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백두산 4집 - 왕의 귀환...

까칠부 2009. 8. 14. 07:00

이러쿵저러쿵 떠들 주제는 못 되고 - 덕분에 쓰려다 엎은 게 꽤 된다. 역시 나는 음악에는 문외한이다. 따라서 단순히 문외한으로서의 감상만 말하자면 이렇게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겠다.

 

"꼰대의 귀환"

 

참 꼰대스럽다. 그 깐깐한 사운드 하며, 그토록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꼰대스런 가사 하며...

 

그러나 말이지. 유현상이 올해 56살이다. 한춘근 김창식이 아마 동갑을 거고. 막내인 김도균이 46살이던가? 딱 꼰대의 나이다. 꼰대가 꼰대의 음악을 한다는데 뭐?

 

그런 점에서 "아이들아"라는 노래는 상징적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사랑한단다."

 

사실 아이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어른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말이기도 하다. 메탈이란 장르를 통해,

 

그러고 보면 메탈도 이제 꼰대의 음악이 되어가고 있다. 한때는 젊음의 상징처럼 여겨졌었지만 시대의 흐름이라는 게 메탈 역시 사람처럼 시간의 저편에 남겨두게 되는 게지. 아마 대표적으로 백두산의 깐깐한 사운드가 그렇지 않을까?

 

원래는 원년의 백두산에는 관심이 없던 내가 백두산의 새앨범을 구입한 이유가 그거다. 요즘의 락사운드는 좀 심심하다. 열심히 긁고 두드려대고는 있지만 그 깐깐한 짜임새라는 부분에서 모던과 펑크가 대세이다 보니 허술한 부분이 좀 있다. 블랙홀이 지금까지는 유일했는데, 그보다 더한 깐깐함으로 무장한 백두산의 앨범이 나왔으니. 메탈이 갖는 원초적인 헤비함에 20년간 농익은 멤버들의 연륜이 그대로 묻어난다.

 

도대체 누가 이것을 듣고 20년도 전에 해체되었던 밴드라 하겠는가? 20년만에 재결합해서 1년도 채 안 되어 나온 앨범이라 할 것이고. 이런 일체감있는 사운드란 마치 먼 바다를 돌아 돌아온 보물과도 같은 것이다. 그저 내지르기만 할 뿐만 아니라 안으로 갈무리할 수 있게 된 그 깊이라는 것도.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트랙이라면 신곡 가운데 In My Life. 서정적인 도입부와 날카롭게 치솟는 절정부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처절하달까? 후렴부에서 폭발하는 유현상의 거친 샤우팅은 듣는 이의 영혼에 깊은 스크레치를 남기는 듯하다. 나도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다는 것일까?

 

그리고 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것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가 대한민국이다." 국수주의스럽다나 뭐라나? 말했듯 딱 꼰대스런 가사다. 그러나 또 말했듯 백두산은 꼰대들이다. 그들 세대가 느끼는 젊은 세대와는 또다른 현실인식과 주장이 또 새롭게 다가온다. 물론 오케스트라와도 같은 장중한 사운드는 훌륭하고.

 

마지막으로 악마의 후크송이라 불리우는 "반말마" 진짜 제대로 후크다. 원래 후크의 원조는 락이었다. 크게 라디오를 켜고도 따지고 보면 후크였지. 짧고 강렬하게 반복되는 멜로디와 그 공간을 채우며 부수고 들어오는 사운드와, 그 원초적인 에너지. 아아, 공연 때 딱 사람 미쳐버리기 좋은 곡이다.

 

이밖에도 리메이크한 Up in the Sky와 주연배우가 괜찮았는데, 백두산 2집의 그것과 비교하며 들어보면 재미있겠다. 다만 안타깝게도 원래 백두산 1, 2집이 나왔던 서라벌 레코드가 넘어가면서 판권까지 이리저리 흘러들어 백두산 멤버들조차 1집과 2집의 음원들에 대해서는 권리가 없었다고 한다. 리메이크도 자기들 손을 떠나버린 옛히트곡들을 다시 자신들 손으로 들려주기 위한 선택이었던 셈. 새로운 기분으로 - 특히 백두산이라면 생소한 세대들이 들어보면 좋겠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Up in the Sky와 주연배우를 리메이크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가 대한민국이다"와 "반말마"를 오리지날 버전과 라디오 버전으로 나누어 실은 것은 조금 실망이었다. 그 자리를 신곡으로 채웠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렇게 큰 차이도 없는 두 가지 버전으로 같은 노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러나 이 역시도 앨범 준비기간이라든가 그런 것을 감안하면 또 이해 못할 것은 아닌 셈. 이래저래 사람이 마음을 넓게 먹으면 이해 못할 것이 없달까?

 

아무튼 간만에 제대로 된 메탈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김도균의 화려한 기타가 들려주는 원초적인 헤비함과 마치 기타소리인 양 들려오는 베이스의 묵직한 단단함은 저 깊은 곳을 울려주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떠받치는 드럼소리야 뭐... 아니 무엇보다 쉰여섯이나 먹고 그런 샤우팅을 해대는 유현상이란. 요즘의 락사운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바로 백두산의 음악이니.

 

아, 그리고 하나, 우연히 읽은 것인데 나이 쳐먹고 뭔짓이냐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낫살 먹고 그러고 싶느냐고. 하긴 좀 그렇지? 쉰 넘이 먹은 분들이 저런 메탈이라니.

 

그러나 메탈이란 자체가 그들 세대의 음악이다. 그들이 한창 활동하던 때의 음악이고, 백두산에게는 하나의 옷과 같다. 아니 그들의 일부다. 낫살 먹었으니 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꼰대의 귀환. 정말이지 꼰대스러운 깐깐하면서도 왕이라는 자부심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근엄한 음악이었다. 조금은 장난스러우면서도 서툰 반항은 허락지 않는. 무엇보다 듣는 재미가 있었다. 때로는 이런 음악도 필요하더라는 것이다. 좋았다. 정말. 이것도 대박나라 300만장!

 

 

역시 그 시대에는 그 시대에 맞는 음악이 있다.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그 시대의 사람들에 맞는 음악이 있고. 부활과 H2O, 백두산, 블랙홀, 이제 시나위만 돌아오면... 시나위여! 시나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