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란 한 마디로 자신의 일을 목적으로 삼는 이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임감이며 사명감이고 야망이다. 일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 프로야구선수라면 한국시리즈 우승일 것이고, 음악인이라면 시대를 초월한 명곡을 자신의 이름으로 남기는 것일 게다. 영화감독으로서 천만 관객을 목표로 하고, 배우로서 자신의 대표작이 될 수 있는 작품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정치인은?
정치인으로서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그것이 권력의지일 것이다. 권력을 가지고자 하는 간절함이며 권력을 가져야 하는 절박함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모여서 굳이 정당을 만들어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정치를 하고자 하는 것은 권력을 가지기 위함이며, 권력을 가지고 싶은 것은 권력을 통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다못해 권력을 이용해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사치와 향락을 이루고 싶다는 목표라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사치와 향락을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당연히 더 큰 권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정치를 하는 모든 사람들의 눈은 오직 한 곳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그곳에 오르든, 아니더라도 그곳에 오르게 될 누군가의 한 편이 되어서든. 그를 위해 서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계파를 만들고, 그 계파 가운데 비슷한 가치를 지향하는 이들끼리 모여서 정당이라는 것을 만들게 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 바로 그곳의 주인이 되는 것. 그를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희생하고, 양보하고,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여당이 그렇게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다가도 권력의 앞에서는 철저히 이해를 맞추며 걸음을 함께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일 것이다. 그들이 굳이 새정연이라는 정당에 몸담고 있는 이유란 무엇인가?
조금의 불편함도 참지 못한다. 조금의 불쾌함도 견디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손해를 볼 것 같으면 바로 자신의 이익부터 챙기려 한다. 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자신만 당선되면 상관없다. 당이 권력을 잡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권력만 지켜지면 전혀 문제없다. 아니 오히려 패배를 반기고, 그것을 조장하기도 한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이 뽑은 후보를 흔들고, 소속정당의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는데도 태업하거나 오히려 반대편에서 그를 비판부터 한다. 권위주의적인 일사불란함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권력을 지향하는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은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바이기도 하다. 새정연의 정치인들에게는 권력의지라는 것이 없다. 있어도 희박하다. 기껏해야 지금의 지역구, 그보다 조금 더 나가면 새정연이라는 안방의 주인이다. 당권이 대권보다 더 중요하다. 당에서의 입지가 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정국을 주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당과의 싸움보다 같은 당 안에서 싸움이 더 치열하고 저열하기까지 하다. 그 모든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국민적 이미지를 결정한다. 기껏 지지율 1위의 대선예비후보를 내놓고서도 그것을 지키기보다 어떻게 해서든 흠집내고 끌어내리는데 여념이 없다. 자기들 계파 후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들의 한계인 것이다. 대권을 쥐어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없다. 총선에서 승리해야 할 절박한 동기도 없다. 무언가 이루고 싶은 것이 없다. 하다못해 지키고 싶은 것도 없다. 일개 국회의원으로서가 아닌 대통령의 권위와 권한을 빌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무엇이어야 할 것이다. 원내다수당으로서 국회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무언가여야 할 것이다. 그것을 비전이라 부른다. 그런 것이 없으니 당장 여당이 되고 다수당이 되기보다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 그들의 현실이다. 정치인으로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그들은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렸다. 그나마 하는 일이 정치인이니 지금의 자리나 지키려 안달할 뿐.
국민들이 무능과 부패에도 불구하고 새정연이 아닌 새누리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그들에게는 비전이 없다. 하다못해 지키지 않을 거짓된 약속이라 할지라도 새누리당은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국민이 듣고자 하는 말을 주저없이 들려준다. 그런 것이 없다. 고민이 없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권력이 쥐어준다? 김대중과 노무현 두 번의 정권에서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무엇이었는가? 특히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고 야심차게 민주당까지 깨고 나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던 보여준 지리멸렬한 모습이란 그들에 대한 신뢰를 접게 만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심지어 자신들마저 전혀 알지 못한 채 우왕좌왕거리고 있었다. 그 주역이 정동영이었다는 것은 한 편의 코미디다. 지금에 와서 과거 참여정부와 지금의 야당을 심판하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정연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한 가지다. 위기의식을 가지고 절박하게 뼈를 깎는 자기쇄신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지금 기존의 정치인들의 희생 역시 포함될 것이다. 그래서 못하는 것이다. 정당이 망하더라도 자기는 살아야 하니까. 모든 개혁과 혁신의 요구는 당 내부에서 구성원 자신들에 의해 거부되고 부정되었다. 오죽하면 누군가 김대중과 같은 카리스마적인 정치인이 나와서 학살극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마저 있겠는가. 지지자들도 지쳐 있다. 지지자들은 권력을 원한다. 대권과 다수당을 원한다.
새정연에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새정연이 의회다수당이 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새누리당과는 다른 정치를 이 사회에서 구현해 보여주어야 한다. 지지자들의 바람이다.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반대편에 선 유권자 대부분의 바람일 것이다. 그런데 항상 그 기대를 배반한다. 지지할 수 있을까?
믿고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기대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거부한다. 정당으로서 이미 사망상태일 것이다. 그나마 자신들에게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호남으로 달려가 유권자들의 지역정서에 호소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것만 있으면 지금의 자리와 위치는 보장될 수 있을 테니까. 호남출신이 아닌 지지자는 돌아볼 필요도 없다. 당은 망해도 자신은 살아남는다.
권력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권력을 가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정치란 무엇인지. 정치를 왜 하는지. 국회의원이란, 그리고 정당이란 어떤 의미인지. 그러고도서도 잘도 정치인이라고 행세한다.
사실 문재인에게도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 그나마 낫다. 유일하게 대권을 노리고 있다. 유일하게 민주당의 이름으로 권력을 손에 쥐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기꺼이 양보한다. 기꺼이 타협할 수 있다. 자기의 몫을 일부러 챙기지 않는다. 그러나 문재인의 올곧은 의지가 제대로 받아들여지기에는 새정연은 이미 썩을대로 썩어있다. 새정연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보다 먼저 새정연 안에서의 자신의 권력의지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자기 사람을 만들고, 그들을 모아 계파를 이루고, 그 계파의 힘을 키워 다른 계파를 누른다. 당을 바꾸지 않고서 그가 바라는 정치는 절대 불가능하다. 새정연에는 희망이 없다. 지금 상태로는.
정치는 권력을 가지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권력 없는 정치란 없다. 권력이 정치의 모든 것이다. 정치란 곧 권력의지다. 그들이 아마추어인 이유다. 권력을 모른다. 권력이 뭔지도 모른 채 주변만을 핥으며 달콤함에 취해 있다. 다른 말로 몽니라 부른다. 그런 것들이 그나마 이 나라의 정치를 지탱하는 제 1야당이라는 것이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혐오한다. 어느 무엇보다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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