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미남이라 아들도 미남이다. 어머니가 미녀라서 딸도 미녀다. 그래서 외모만으로 연예인이 되었고 큰 인기와 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잘생긴 부모를 둔 것이 죄는 아니지 않은가.
아버지가 달리기를 잘했다. 그래서 아들도 달리기를 잘한다. 어머니가 원래 테니스선수였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어머니로부터 테니스를 배웠다. 부모 잘 만나는 것도 자기 복이다. 그렇다고 이미 태어났는데 부모를 물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미 타고나기를 그렇게 타고났고, 환경이 그래서 일찍부터 시작했는데 일부러 그것을 억누르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아버지가 부자다. 당연히 태어나면서부터 물질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에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철저한 배려와 관심 속에 어려서부터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고, 그를 위한 아낌없는 지원이 이루어지며 남들보다 더 먼저 더 빨리 더 멀리 높이까지 갈 수 있다. 당연한 것 아닌가. 그렇다고 아버지가 가진 돈을 태어나자마자 모두 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모가 가난하니 흙수저고 부모가 부유하니 금수저고. 그래서 뭐 어때서? 흙수저로도 밥만 잘 먹는다? 똑같을 필요 없다. 저들에게 저들의 삶이 있다면 나에게는 나의 삶이 있다. 그것이 안된다. 오랫동안 습관이 되어 버린 줄세우기의 관행 때문이다. 비교해야 한다. 한 줄로 세우고 꼭 재고 따져봐야 한다. 누가 더 잘나고 누가 더 못나고. 가난해도 못살아도 힘이 없어도 그러나 자신이 존엄할 수 있으면 된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다. 그래서 부자가 못되면? 그래서 남들 다 부자되는데 혼자 부자 못됐으면 열등한 것인가? 가치없는 것인가? 누군가는 부자가 되고, 누군가는 가난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산다. 삶이 곧 가치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니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하고 질시하고 원망하고 증오한다.
로스쿨과 관련한 논쟁을 보면서 더욱 느끼는 것이다. 돈 많은 놈들이 변호사가 되면? 아버지가 법조인이라 더 쉽게 변호사가 될 수 있으면? 그래서 어쩌라고? 어딘들 공평한 곳이 있을까? 하지만 바로 그런 불공평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균형을 맞춰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보다. 그것이 바로 평등이다. 모두가 똑같이 변호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 역시 변호사와 똑같이 존엄할 수 있는 것.
평등의식이 강한 것이 아니다. 그냥 질시가 심한 것이다. 남을 끌어내리고 싶어한다. 자기가 기어올라갈 생각은 않는다. 하기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벌써 로스쿨이든 뭐든 도전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는 도전하지 않으면서 남 생각하는 척 누군가를 향한 원망만을 토해낸다.
타진요 사태의 근본원인이었다. 인터넷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악플러들의 이유이기도 하다. 일베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남들만 못하니까. 남들과 같아져야 하니까. 기어올라가지 못하니 끌어내린다. 그것이 정의다.
금수저는 금수저대로 살면 된다. 흙수저는 흙수저대로 살면 된다. 밥만 문제없이 먹을 수 있으면 된다. 찌개를 문제없이 떠먹을 수 있으면 된다. 근본은 돌아보지 않는다. 수저만을 본다. 현실이다.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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