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람의 원인은 한 가지다. 바로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다. 지금의 정치로는 안되겠다.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안철수가 '새정치'를 외치며 나타났을 때 환호하며 그 주위로 몰려들었던 것이다. 여당도, 제 1야당도, 소수진보정당도 아닌 새로운 대안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하다.
현재 새정연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은 안철수가 주장하던 새정치와 상당부분 닿아 있다.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공천을 국민에게 다시 돌려준다. 여기부터 시작이다. 기성정치인의 기득권을 약화시키고 새로운 피의 수혈을 용이하게 만든다. 다만 이 혁신안은 기존의 새정연 계파정치인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어떻게 포지션을 잡아야 강하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가.
그래서 오판이라 하는 것이다. 안철수가 노려야 할 타겟은 새누리당도 새정연도 아닌 새로운 대안정치세력을 요구하는 중도적 유권자들이다. 그들은 오히려 혁신위의 혁신안에 호감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안철수가 취해야 할 포지션은 그보다 더 한 걸음 나간 보다 더 진취적이고 혁명적인 새로운 혁신안일 것이다. 더 국민들에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과 수혈이 가능한 선진정당을 체질을 바꾼다. 그런데 여기서 안철수는 그보다 구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에 영합하는 최악의 수를 두고 만다.
어차피 기존의 안철수 지지자들은 안철수를 따를 것이다. 여기에 구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자들까지 흡수하면 문재인보다 위에 설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안철수 지지자들이나, 벌써부터 안철수에 우호적이던 구민주당 지지자들이나 안철수에게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남이라는 구민주당의 텃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아닌 그들 자신의 의견을 듣고 현시로 옮겨달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인 것이다. 혁신안보다 더 혁신적인 내용들을 안철수는 주장해야 했다.
사실 이런 것들이 안철수 바람이 한창 불고 있을 때도 나로 하여금 안철수에 회의적이게 만든 이유들이었다. 어차피 이명박이나 박근혜나 당선될 수 있었던 원인도 결국 같다. 정치를 혐오한다.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 그래서 정치를 하지 않을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아니나다를까 이명박도 박근혜도 정치같은 건 하지 않는다. 통치를 한다. 안철수도 같은 길을 가려는 것일까.
사실 나 역시 지금의 혁신안이 100%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어쩔 수 없다. 모두는 정치적으로 입장이나 이해가 서로 갈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의지를 느낀다. 이대로는 안된다. 새정연을 바꾸어야 한다.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제대로 보고 있다. 벌써부터 거대 제 1야당에 대한 비토와 비판이 적잖이 나오고 있었다. 안철수가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다. 지금의 새정연으로는 안된다.
벼르고 있다. 만일 이나마라도 실패한다면 아예 투표를 포기할 야권 지지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념도 맞지 않는 내가 진보정당에 줄곧 투표해오고 있었다. 지금의 새정연은 또다른 새누리당이다. 그들에게는 어떤 기대도 희망도 가질 수 없다. 잊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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