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피노키오 - 대속자, 피투성이 송차옥에게 이를 세우다

까칠부 2014. 12. 19. 03:19

일벌백계란 원래 같은 죄를 지은 백 명 가운데 한 명을 벌줌으로써 나머지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희생양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대속자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만큼 크게 벌주었으니 나머지 역시 깨닫고 반성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벌주는데 동참하는 것은 죄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의식이다. 다른 사람의 죄를 응징함으로써 자신의 죄를 스스로 용서한다.


비단 송차옥(진경 분)만의 문제일까? 13년 전 당시에도 황교동(이필모 분)은 자신의 상사인 이영탁(강신일 분)을 설득하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들 역시 송차옥이 그런 것처럼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으로 뉴스를 편집해서 내보내야 시청률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최근 송차옥이 진행하는 MSC뉴스는 기재명(윤균상 분)의 미담을 이용한 영웅만들기를 통해 상당한 차이로 벌어져 있던 라이벌 YGN과의 시청률경쟁에서 역전하고 있었다. 정치, 경제, 사회의 중요한 이슈보다 직관적으로 감정에 호소하는 그같은 뉴스에 대중은 더 쉽게 이끌린다. 지금 송차옥과 관련한 이슈가 대중들 사이에 뜨거운 이유이기도 하다.


송차옥이 강의에서 말한 내용 그대로다. 대중은 누군가를 비난하는 뉴스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송차옥만이 아니었다. 기하명이 몸담고 있는 YGN 역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내용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은 뉴스를 내보내고 있었다. 송차옥이 가족을 찾아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미는 그 현장에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함께하고 있었다. 당시 기재명과 기하명의 아버지 기호상과 그 가족들에 대해 보도했던 언론과 기자들 가운데 송차옥처럼 가식으로나마 한 마디 사죄라도 전한 이가 누가 있던가. 그리고 대중은 언론의 보도만을 믿고 그 가족을 단죄하는데 동참하고 있었다. 아무리 기호상에게 죄가 있다고 가족에게까지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기는 그러니까 송차옥의 지난 과거까지 들추어가며 그녀를 물어뜯으려 모두가 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송차옥을 비난함으로써 그녀와 반대편에 서게 된다.


기재명의 자백과 기하명의 폭로로 대중이 송차옥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에 편승해 다른 언론에서는 송차옥을 비난하는 내용의 뉴스를 편집해서 내보낸다. 다시 표면으로 드러난 의혹에 대한 취재가 시작된다. 언론의 잘못된 취재와 보도의 관행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아니다. 기자로서 과연 양심에 충실한 보도를 해왔는가에 대한 성찰도 아니다. 타겟은 오로지 송차옥이다. 대중이 그녀를 비난하니까. 여론이 그녀를 공격하고 있으니까. 사실보다 기하명과 최인하(박신혜 분) 두 사람의 개인적 감정이 앞선다. 과거 송차옥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 역시 결론부터 내리고 그를 위한 취재를 하고 있었다. 반전을 기대한다. 적은 송차옥이 아니다. 취재와 보도를 수단으로 삼는, 기자를 목적으로 여기지 않는 허술함이고 어설픔이다. 오보의 가능서을 취재하는 가운데 스스로 오보의 함정에 빠져들어간다.


그래야지만 뉴스가 되었었다. 데스크를 통과했고 대중이 보아주었다. 지금의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사실만을 보도하려 했다면? 전혀 아무런 양념도 치지 않고 있는 재료 그대로만을 보여주려 했었다면? 시청률로써 대중은 그런 송차옥의 의도에 호응해 주었다. 그것은 믿음이 되고 신념이 되었다. 그것이 뉴스다. 대중은 여전히 송차옥의 뉴스를 선택함으로써 그것을 다시금 확인해주었다. 기왕에 송차옥 자신이 이슈의 중심에 놓이고 그녀를 취재하여 뉴스로 내보내야 한다면 보다 대중이 좋아할만한 내용과 장면들로 채워넣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송차옥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해 본다. 단지 한 사람의 개인적인 사죄와 반성으로 끝나지 않는 보다 근본적인 답을 그 안에서 찾는다.


결국은 자기가 다치기 싫어서다. 미안하지만 행복하다. 형에게는 죄스럽지만 그러나 지금의 가족들이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 지금껏 최달포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도록 해준 그 역시 자신의 가족들일 것이다. 지레 혼자서 희생양이 된다. 자기를 상처주었으니 그만큼 자기의 죄도 덜어졌을 것이다. 그러면 그를 떠나보내야 하는 지금의 가족들은? 거창한 이유같은 것은 없다. 거짓말이란 그런 순수한 이기이며 욕망이다. 그다지 깊은 의미를 둔 장면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전체를 하나로 관통하는 일관된 무엇이 딨다. 인간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타인의 상처에 이를 드러내는 것은 야생의 습성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다른 누군가를 공격해야 한다. 다른 누군가의 숨통을 끊고 그를 짓밟아야 비로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 다수의 힘을 믿는다. 그 힘을 과시하는데 동참한다. 물어뜯고 할퀴며 상처투성이가 된 모습에서 자존감을 회복한다. 언론이 대중을 위해 봉사한다. 혐오스러운 현실이다. 적나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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