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하다. 민주화의 동지다. 한때 참여정부의 국무총리이기도 했고 제 1야당의 대표까지 역임했던 중진이며 원로다. 아무리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일방적으로 잘라내는 것은 제 3자가 보기에도 모양새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인간이란 어쩔 수 없이 합리보다는 인정에 이끌릴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안철수처럼 유죄판결을 받았으니 내쫓아야 한다는 목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민주화와 당에 기여한 바가 있으니 그만한 예우는 해주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아예 한명숙 자신의 무고함을 믿는 이들 역시 당의 안팎에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찌감치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바로 한명숙을 잘라냈다면 그것으로도 다시 문재인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당대표라고 어느 일방의 편을 들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한 번 잘라내면 다시 돌이키지 못한다. 당이 먼저 제명시키고 나면 나중에 무고한 것이 밝혀지더라도 다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당대표로서 당에 기여한 바가 큰 원로정치인을 끝까지 지키려 한다. 도저히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순간까지 버티며 지키다가 그래도 안된다면 그때는 한명숙 자신에게 물어 도움을 구한다. 한명숙 자신의 마지막 명에를 지키며 당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지금 문재인이 당대표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우다. 한명숙의 무고함을 믿는 이들에게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 안철수를 납득시키기 위해 한명숙마저 포기했다는 점은 정치적인 명분으로 문재인을 위해 작용한다.
이제 공은 안철수에게로 넘어간다. 한명숙마저 포기했다. 한명숙에게 자진탈당을 요구하기 바로 직전까지도 문재인은 한명숙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혁신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한명숙까지도 포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어떠한가. 그런데도 끝까지 혁신전대라는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고 있을 것인가. 조직적으로 행동에 나선 비주류가 문재인의 혁신안만이 아닌 안철수의 혁신안마저 좌절시키고 있다. 한명숙을 내쳐야 한다는 안철수의 요구가 오로지 당의 혁신을 위한 선의에서만 비롯되었다면.
그다지 나쁘지 않다. 그래도 체계를 갖춘 당이라면 이래야 한다. 고용인이 아니다. 당대표 개인에게 고용된 직원이 아니다. 상하관계도 아니다. 동지다. 노영민과 신기남도 결국 당의 기구에 의해 그 진퇴가 결정되게 되었다. 윤후덕 또한 공천심사위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진정 그들을 배제하는 것이 혁신이라 믿는다면 문재인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당의 바깥만 보고 정치할 수 있는 당대표가 아니다. 당의 내부도 돌아보며 정치를 해야 하는 당대표다. 새정연의 총회에서 당내 다수 인사들이 문재인체제를 비호하며 비주류인사들을 비토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정세균계의 최재성과 평통계의 진성준이 문재인의 최측근으로 선봉장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다. 처음부터 친노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제는 친문이라 불린다.
아무튼 이제 선택만이 남았다. 당대표도 아닌 공동비대위장이다. 여기까지 양보했다. 함께 비대위를 꾸려 혁신을 완성하자. 혁신위의 혁신안이 아닌 안철수의 혁신안이다. 실천의 여부는 안철수 자신이 책임지고 감시한다. 그마저도 거부할 것인가. 안철수의 부담이 크다. 정치는 공격하는 쪽이 약자다.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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