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문득 JTBC에서 '송곳'을 방영하는 이유...

까칠부 2015. 11. 11. 05:01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JTBC일까? 중앙일보라면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더불어 대표적인 보수일간지 가운데 하나다. 특히 경제와 관련해서는 철저히 기업과 사용자의 편에서 기사를 쓰고 있다. 중앙일보 뒤에 있는 삼성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왜?


어떤 깨달음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송곳'을 보는 시청자 가운데 마트에서 실제 일하고 있는 노동자가 있다면? 그래서 '송곳'을 보고 배우고 깨달아서 노조를 만들고 사측과 싸우려 한다면? 가능하기는 할까? 그나마 알량한 비정규직 자리라도 지키려면 절대 불가능한 꿈인 것이다. 싸우다가 내쫓기고, 구실을 잡혀 구속되어 처벌받고, 손해배상으로 가족들에게까지 차압딱지가 들어가고, 그런데도 과연 사측과 싸울 용기를 낸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 현실은 이미 몇몇 사람들의 용기나 의지로 바꾸기에는 너무나 확고하다.


이런 드라마 내보낸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냉정한 현실만을 더 절실하게 깨달을 뿐이다. 드라마의 주인공들마저 결코 편하지 않은 과정들을 거친다. 많은 괴롭고 고단한 과정들이 그들의 앞에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니까 견딘다. 드라마니까 이겨낸다. 하지만 자신은? 그저 대리만족이나 얻는다. 대신해 분노하고 대신해 원망하고 대신해서 만족을 얻는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 그저 드라마 하나일 뿐이다. 그저 그런 내용의 드라마가 하나 방영되었을 뿐이다. 조선왕조를 배경으로 드라마를 만든다고 대한민국이 조선이 되지는 않는다. 자신감이다. 오만이기도 하다. 그래서 너희들이 무엇을 어떻게 살 수 있을 것인가.


드라마는 드라마다. 재미있으면 된다. 시청률만 잘 나오면 그만이다. 광고가 많이 붙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기업의 논리다. 자본의 논리이기도 하다. 의미를 부여할 필요 없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벌써 여기까지 왔다. 현실만 확인한다. 잔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