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유시민의 3당과 안철수의 3당...

까칠부 2016. 4. 22. 02:05

두 거대정당에 의한 양당체제를 부수고 대안세력으로서 3당을 제도권내에 안착시키는 것은 유시민의 오랜 꿈이었다. 결국 유시민 자신이 아닌 안철수가 그 꿈을 이루어내고 있었다. 무려 38석, 전국적으로도 고른 지지를 받는 제도권정당이 두 거대정당의 대안정당으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정작 유시민은 그런 현실이 그다지 달갑지 않아 보인다. 왜일까?


간단하다. 유시민이 생각한 제 3당이란 말 그대로 두 거대정당의 대안정당이었다. 그래서 첫째가 탈지역주의, 둘째가 당원중심의 상향식 정당구조, 셋째가 보수편향의 정치구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보다 왼쪽에 있는 이념정당이어야 했다. 영호남을 기반으로 한 두 지역주의 양대 정당에 비해 이념을 중심으로 하고, 그 이념은 보수편향의 한국사회에서 왼쪽 날개 역할을 할 수 있는 보다 리버럴하고 진보적인 이념이면 좋을 것이고, 나아가 당의 진짜 주인은 당원이기에 당원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그런 정당이어야 했다. 굳이 더 길게 쓸 필요 없이 이쯤에서 이유가 거의 나오고 있지 않은가.


엄밀하 안철수의 제 3당은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서의 3당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양당의 대안에 지나지 않는다 할 수 있다. 굳이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지지해서라기보다는 새누리당이 싫고 더민주가 싫다. 여당이 싫고 야당이 싫다. 그냥 정치가 싫다. 그래서 실제 안철수와 국민의당 자신도 특정한 이념이나 지향을 이야기하기보다 여당과 야당 사이의 포지션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국민의당을 이루고 있는 다수가 사실은 거대양당에서 떨어져나온 인물들이었다. 아예 호남에서는 장차 국민의당이 더민주와 통합하게 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마저 적지 않다.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의 이유 가운데 하나다. 두 거대양당의 존재 없이 혼자서 존재할 수 없는 불안함이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현주소다.


지난 총선에서 얻은 비례투표의 지지가 온전히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향한 지지라 착각해서는 안된다. 비례대표가 그렇게 중요했다면 비례의석을 조정하는 문제에 그토록 대중이 무관심했을 리 없다. 비례대표를 몇 면으로 하고, 비례대표를 뽑으면 어떻게 뽑고, 그러나 관심없다. 더민주 지지자가 정의당에 표를 주고, 새누리당 지지자도 때로 정의당에 표를 준다. 지역구는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해도 비례대표는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항의표시로 다른 정당에 투표하기도 한다. 하필 총선기간 내내 안철수와 국민의당더러 더민주의 표를 갉아먹으라고 종편까지 나서서 그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자기 편이라 착각하는 여권 유권자도 적지 않았었다. 그렇지 않아도 두 거대정당의 삽질로 지지자 사이에서도 비토여론이 높턴 터이기도 했다.


제 1야당의 구성원이 되어 내분을 틈타 기존의 인물들과 손을 잡고 뛰쳐나와 당을 만들다. 그들의 지역기반을 이용하여 지역주의를 자극한 뒤 그에 편승한다. 당을 지탱하는 것은 오로지 안철수 개인에 대한 대중적 인기와 지지다. 하기는 더민주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다지 말할 것이 없다. 그래서 더민주를 바꿔보자 하는 것인데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그보다도 훨씬 후퇴해 있었다. 국민의 뜻이라면 받아들여야겠지만 그런 정당을 두 거대정당에 의한 양당체제의 대안세력으로서 인정할 수 있을까. 안철수의 이후 행보가 - 이게 문제다. 국민의당이 아니다. 안철수다. 안철수만 바라본다. 당원도 아니다. 안철수 한 사람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 그런 정당을 유시민이든 아니면 제 1야당의 변화를 바라던 야권지지자든 바라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럴 거면 맘편히 제 1야당으로 들어가거나 그를 지지하는 편이 더 속편할 것이다.


안철수를 싫어하는 이유다. 그나마 보수적인 한국사회를 더 보수적으로 만들고 있다. 새누리당마저 선거때면 의례적으로 하던 좌클릭을 아예 시늉도 보이지 않는다. 더민주도 국민의당만을 의식하며 보수경쟁에 나선다. 안철수가 사라지고 과연 당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특정한 유력정치인을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던 과거의 구태정당을 보는 듯하다. 지지자들은 안철수를 통해 무엇을 보는가.


정치인은 도구나. 정당은 수단이다. 맞지만 틀리다. 정치란 이념이다. 지향이다. 신념이다. 성향이다. 한 마디로 방향성이다. 같은 방향을 보며 함께 걷는 그들이 곧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며 정치인이다. 동지다. 그래서 권리당원의 존재가 주요하다. 당원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당을 움직인다. 정치인들이 그저 하는 것만을 보며 선택하고 판단한다. 새정치가 아니다. 하기는 새정치란 말도 이제는 거의 하지 않는다. 유시민 뿐만 아니라 나 역시 그들을 온전한 제 3당이라 여기지 않는 것은 바로 그때문이다. 안철수가 어떤 이유로든 정계에서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고 말 정당이 바로 국민의당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진짜 안철수가 거물 정치인이 되려 한다면 자신이 사라지고 난 이후까지 대비해야 한다. 안철수가 사라지고 나서도 안철수 자신이 정체성이 되어 국민의당을 지탱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라면 그를 대신할만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과연 국민의당은 양당 없이도, 안철수 없이도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정당인가. 그동안 수많은 정당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졌다. 지켜볼 뿐이다. 불신의 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