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시환혼 - 죽은 영혼이 다른 시체에 들어가 다시 부활한다. 이미 혁신전대로 인해 뒤로 물러나 있던 안철수의 혁신안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다시 논란의 전면에 오도록 만든다. 제안하기는 안철수가 제안했지만 그것을 수용한 것은 문재인이다. 혁신전대라는 다른 제안이 혁신안에 대한 안철수의 기득권을 빼앗고 오히려 문재인을 위한 무기가 되도록 만들었다.
차도살인 - 다른 사람의 칼을 빌러 상대가 죽임을 당하도록 유도한다. 원래는 문재인의 측근을 겨냥하기 위한 칼이었다. 한명숙과 윤후덕, 그리고 이번에는 신기남과 노영민이 그 대상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칼을 사용하면 안철수와 함께 자신을 공격하던 비주류의 상당수 역시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오히려 명분은 문재인에게 있다. 어쩔 수 없이 안철수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반객위주 - 손님이 오히려 주인행세를 한다. 안철수의 혁신안이다. 혁신위가 만든 기존의 혁신안으로는 부족하다며 문재인을 공격하던 무기였다. 그러나 혁신전대로 인해 안철수와의 거리가 벌어졌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으로 인해 안철수의 혁신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문재인의 의지가 되었다. 그리고 안철수의 혁신안은 오히려 안철수와 행동을 함께하는 비주류를 공격하기에 매우 유효한 무기다.
고육계 - 내 몸에 상처를 입힘으로써 상대를 안심시키고 역전의 기회를 노린다. 노영민과 신기남을 엄정히 조사하여 징계하겠다. 그리고 함께 자신에 정면으로 도전하던 유성엽과 황주홍도 해당행위로써 징계하려 한다. 안철수의 혁신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문재인에게는 큰 양보일 테지만, 그러나 이미 주도적인 위치에서 그같은 선택을 한 것이기에 대중의 호의적인 시선은 문재인에게로 향한다.
부저추신 - 물이 끓는 솥 아래에서 장작을 꺼낸다. 안철수가 문재인을 공격하는 명분은 다름아닌 혁신이다. 측근들의 도덕성이다. 그런데 안철수의 혁신안을 받았다. 안철수에게서 혁신안을 빼앗고 비주류로부터 안철수를 분리한다. 사실 이것이 가장 크다. 더 이상 안철수는 혁신안으로 문재인을 공격하지 못하고, 비주류는 안철수를 앞세우지 못한다. 혁신전대는 이미 생명이 다했다.
순수견양 - 그저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양을 몰고 나온다. 안철수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혁신전대는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대부분이 거부감을 가지고 말 최악의 제안이었다. 기회는 찬스다. 수순대로 더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겠다 돌파하는 명분으로 삼는다. 지금까지 수세로 일관하던 문재인이 처음으로 공세에 나선다. 명분은 충분하다. 그동안 넘치도록 견디며 인내해왔다. 주도권을 쥐게 된다.
관문착적 - 문을 닫고서 적을 잡는다. 그러니까 안철수의 혁신안이야 말로 안철수의 칼이며, 안철수를 끓게 만드는 장작이며, 안철수가 물러날 퇴로였던 것이다. 안철수가 받는다면 이제는 꼼짝없이 문재인 체제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받지 않는다면 안철수는 더 이상 문재인을 공격할 수 없다. 지나치게 혁신안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혁신안 자체를 자신으로부터 떨어뜨려 놓았다. 패작이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만천과해 -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 감기, 영결식, 기자회견, 눈물...
격안관화 - 강 건너 불구경. 남들 한창 싸우고 있을 때는 그저 즐겁게 구경만 하고 있으면 된다. 어차피 알아서 싸우다 망하고 말 것이다.
혼수모어 - 물을 흐려 고기를 잡는다. '혁신안은 실패다' 한 마디로 온통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비주류가 들고 일어나며 문재인의 리더십에 상처가 심각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비주류와 연대하여 부족한 자신의 세력을 대신한다.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무중생유 - 무에서 유를 만든다. 창조경제, 새정치, 그리고 재보선패배. 어차피 2개는 새누리 우세지역이었고, 2개는 야권의 천정배와 정동영으로 인한 것이었다. 천정배는 특히 안철수, 김한길 체제와의 갈등으로 당을 박차고 나갔다. 문재인의 탓이다. 문재인이 책임져야 한다. 더불어 갤럽이 조사한 호남에서의 지지율 5%. 반례가 나와도 아직도 지지자들은 밀어붙인다.
진화타겁 - 불난 집에서 물건훔치기. 기회는 찬스다. 순수견양이 순리라면 진화타겁은 역리다. 문재인의 위기를 문재인을 공격할 기회로 삼는다. 재보선패배와 안철수의 도전이 비주류에게 문재인을 공격하는 빌미가 된다. 명분은 만들면 된다. 마침 갤럽의 표본 100여명 짜리 여론조사도 있었다.
암도진창 - 몰래 진창으로 길을 뚫는다. 싸움은 기습이다. 혁신안이 막 마무리되려는 시점에 '실패'를 단정지으며 전면에 나선다. 갑작스럽 기습으로 문재인이 공을 들인 혁신안의 권위와 신뢰는 훼손되고 당혁신의 중신에 자신이 놓인다. 여기서 혼수모러로 이어진다. 아주 당이 난장판이 되며 대안으로 자신의 존재가 부각된다. 역시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이대도강 - 오얏나무를 대신해서 복숭아나무가 죽는다. 누가 오얏나무이고 누가 복숭아나무일까? 중요한 것은 친노의 비토를 받게 될 경우 특히 수도권에서는 여러가지로 곤란하다는 사실이다. 전면에서 친노와 척을 지며 문재인을 공격할 첨병이 필요하다. 대신 그는 친노의 적이 되어 죽게 된다. 과연 자신의 지역구에서도 친노의 비토까지 받으며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수상개화 - 나무 위에 꽃이 핀다. 그냥 보조를 맞추었을 뿐이다. 문재인을 누르고 다시 대선주자로 우뚝서려는 의도에 맞춰주었을 뿐이다. 문재인에 대한 공격을 함께 하니 자연스럽게 하나로 묶이게 된다. 안철수가 가진 혁신의 이미지마저 자신들을 위해 가져갈 수 있다. 정치를 잘한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그 꽃이 오얏꽃이든 복숭아꽃이든 알 게 무언가.
아무튼 이번 안철수의 혁신안을 받은 것은 지극히 정치공학적 판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당에서 결의하여 만든 혁신위가 있고, 그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이 있다. 그런데 일개 개인이 만든 혁신안을 당헌당규에까지 집어넣겠다 말한다. 원칙에 어긋난다. 그러나 절박함이 있다. 그럼에도 당이 더 이상 분열되어서는 안된다. 안철수는 손발이 잘리고 퇴로까지 끊기고 말았다. 모든 명분을 잃었다. 어떤 식으로든 이제 안철수에게 남은 것은 승복과 포기 둘 중 하나다. 과연...
문재인의 정략적 판단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의 선의를 이해한다. 정치인으로서는 몰라도 개인으로서 그는 매우 선량한 사람이다. 답답할 정도였다. 이런 역공의 묘수도 필요하다. 지나치게 밀고 들어갔다. 본진을 벗어나 너무 깊숙이 기세를 타고 상대의 진영까지 파고들어갔다. 함정은 안철수 자신이 파고 말았다. 순수견양부터가 문재인 자신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머리가 너무 좋아도 싸움에는 이기지 못한다.
어느쪽이든 중요한 것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니까.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속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니까. 벌써부터 36계 주위상을 실천하는 인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진 싸움은 일찍 손털고 나오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것이다. 애꿎은 누군가만 욕심부리다 파편에 맞고 사경을 헤맨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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