정적인 증거를 찾아낸 듯 언론도 대중도 온통 뜨겁게 달아 올라 있다.


하지만 정작 주위의 의사들에게 최대한 조언을 구한 결과로는 장천공의 유무나 장천공이 생겨난 시기 같은 것들은 의료과실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답을 들었을 뿐이었다. 장천공이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은 여러가지가 있으며 그 가운데 의사의 직접적인 과실에 의한 경우조차 그것을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다. 특히 장협착의 경우는 수술의 후유증으로 장이 유착하여 좁아지거나 막히는 증상으로 치료를 위해서는 장조직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천공이 바로 일어나지 않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되는 경우는 수술도중 확인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원인으로 인한 장천공일수도 있고, 수술도중 발견했어도 불가항력인 가능성도 없지 않기에 그것으로 의사에게 과실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장천공 자체는 의료과실에 있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고 신해철의 죽음과 관련해 의료과실의 여부를 판단하려면 무엇을 중점적으로 살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서도 거의 한 목소리로 수술을 받은 환자가 지속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데 - 더구나 복부팽만과 통증과 고열은 장천공의 중요한 증상 가운데 하나인데 어째서 그를 전제로 적절한 검사와 처치를 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만일의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정밀검사가 이루어졌어야 하고, 만일 병원의 설비나 인력으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시 다른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보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급박하다면 환자가 거부하더라도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받도록 끝까지 설득하는 것이 병원과 의사의 책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 것들이 적절히 충분히 이루어졌는가?


한 마디로 장천공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찾아내고 치료하기 위한 충분한 의학적인 노력과 시도가 병원과 의료진에 의해 이루어졌는가의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천공은 결과일 뿐, 설사 수술도중 의사의 실수로 장천공이 발생했더라도 적절한 대처와 치료만 이루어졌다면 환자가 그로 인해 사망하는 상황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고 신해철의 경우도 장천공이 생긴 뒤에도 상당기간 생존해 있었고, 심정지가 오기까지 치료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적잖이 있었다. CT만 찍었더라도. 하다못해 상급병원으로만 보냈더라도. 하루만 빨랐더라도.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의사로서 인간으로서 부끄럼없이 최선을 다했는가.


그는 시대였다. 한 개인이었지만 그의 음악을 듣고 자란 대부분의 동년배들에게 그들은 자신이 자라고 지나고 살아온 시대 그 자체였다. 어쩌면 고작 음악인 하나의 죽음에 온통 세상이 떠들썩한 이유일 것이다. 차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말이 너무 넘쳐나도 해야 할 말을 모르는 법이다. 부디 가는 길에 한 점 의혹도 억울함도 없기를. 보내는 사람의 마음이 편해야 가는 사람의 마음도 편하다. 어떤 과실도 없이 그저 천명이거니 납득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여전히 TV에 나와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이 낯설다. 그는 과연 갔는가.


과연 의료과실이 있었을까? 병원과 담당의사에게 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일까? 결국은 법정에서 그 여부가 가려질 것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과 아직 드러나지 않은 여러 증인들과 증거들과 그리고 치밀하고 첨예한 논리가 부딪히게 될 것이다. 현재 정황만으로는 의혹은 확신에 가깝다. 그래서 더 슬프고 안타까운지 모른다. 아프게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