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야당과 친노...

까칠부 2015. 9. 10. 00:28

전제하자면 나 역시 노빠라면 이가 갈린다. 노빠놈들 하던 짓거리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전쟁 당시 완장차고 죽창들고 설치던 앞잡이놈들과 과연 다를 것이 있을까.


하지만 야당의 입장에서 보면 노빠 - 아니 지금은 친노라 불리는 그들은 여당의 콘크리트와 비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열성적인 지지층일 것이다. 가장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주체적이고 자발적이다. 가장 앞장서서 야당을 위해 기꺼이 피투성이가 되어가며 야당의 적들과 싸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야당내의 반대파들과도 피투성이가 되어 함께 구르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을 것이다.


이른바 여당을 한결같이 지지해주는 콘크리트들은 사소한 정책의 성패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 편이다. 나라빚이 몇 조이고, 규제완화로 어떤 참사가 일어나고, 국제관계에서 한국외교가 어떤 상황에 놓이고, 심지어 미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도 얼마든지 감수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 즉 한국의 보수성만 충족한다면. 당장 자신의 월급이 줄고, 자식의 가게가 문닫아도 그것만 충족한다면 얼마든지 지지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정책이 성공했어도 지지는 위태롭다.


친노 지지자 역시 마찬가지다. 정책의 성패를 따지며 지지하던 사람들은 이미 노무현 집권기 모두 떨어져나갔다. 지금 남은 친노지지자들은 개별의 정책보다 일관된 방향성을 추구한다. 각각의 개별적 사안에 대한 판단보다 전체적인 방향이나 지향에 대해 종합적 판단을 내린다. 그것에 위배되었을 때 그들은 기꺼이 투표를 포기할 수 있다. 정동영이 대통령후보가 친노정치인들이 신당에서 배제되었을 때 친노지지자들은 기꺼이 투표를 포기하며 비토를 행했었다. 민주당이 가장 처참하게 패했던 시기였다.


어차피 중도층은 변수다. 중도층이라고 엄격하고 냉정하게 개별의 정책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대세를 따른다. 그 대세를 만드는 것이 바로 고정지지층이다. 고정지지층이야 말로 상수다. 언제 어느때고 큰 문제만 없으면 자신들을 지지해준다. 중도층을 잡기 위해 친노를 쳐내야 한다. 그 친노와 연결된 친노지지자들을 쳐내야 한다. 그러면 무엇이 남을까? 비노진영이 호남을 들먹이는 이유다. 친노지지층을 배제할 경우 남는 고정지지층은 호남이 거의 유일하다. 그것만으로 좋다.


친노배제론이야 말로 결국 정권이고 뭐고 그저 자기 자리만 지키면 된다는 사고의 단적인 표현일 것이다. 원래 안철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결론내릴 수 있었다. 안철수가 진정으로 대권에 욕심을 가지고 더 큰 정치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친노를 저리 배제하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친노와 함께 가야 한다. 문재인이 비노까지 모두 끌어안으려 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문재인은 자신을 비토하는 비노까지도 야당의 지지층으로 장차 정권교체를 위한 상수로써 여기고 있다. 차라리 자신의 대표자리까지 내걸고 승부를 걸겠다. 그에 비하면 비노들은 어떤가.


순수하게 정치공학적으로만 접근한다. 친노에 대한 호불호는 배제한다. 친노는 나도 싫다. 하지만 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동안의 여러 우여곡절들로 인해 야당의 지역조직기반은 많이 와해된 상태다. 조직 없이 승리하려면 그만한 힘을 가진 집단적 지지가 필요하다. 행동할 수 있는 지지다. 누가 그것을 제공하는가.


하기는 누군가 그러더라. 누가 되더라도 친노 역시 야당의 승리를 위해 야당에 표를 주지 않겠는가고. 말했다. 가장 열성적인 지지자들은 오히려 사소한 정책의 성패나, 개인의 잘잘못을 기준으로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일관된 방향성을 가진다. 과연 친노를 배제한 야당에 친노가 표를 줄 것인가. 그들은 자신 아닌 다른 대상에 대해서는 완고할 정도로 엄격하다.


친노배제론이 우스운 이유다. 친노정치인을 쳐내겠다는 것은 그들을 지지하는 지지자들 역시 쳐내겠다는 뜻이다. 비노배제론은 없다. 그러면서 야당의 승리를 말한다. 당연하게 자신들에 표를 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오만한 망상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거대야당이 어째서 정치에 해악인가 보여준다.


문재인이 승부를 걸었다. 혁신안을 통과시켜달라. 자신의 당대표자리를 걸겠다. 이것을 바랐다. 문재인이 가진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정치적인 책임을 비노에게 돌린다. 무책임하게 문재인과 친노배제론만을 말하는 비노들과 비교되는 장면이다. 비노들 역시 혁신안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주기를 바란다. 다른 대안이 있다면 기꺼이 그것을 따르겠다. 야당은 하나여야 한다. 과연 대표다운 모습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지지자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어째서 당내 조직이 더 강함에도 선거만 하면 친노에 비노가 패할 수밖에 없는가. 그 비결이 곧 야당이 기댈 수 있는 가능성이다. 답답하다.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