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민주주의와 유권자의 책임...

까칠부 2015. 10. 7. 18:22

아주 극단적인 예로 어느 정치인이 이런 주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출산율저하의 대책으로 성폭행을 비범죄화하고 임신중절을 금지하겠다!"


주장을 하는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런데 그 정치인에게 그같은 주장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주어졌다.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한반도는 근대화되었고,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지배는 조선의 인민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독립운동은 일본제국주의의 선의를 이해하지 못한 폭도들의 반동일 뿐이다."


역시 그런 주장을 하는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런데 공약까지 한다.


"이같은 사실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역사교육과정을 바꾸겠다!"


그리고 선거에서 당선되어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누구의 책임이겠는가?


그런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정치인들의 다른 공약이 더 마음에 들어 지지한 것일 뿐이다.


다시 말해 다른 공약에 비하면 이것과 같은 주장들은 그다지 중요한 가치를 가지지 못했다.


그러면 그대로 되는 것이다. 다른 공약을 실천하는 대가로 이들 정책들도 실천된다. 누구의 책임인가.


주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공약은 아무것이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현실로 옮기는 것은 별개다. 그 힘을 누가 주는가. 그럴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은 누구인가.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가.


허경영도 출마한다. 장세동도 출마한다. 김길수도 출마했었다. 출마는 자격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한다. 결국 누가 유권자의 선택을 얻어 필요한 권력을 손에 넣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공약이 있는 줄도 몰랐다."

"일단 찍어주고 반대하면 되는 것 아닌가."

"투표했다고 해서 어째서 유권자에게 책임을 묻는가."

"정치인이 잘못한 것이지 유권자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히틀러가 잘못한 것이지 그를 선택한 독일국민이 잘못한 것은 아니다. 히로히토와 도조 히데키가 잘못한 것이지 일본국민 역시 마찬가지로 피해자에 불과하다. 참 편리한 논리다.


정책에는 반대하지만 인물은 지지한다. 공약에는 반대하지만 인물이 마음에 들어 투표한다. 언제부터인가 정치에 대해 쓰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 이유. 정치가 무언지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득 진보논객 가운데 꽤 주목받는 누군가의 명사설이 기억난다.


이놈저놈 다 똑같으니 걍 기권하라. 기권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정치권에 전달하라. 


그래서 어떻게 되었던가. 기권해서 그들의 뜻은 정치권에 전해졌는가. 무언가 현실을 바꾸고 있는가. 그런 놈이 논객 어쩌고 아직까지 추앙받는 꼬락서니가 어이가 없을 뿐. 내가 좌파놈들 싫어하는 이유다.


정치인이 잘못한 것이지 유권자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정치인의 잘못이지 국민의 잘못은 아니다. 아예 그런 공약을 하지 않았으면. 평소 그런 주장들을 하지 않았으면. 더구나 지금 현재도 열렬한 지지로써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런데도 잘못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국민 자신이 주인이 되는 제도다. 주인이란 곧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저 편하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