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더러워질까봐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될 수 있으면 입다물고 지내려 했는데... 시절이 참 사람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어차피 망해가는 블로그이기도 하고.
문재인이 탕평하겠다 했을 때 솔직히 비웃었다. 저 노친네 뭔가 착각하고 있구나. 지지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될 일이 아니다. 간단히 케잌 하나를 다섯 명이서 최대한 만족하며 나눌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나누는 것? 그래서 안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갖는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이유도 그래서다. 내가 더 많이 가져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는데. 저놈은 뭐한데 나와 똑같이 먹는가. 그럴 때 가장 좋은 것이 한 사람에게 최소한의 양만을 주고, 나머지에게 그보다 많은 양을 똑같이 나누는 것이다.
"봐라, 최소한 쟤보다는 많지 않은가!"
한 사람은 불만을 갖겠지만 나머지 4사람은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이 불만을 가지더라도 나머지 네 사람이 힘을 합하면 얼마든지 누를 수 있다. 그것이 정치다. 더하고 빼는 것.
지금 새정연 여기저기에서 파열음이 새어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각자 자기 지분을 생각한다. 당에서의 역할이나, 영향력, 혹은 기여도, 그러므로 자신만이 특별히 누려야 할 어떤 것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모두가 똑같이 나누게 되니 차별성이 없어진다. 이놈도 저놈도 같다. 최소한 나는 더 받아야 한다. 실제 현재 새정연에서 일고 있는 내분에 대한 보편적인 분석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겠는가. 역시 유시민의 의견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주류가 없다. 그러면 주류를 만들면 된다. 주류는 어떻게 만드는가? 비주류를 만들면 된다. 이들과는 결코 함께 할 수 없다. 정확히 이들 정도면 배제해도 전체의 대세에 큰 영향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위상에 도움이 된다. 나머지를 포섭하여 그들에게 돌아갈 몫을 나눠준다. 아군을 만든다. 반발은 주류로 포섭된 이들의 힘을 모아 진압한다.
파열음이 일더라도 당내 주류의 다수가 확실한 중심을 잡아준다면 그저 귀퉁이의 잡음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어디나 불만세력은 있고, 집단에 섞이지 못하는 소수는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완전히 배제할 필요 없이 그들이 없으면 다시 누군가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하므로 최소한으로 억압하며 주류를 단결시키는 촉매로 이용한다. 당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자신들 주류다.
물론 그냥 되지는 않는다. 양보가 있어야 한다. 거래와 타협이 선행되어야 한다. 권력을 나눈다. 당권을 움켜쥐고 그것을 자신들끼리 나누어 마음껏 누린다. 최소한 주류로서 권력을 함께 나눈다는 동지의식을 심어준다. 자신들과 이익을 공유한다. 그것을 설득해내는 것이 바로 정치력이다.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일 때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까지를 고려하여 협상에 나섰다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 번 패배하고 힘이 꺾인 뒤라면 더 많은 것을 양보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누구를 포섭할 것인가? 절대 아군이 될 수 없고, 아군이 되더라도 자신의 권위를 넘어설 수 있는 세력은 배제해야 한다. 자신이 점한 당대표와 차기대선의 유력후보라는 프리미엄을 비싸게 사줄 수 있는 이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안철수는 필수다. 안철수는 새정연내의 새로운 바람을 상징한다. 아직까지 당내 비주류로서 주류로의 편입에 관심도 많다. 안철수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카드를 계산해야 한다. 수지가 맞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다른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 영정조의 탕평이 가능했던 것도 숙종이 환국정치를 펼치며 왕권을 위협할 수 있는 당파의 중진들을 다수 제거했기 때문이었다. 벌열과 향반을 나누어 오로지 한양에 머물며 왕의 가까이에 위치한 양반들에게만 기회를 준다. 양반도 나뉜다. 벌열 가운데서도 다시 나뉜다. 왕의 눈밖에 나서는 지금의 위칮차 지킬 수 없다. 그만한 힘을 갖춰야 한다.
딱 전선이 보인다. 함께 할 수 있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이제는 그들과 나눌 수 있는 것들을 계산한다. 정국타개책이다. 무엇을 희생하고 양보할 수 있는가. 그래서 문재인이 어렵다. 사람 좋은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권력의지란 곧 권력을 가져야 하는 당위이며 그를 위한 수단들이다. 참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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