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당황스럽다. 하필 토요일 오전이라니. 아직 집에 있을 시간이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다. 주 5일 근무라면 한 주의 일을 마치고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다 비로소 주말을 즐기려 일어날 무렵이다. 뜨거워지기에도 터뜨리기에도 아직 몸도 마음도 다 깨어나지 않았다. 과연 이 시간대에 TV라는 것을 보았던 것이 언제적인지. 하물며 밴드다.
어쩌면 시즌2의 실패에 대한 반성이었을 것이다. 너무 길었다. 너무 반복되었다. 너무 마니아적이었다. 유명밴드들이 대거 출연한 것은 좋은데 아는 밴드들이었다. 이미 대중의 평가가 끝난 밴드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중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려 하는 것은 자신이 직접 출연자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그 순간을 즐기고자 하는 것일 터다. 아직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원석을 찾아내어 세상에 알리자는 것인데 벌써 판단과 평가가 끝난 밴드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베테랑 밴드에 떠밀려 무명밴드들이 밀려나는 것은 또한 얼마나 부조리한가.
시청률 이상의 화제성과 마니아층을 몰고온 시즌 1으로 회귀하려 한다. 그러면서 시즌 2의 실패에 대한 반성이든, 혹은 그로 인한 영향이든 프로그램을 보다 컴팩트하게 압축한다. 예선이 채 2회를 넘지 못하고, 시즌 1에서 예선의 하이라이트였던 300초무대가 코치결정전과 하나로 합쳐진다. 불과 4회만에 코치결정전의 마지막 팀만 남겨두고 있다. 문제는 지루할 틈이 없어서 좋기는 한데 충분히 달궈지기에는 너무 급하지 않았을까. 시즌 1에서도 수많은 기량미달의 팀들 사이에서 몇몇 실력있는 팀들이 군계일학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동영상으로 이미 예선을 거친 뒤라 크게 변별력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모두가 잘한다.
예선은 조금 길게 가져가도 좋다. 충분히 다양한 많은 밴드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밴드라는 즐거움을 알린다.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직업도 상관없이 단지 밴드가 좋아 모인 사람들을 보여준다. 밴드를 하게 된 서로 다른 사연과 이유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프로를 넘어서는 기량과 재능들이 눈에 띈다. 자기만의 보물이다. 아직 세상은 알지 못하는 재능과 실력들을 오로지 자신만이 알고 있다. 자기의 밴드가 생기고 응원하는 팀이 생긴다. 프로그램도 대중도 충분히 숙성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들이다. 빨라서 좋은데 너무 급해서 도대체 어떤 밴드들이 있었는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미 프로그램 안에서 스타가 탄생해야 한다.
개인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밴드를 매칭해주는 아이디어는 신선했다. 아,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하지만 참가자 자신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과 고작 2달의 연습기간만으로 판단하려 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서로가 추구하는 음악이 다르고 가진 바 재능과 개성이 다르다. 전혀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모여서 연습하고 무대에 선다. 그런데 기간마저 짧다.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 3팀 가운데 선택된 것은 많은 실수가 있었음에도 개인의 기량이 뛰어났던 3POP 한 팀이었다. 그냥 한 마디로 아마추어인 참가자를 상대로 프로그램이 도박을 한 것이었다. 2팀이나 탈락한 순간 밴드를 매칭한 의미 자체가 사라졌다. 원래 팀이었던 이들이 아니다.
차라리 이 부분만 따로 떼어 밴드예선과 별개로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디테일하게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참가자 전원을 3팀으로 나누고 예선을 지켜본 개인참가자들로 하여금 원하는 팀을 선택케 한 뒤 그 안에서 다시 서로간의 투표를 통해 최종멤버를 걸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팀은 코치결정전 없이 코치와 함께 마지막 결선까지 함께 간다. 어차피 임의로 매칭된 밴드라는 자체가 가장 큰 패널티일 것이므로 성장드라마를 기대한다면 밸런스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또다시 드럼과 디스토션 걸린 기타소리가 공중파TV를 통해 들리기 시작한다. 서로 다른 다양한 개성을 가진 팀들이 모여 자신의 꿈을 건 경쟁에 들어간다. 코치도 줄었다. 윤일상과 장미여관은 대중성에 대한 고려일 것이다. 시즌 1부터 탑밴드와 함께 해 온 신대철이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준다. 시즌 3는 없을 줄 알았다. 뒤늦게 반갑다. 시간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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