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어차피 대중은 개돼지들입니다...

까칠부 2016. 1. 8. 06:56

세월호 때도 그랬다. 보상이 얼마고, 대학특례가 어떻고, 바로 여론이 바뀌어 버린다. 야당이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나서기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정치문제로 본질이 뒤바뀌고 만다. 이제는 그만하라. 더이상 시끄럽게 싸우지 말라.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향한 연민과 동정마저 질투와 분노로, 그리고 바로 끝나지 않는 소란에 대한 지겨움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하면 만족하고 물러나라.


성완종 리스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성완종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긴 불법정치자금 리스트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더니 어느새 시간이 지나자 언론이 유도한대로 성완종의 사면과 관련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 더 우세해지고 만다. 본질은 그것이 아님에도 과거 성완종을 사면해 준 사람이 있었다는 것으로 관심이 옮겨지게 된다. 그러므로 성완종을 사면해주었던 과거정부에 책임을 묻고 심판해야 한다. 선거도 그렇게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리스트에 다수 정치인이 이름이 올랐던 정부와 여당은 승리하고 야당은 참패했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


이번에도 역시 다르지 않다. 야당은 더이상 반대만 하지 말라. 할머니들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 정부는 할 만큼 했다.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지금까지 어느 정부도 해결짓지 못한 문제를 해결지었다. 나라의 이익을 생각하라. 자신들의 고집으로 인해 나라와 국민들이 받게 될 피해와 손해를 생각하라. 오로지 국익을 우선하는 보수와 그렇지 않은 야당과 개인을 분리한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여로조사 결과 다수는 아니지만 거의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정부의 편에서 희생자들에게 강요하는 입장에 서고 있었다.


정부와 여당의 어떤 치명적인 실정이나 부정도 그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되지 못한다. 그렇게 만들 수 있다. 얼마든지 그렇게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 왔다. 그토록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던 교과서 국정화도 잊혀졌다. 북한에서 핵실험 한 번 하니 그동안 북핵문제 해결하겠다며 대화까지 단절했던 정부에 대한 책임론도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이 말하는 것이 사실이고 진실이 된다. 오로지 심판받아야 하는 것은 그에 반대하는 야당과 일부 잘못된 시민들에 불과하다.


여론조사는 의미가 없다. 명백한 잘못에도 심판하지 않으려는, 그 심판 자체를 거부하는 국민의 실제 행동만이 현실에서 의미를 가진다. 둘 다 똑같다. 둘 다 잘못했다. 그놈이 그놈이다. 더 잘한 놈이 있고 더 잘못한 놈이 있다. 하지만 잘못에 대해서는 어느새 깡그리 잊어 버리고 만다. 선거에서 승리하고 그나마 진실은 묻히고 만다. 반복되어 왔다. 그로 인해 희생된 많은 무고한 이들을 짓밟은 채.


내가 중도무당층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바로 그들 중도무당층이 있었으니까. 여당지지자들이야 당연히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는 입장에 선다. 야당지지자들은 그 반대편에 있다. 그러면 가운데서 누군가 판단을 내려주어야 한다. 그 판단이 항상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금껏 반복되어 온 현실이었다. 과연 더 잘한다고 그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기나 할까.


이성이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스스로 의심하고 비판하며 답을 구하려는 의지와 실천이다. 인간이 존엄한 것은 바로 그런 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일까. 그래서 언론이 중요하다. 미디어가 중요하다. 인간은 쉽게 분위기에 휩쓸리고 논리에 속고 마는 존재다. 정확하게 그 약점을 찌른다. 정치 잘한다. 나누어 싸우게 만들면 자신들은 안전하다.


혐오감과 절망감만 깊어진다. 더이상 한국사회와 한국인을 믿지 않는다. 무기력증일지도 모르겠다. 때로 나도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아니 증오가 통제를 벗어나 터져나오고는 한다. 이번만은 아니기를. 세월호도 잊혀졌고, 성완종리스트도 잊혀졌다. 이제 위안부문제도 잊혀지고 말 것인가.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은 그것밖에 안되는가. 하지만 아니라 말할 수도 없다. 말이 차라리 원망스럽다.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