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착한 아이론 - 한국사회의 인정과 배려...

까칠부 2015. 5. 18. 15:38

부모들은 무언가를 조르는 아이들에게 항상 그렇게 말하곤 한다.


"착하게 있으면 해달라는대로 해줄게."


한국사회의 인정이 항상 관용이나 배려와 비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정이란 오지랖이다. 다른 사람의 삶에 일방적으로 관여하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열의 논리가 개입한다.


자기보다 잘난 사람에게 인정을 베풀지는 않는다. 자기보다 하나라도 아쉬워 보일 때 인정을 베풀려 한다.


그래서 조건이 붙는다. 착할 것. 착하게 행동할 것. 그렇지 않을 경우 자격은 주어지지 않는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냉정한 시선이 그것이다.


말로는 소수성애자들을 배려한다. 그때도 조건은 붙는다.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것. 자신들에게 거슬리지 않는 말과 행동만을 보일 것.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그때부터 비난이 퍼부어진다. 자격을 잃었으므로 인정은 베풀지 못한다.


그래서 착해져야 한다. 조용해져야 하고, 조신해져야 하고, 엄숙해져야 하고,


오히려 약자이기에, 관용과 배려가 필요한 처지이기에, 그래서 더 강하게 요구한다.


그러면 어째서 강자들에게는 그런 것들을 요구하지 않는가? 말 그대로다 강자니까.


아이가 부모에게 착하게 굴면 뭐 해주겠다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강자가 인정을 베풀어야지 강자에게 인정을 베풀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강자의 오만은 안심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강자의 그늘에 있으면 보호받을 수 있다.


세대를 불문한다. 입으로는 관용과 배려를 말하면서 조건을 말하는 것은 대부분이 같다.


자신이 원하는 기준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존중도 존엄도 없다.


새월호는 한국사회의 도덕성의 바닥을 드러내 보여준 사건이다. 한국인과 한국사회에 절망한다.


착하게 굴면. 착하게 행동하면. 착한 모습만 보이면. 아이들도 그렇게 죽어갔다.


존재에는 조건이 없는 것을. 부모의 사랑조차 조건이 붙어야 한다. 아름다운 사회다.


새삼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사람들을. 생각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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