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친노패권주의와 흔들리는 문재인...

까칠부 2016. 1. 12. 03:57

어째서 이렇게까지 문재인이 위태로운 상황에까지 몰리게 되었는가. 유력대선주자로서 리더십에 대한 의문까지 더해진다. 과연 문재인이란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질 수 있는 그릇인가. 이전까지 아무리 당내에서 흔들어대도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상황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간단하다. 친위세력이 없다. 물론 친노가 더민주 내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다수계파인 것은 맞다. 하지만 당대표로 선출되고 탕평을 하겠다며 당내 요직을 거의 비주류에게 넘겨주다시피 했다. 그나마 우호적인 정세균계의 최재성을 사무총장에 앉히는 것조차 결국 총무본부장이라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가며 타협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현대 문재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진성준조차 원래는 친노와 거리가 있는 민평련계에 속해 있었다. 이러니 당내에서 누가 흔들어댄다고 당대표를 지켜줄 측근 하나 주위에 없는 것이다.


작년 4월 재보선에서의 패배를 말한다. 말은 바로해야 한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체제 아래에서 모든 당직과 심지어 공천마저 두 대표가 알아서 밀실에서 정해서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래서 연판장 파동이 일어난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할 수 없으니 연판장을 통해서라도 소속의원들의 의견을 지도부에 전달해야 한다. 그것을 주도한 것도 거의 민평련계였다. 어떤 이들은 승리했다고 하지만 지방선거의 경우도 거의 광역단체장 정도만 현역단체장 개인의 역량으로 겨우 선방했을 뿐 기초의회며 기초단체까지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참패하고 있었다. 광역단체 몇 개 더 가져갔다고 그것을 승리라 말할 수는 없다. 하물며 7월 대보선이야.


그렇게 공동대표가 마음대로 공천권을 행사해서 재보선에서 패배했는데 다시 당대표가 공천권을 휘둘러 전략공천을 하려 하면 당연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친노패권이네 뭐네 당직 하나 임명하는데도 오만소리가 들려오던 상황이었다. 그러면 이런 상황에까지 오도록 만든 당사자는 누구이겠는가. 그런데 결국 경선이라는 것을 해보니 그다지 효율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전까지 경선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었다. 혁신안에는 바로 그 공천룰에 대한 혁신도 포함되어 있다.


지금도 기억한다. 아마 2004년이었을 것이다. 2005년이었던가. 열린우리당이 탄핵의 역풍에 힘입어 원내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고 난 뒤 정동영을 비롯한 열린우리당의 주류- 혹은 당권파는 처음 열린우리당을 만들면서 약속했던 정당개혁안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유시민이 정면으로 그들과 부딪혔다가 꽤 큰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 유시민을 몰아세우던 당사자들이 바로 김한길, 최재천, 정청래 등이다. 박영선은 있었는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바로 지금 더민주가 추진하려는 혁신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 오히려 더 진일보한 혁신안이었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로 행동을 한다.


친노와 운동권을 배제하는 것이 새정치다. 자기가 대권을 가지는 것이 바로 새정치다. 그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 맥락을 봐야 한다. 안철수와 김한길이 공동대표일 때 새정연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는가를. 어째서 계파를 초월해서 연판장까지 돌리며 두 공동대표를 끌어내리려 하고 있었는가를. 중요한 재보선을 앞두고 전략공천조차 마음대로 밀어붙일 수 없었던 당시의 한계를. 그러고서도 리더십의 문제네, 분열이네, 패권이네, 최소한 안철수와 김한길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없다.


어째서 안철수를 싫어하는가? 처음에는 노무현의 냄새가 났다. 지지자들도 초기의 극성노무현지지자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정치의 도의란 철저히 무시하는 막무가내의 무모함을 혐오하게 되었다. 문재인도 사실 다르지 않다. 정치에 익숙지 못하다 보니 정치인으로서의 도의나 정치적 수사의 문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실수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안철수처럼 이렇게 막가지는 않는다. 자신이 속해있던 정당을 지지율을 더 떨어뜨리겠다고 안에서 흔들며 순차탈당까지 기획하는 인간들과 손잡는 새정치라니. 아니 이제는 새정치라는 말도 잘 쓰지 않던가?


문재인도 한심한데 안철수는 그냥 차라리 역겹다. 지지율이 얼마나 높고 상관없다. 전직 두 대통령도 지지율은 높았었다. 정부와 여당 역시 여전히 지지율이 과반에 가깝다. 그런데도 내가 그들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 그 선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용납할 수 있는 한계다. 여기서부터는 틀린 것이다. 안철수는 틀렸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그래서 더 크고 높은 곳에 이르더라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인정할 수 없다. 그따위 썩어빠진 더러운 구태정치는.


어쩔 수 없이 이것으로 대선주자로서 문재인은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한다. 혁신안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강력한 비토층은 문재인 자신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남길 수 있겠는가. 친노의 오랜 숙원이었다. 한명숙은 그 소망을 다르게 받아들였다. 정당을 바꾼다. 정치문화를 바꾼다. 혁신에 기대를 걸어본다. 그것 하나만 지금으로서는 바람이다.


하여튼 당권을 쥐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던 인사들이 당을 나가면서는 패권이네 분열이네. 당직에 공천까지 마음대로 하던 인간들이 당직까지 나줘주고 공천권도 내놓겠다는 사람에게 패권을 이야기한다. 같잖은 것이다. 그것이 새정치다. 영원히 그를 좋아할 일은 없을 것이다. 쓰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