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이토록 로스쿨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 사시를 존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가지가 있지만 결국 요약하면 한 가지다.
"신분상승의 통로가 사라진다."
학벌도 재산도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공부만 잘하면 사시에 합격해서 판사도 되고 검사도 되고 변호사도 될 수 있다. 공부 잘해서 시험만 잘보면 하루아침에 사회적 지위와 신분이 달라질 수 있다.
아마 그래서 예전 드라마 '개과천선'에서 박민영도 그랬을 것이다. 법 공부해서 출세하라 해놓고 그런 사람들에게 무슨 정의와 인정을 바라는가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출세를 위해 공부한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굽어보기 위해.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과연 사회의 정의와 인간에 대한 인정을 신경쓸까? 어째서 더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노력한 인간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 이토록 사회를 더 더럽고 추악하게 바꾸어가는가. 바로 그래서다.
보상을 바란다. 그만큼 노력했으니까. 그만큼 열심히했으니까. 남들도 다르니까. 법을 다룬다는 자체가 하나의 특권이 된다. 그냥 전문직이다. 서비스직이다. 아마 그런 이유에서 로스쿨도 도입했을 것이다. 굳이 그다지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서마저 어려운 사법시험을 통과해야 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더 어렵고 더 복잡한 사건은 시장에서 검증된 숙련된 변호사가 맡으면 그만일 것이다.
검사와 판사는 오히려 변호사와는 다르다. 정부에 의해 고용된 공무원이다. 공무원에게 지워져야 할 책임은 단지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닌 사회와 인간에 대한 공적인 책임과 배려, 그리고 존중일 것이다. 하기는 격무에 비하면 받는 대가가 고만고만한 판사들이야 사명감 없이는 버티기 힘들 것이다. 대법원을 제외하고 일선의 판사들은 최대한 자신의 양심에 따라 공정한 판결을 내리려 노력하느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권력에 더 가까운 검사는 어떠한가. 왜 한국사함들은 검찰을 믿지 않고 있는가.
법조인들이 로스쿨에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려운 시험을 수많은 시련을 견뎌가며 통과하여 부여된 자격을 단지 일정시간 교육을 이수하는 것으로 대신하도록 만든다. 법조인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이 바뀌게 된다.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로스쿨 출신들을 비하하여 보는 것과 같다. 더 이상 법을 배웠다는 이유로 일반의 위에 군림할 수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하지만 그러면 자기들도 그처럼 군림할 수 있는 위치에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논란의 본질이다.
어차피 몇 년이나 사법시험에 올인하려면 어지간한 재력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필요한 강의도 들어야 한다. 그다지 싸지도 않은 책들을 수도 없이 사서 외우다시피 공부해야 한다. 그동안 다른 일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 사법시험에만 매달리느라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못하고 나이만 먹어가는 폐인들의 모습을 고시촌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다. 공부 잘해서 법조인 되는 것이면 로스쿨에도 다양한 장학혜택이 있다. '오만과 편견'에서 백진희가 아주 잘 연기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다르지 않다. 차이라면 권위다.
적당히 공부해서 적당히 배우고 적당히 자격증 땄으면 딱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사건들만을 대신하며 적당히 살아가면 그만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그 정도가 적당하다. 더 높은 곳을 바란다면 로스쿨에서도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더 큰 것을 바란다면 경험도 많이 쌓아야 한다.
아, 그러고 보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도 유준상이 아들 이준에게 사법시험을 강조하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사법시험의 권위였다. 그것을 물려주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냥 수직사회를 살아가는 군상들인 것이다. 더 높은 곳과 더 낮은 곳, 법조인은 저 높은 곳에 있어야 한다. 우러를 수 있어야 하고 꿈꿀 수 있어야 한다. 낮은 곳에 있어서는 안된다.
들을 가치도 없다. 그에 부화뇌동하는 점에서 확실히 새누리당은 포퓰리즘에 일가견이 있다. 이게 바로 포퓰리즘이다. 공익성을 배제한 단지 인기영합정책. 새누리가 강한 이유다.
법이 더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아마 기억하기로 노무현 전대통령이 로스쿨 추진하며 했던 말이었을 것이다. 반응 보니 대충 그 의도가 이해가 될 듯하다. 한심하다. 딱 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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