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보면 안철수나 그 측근이나 지지자들이나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대선 생각에 머리가 복잡한 모양이다. 어떻게하면 유리하게 야권의 단일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까. 일단 대선에만 나갈 수 있으면 당선될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이 원망스럽다. 안철수였으면 어찌되었거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하여튼 전대통령이나 현대통령이나 그리고 여권의 또다른 대선주자나 의회 우습게 보는 건 참 한결같다. 총선결과야 어찌되었든 대권만 차지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총선이야 망하든 말든 자기가 대통령만 될 수 있으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원래 인물론이라는 것이 그렇다. 어찌되었거나 대단히 훌륭하고 유명한 누군가가 권력을 잡고서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한다.
지지자들이 윤후덕 신기남 등을 끊임없이 들먹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대표라면 쳐내야지. 그럴 수 없는 것이 바로 공당이라는 것이다. 징계를 하더라도 절차에 따라 한다. 제제를 가하더라도 공의를 모아서 한다. 혁신을 하려면 당대표가 해야 한다. 혁신이란 당의 룰을 바꾸는 것이다. 당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당원의 동의 없이 당대표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을까?
그나마 전대통령이나 현대통령이나 저토록 의회를 우습게 알고 자기멋대로 정치할 수 있는 것도 어디까지나 다수당으로서 의회권력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만일 입법무가 정면으로 반발하기 시작한다면 지금처럼 시행령정치는 시도조차 할 수 없다. 고작 47명짜리 미니여당 열린우리당만을 배경으로 두고 있었을 때 노무현의 입지가 어떠했는가 떠올려보면 된다. 법은 의회에서 만든다. 결정도 의회에서 한다.
어쩌면 정치를 우습게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깟 정치인. 그깟 정치. 하기는 우습게 볼 만도 하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이미지만으로 벌써 20%에 육박하는 지지마저 얻고 있는 중이다. 안철수라는 이름 빼고 아무것도 없는 정당 역시 2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고 있다. 국회의원도 한 번 해 보지 못한 초짜중에 초짜가 유력대선후보로 꼽히던 시절도 있었다. 대통령까지 되었다면 그보다 우스운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기는 역시 관건은 총선을 앞두고 신당 내부에서 공천과 관련해 어떻게 교통정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일단 탈당까지 하고 합류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그만한 예우를 해주어야 한다. 창당발기인으로 이름을 빌려준 인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는 순간 온갖 시끄러운 소리가 당밖으로 새어나오게 될 것이다. 유권자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시끄러워지는 것이다.
아니라고 여기고 싶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준다. 제 1야당을 깨뜨리고 그 자리만 대신 차지할 수 있다면 총선의 패배도 받아들이겠다. 제 1야당을 깨뜨리기 위해 더 큰 패배도 기꺼이 감수하겠다. 의회권력을 저들에게 넘겨준다. 대통령만 된다면 어찌되든 상관없다.
어쨌거나 역시 아직까지 한국정치는 인물인 모양이다. 도의도 원칙도 원리도 상관없다. 정치도 의회도 모두 우습게 안다. 그저 대단한 누군가가 나타나 한 번에 다 해결해 주리라. 이미지만 있으면 충분하다. 아무것도 없이도. 원래 한국 유권자들을 우습게 여기고 있었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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