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고도성장기와 IMF를 거치면서 내면화된 어떤 판타지일 것이다.
국가는 항상 성장과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사회의 성장과 경제적 발전이 국가의 의무다.
국가가 번영하면 국민 역시 당연히 잘살게 된다. 잘살게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래서 초월자적 리더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층위의.
"그분이 다 해주실 거야."
"화끈하게 밀어붙일 땐 밀어붙여야..."
그러니까 부패해도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당장의 부패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미래의 번영과 성공이 더 중요한 것이다.
미래의 가치다. 혹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현재라는 미래의 가치이기도 하다.
현재는 무시된다. 현재란 미래를 위한 것이므로. 과거의 결과일 것이므로.
지금의 고난과 희생은 과거를 미래로 옮겨 놓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그런데 과연 민주주의란 그런 제도인가?
아마 다나카 요시키도 그 부분을 고민했을 것이다.
청렴하고 능력있는 독재자보다 민주주의는 과연 나은 제도인가.
민주주의라는 제도 안에 갇힌 양 웬리에 비해 독재자 라인하르트는 거침없이 제국을 성장시켜간다.
하지만 라인하르트의 성공은 오로지 개인의 열정과 의지, 그리고 역량에 의한 것이었다.
당장 수많은 제국민들이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전쟁에 참가하여 죽어가고 있었다.
최소한 가장 부패한 상태에서도 자유행성동맹은 유권자들에게 묻고 행동을 결정하고 있었다.
라인하르트와 가장 비슷한 것이 바로 드와이트 그린힐이었다.
군인의 방식대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자유행성동맹을 바꾸려 시도했었다. 쿠데타다.
성장지상주의는 그래서 독재를 옹호하게 된다. 민주주의적 절차와 과정은 비효율적이고 거추장스럽다.
독재를 경험한 사회에서 독재에 대한 향수가 일어나는 이유일 것이다.
민주주의란 너무 복잡하고 번거롭고 그리고 느리다. 독재가 훨씬 편하고 빠르고 효율적이다.
미래만을 보니까. 과거만을 돌아보니까. 현재의 희생은 그를 위해 너무 당연하다.
민주주의란 바로 그같은 현재에 뿌리를 두는 것이다. 다름아닌 지금 여기 사는 자신들이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내가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꺼려하는가.
그런 수많은 현재가 모여 미래를 결정한다. 누구 하나 희생하지 않고 손해보지 않으며.
최고가 아닌 최선이다. 가장 좋은 것이 아닌 가장 나은 것이다.
고민하고 토론하고 대화하고 타협하고 그럼으로써 누구 하나 버리지 않고 함께 나간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다소간의 희생이나 피해는 어쩔 수 없다.
그 다소간의 희생과 피해 때문에라도 일방적인 정책은 결코 있어서 안된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이 동의하지 않은 전장에 강제로 세워서는 안된다.
그들로부터 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개인의 희생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이기에.
아직도 미래의 성장과 발전만을 생각한다. 당장의 평화나 안락은 그를 위해 희생한다.
지금을 누리고, 지금을 즐기고, 그러면서 무엇도 포기하지 않는 미래를 고민한다.
여러가지로 어렵다. 경험을 벗어난 지식이란 사실 이상일 뿐이다.
IMF가 크다. 김영삼이 새누리와 한국보수를 위해 너무 큰 일을 했다.
정작 IMF로 기득권이 피해를 본 것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대신 가장 소중한 현재를 잃어 버렸다. 내일만을 보고 살아가게 만들었다. 보수가 승리하는 이유다.
민주주의란... 정치란... 국가란...
그냥 판타지소설을 읽다가... 아이들이 보는 현실이란 바로 이런 모습일 터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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