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이 친노와 문재인을 저격하며 나서는 이유...

다당제가 아닌 이상 하나의 공당에는 여러 계파가 공존하는 것이 당연하다. 친노가 있으면 비노도 있어야 한다. 운동권이 있으면 비운동권도 있어야 한다. 전문가그룹이 있으면 정치전문가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더민주 당내 계파구도에 균형이 무너졌다.

비노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김종인은 정체성에서 비노를 대표하기에 무리가 많다. 김종인의 존재 자체로 비노는 자칫 더민주의 아웃사이더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김종인을 제외하고 누가 문재인이라는 강력한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뭉친 친노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인가. 민평련계도 정세균계도 이제는 모두 문재인에 우호적이다. 자신들이 지난 총선에서 저지른 잘못들의 대가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들을 그냥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칫 이대로 이들을 소외시켰다가는 당을 나가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극단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인간들이다. 오히려 국민의당에 아군이 더 많다. 자신들이 가면 세싸움에 유리해지니 환영할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을 붙잡아 둘 구심점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문재인만큼 강력하면서 존재감있는 인물이다. 문재인과 적대할 수 있는 명분과 실력이 필요하다. 누가 있겠는가?

어쩌면 김부겸 자신이 악역을 자처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치인으로서 권력에 대한 본능으로 자연스럽게 그 길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어떻게 해도 김부겸 자신에게도 나쁘지 않다. 결코 수에서도 실력에서도 이미 당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는 비노를 배후에 둘 수 있다. 장차 더 큰 꿈을 이루려 한다면 든든한 밑천이 되어 줄 수 있다. 더불어 전당대회 이후 자칫 와해될 수 있는 비노의 구심점으로 당을 지탱한다. 아무리 그래도 김부겸이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가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 정도 양식은 되는 사람이다.

친노의 문재인, 그리고 비노의 김부겸, 그 사이에 화약고와 같은 김종인이 있다. 적당히 합종연횡하면서 균형추를 맞춘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그 힘을 어떻게 적절히 효과적으로 결집하여 마침내 정권교체를 이룰 것인가. 역시 김종인이 중요하다. 이 영감 하기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나쁘지 않다. 어차피 서로 싸우는 것이 정치다. 서로 더 치열하게 싸우며 경쟁해야 더 나은 정치도 할 수 있다. 비노의 문제는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비로소 경쟁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를 손에 쥐었다. 김한길과도 다른 막강한 방패를 가지게 되었다. 흥미롭다. 전대 이후 주목해 볼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