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녀보감 - 흑주술보다 사람의 마음에 깃든 미혹과 욕망

까칠부 2016. 6. 11. 07:45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은 미신에 기댄다.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도 미신은 필요하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에서 자라난 미혹과 욕망이 부정한 수단에 쉽게 이끌리도록 만든다. 차라리 이해하기 쉽다. 실제 역사에서 나타난 조선왕 선조(이지훈 분)의 의심과 불안과 질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어떻게 선조의 마음속에 그같은 어둠이 자라나게 되었는가.


실제 역사에서 선조를 왕위에 올린 것은 어디까지나 대비인 인순왕후 심씨(장희진 분)였다. 아직 후계에 대해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 명종의 상태가 위독해지자 인순왕후 심씨가 나서서 명종의 서형제인 덕흥군의 그것도 3남인 하성군 균을 지목하여 왕으로 삼았던 것이었다. 나이는 그때 벌써 16살이 되었으나 궁중생활을 해 본 경험이 없고 제왕학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으므로 잠시 인순왕후 심씨가 수렴청정을 하기도 했지만 그 기간도 1년에 불과했다. 하기는 워낙 퓨전인지라 지금 드라마의 시간이 선조가 즉위하고 몇 년 째인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최소한 인순왕후가 죽은 선조 8년보다는 빠른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역사의 사실을 비틀어 어쩌면 역사의 그늘에 숨어 자라고 있었을 인간의 미혹과 욕망을 노골화하여 끄집어내고 있었다. 인순왕후 심씨 - 대비와 선조는 어차피 친모자지간이 아니었다. 대비에게는 원래 아들이 따로 있었다. 선조는 정통성도 없이 대비의 일방적인 지명에 의해 왕위에 오른 처지였다. 그저 대비의 배려를 고마워하기에는 왕이라는 자리가 가지는 무게와 유혹이 너무나 컸다. 먼저 대비를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녀를 애써 멀리하며 밀어내려 하고 있었다. 대비 역시 선조에게서 단지 자신의 죽은 아들의 모습을 찾으려 했을 뿐이었다. 마침내 홍주(염정아 분)가 개입하며 두 사람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선조의 몸을 빌어 죽은 아들을 되살리려 하고, 홍주의 흑주술에 의지해 병을 치료하고 자신의 왕위를 되찾으려 한다. 그리고 그같은 인간의 마음에 깃든 어둠이 불러온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구원은 필요하다.


숨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버려진 공주 서리(김새론 분)가 하려는 일은 사람들의 마음에 깃든 어둠을 걷어냄으로써 자신에게 씌워진 저주라는 어둠마저 지우려는 것이었다. 어둠을 걷어내고 어둠을 지우려는데 정작 그녀가 숨은 곳은 사람의 마음이 닿지 않는 동굴이라는 또다른 어둠 속이었다. 알 수 없기에 의심이 자라난다. 이해할 수 없기에 미혹은 생겨난다. 홍주가 가진 더 깊고 더 짙은 어둠이 그녀의 어둠을 삼키려 하자 무력하게 그녀 또한 홍조가 가진 불길한 악의에 물들고 만다. 자신은 아니더라도 세상의 미혹이 그녀를 그렇게 단정짓고 있었다.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나무다. 어차피 사람들에게 진실이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애써 외면하려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나선 사람이 사는 거리가 낯설기만 했다. 사람이 두려웠다. 하지만 그곳에 서리 자신이 살아야 하는 곳이었다. 지금도 자기 아닌 타인인 허준(윤시윤 분)과 요광(이이경 분)에 기대어 자신의 어둠을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어둠이 사람의 마음에 기대는데 빛은 사람의 마음을 거부한다. 어둠은 사람의 마음을 부정하면서도 그를 이용하려 하고, 빛은 사람의 마음을 그리면서도 그를 거부하려 한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밝은 빛 아래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쉽지 않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들에게 사람이란 두려운 존재다.


홍주의 흑주술에 힘입어 최현서(이성재 분)가 살아났다. 더이상 최현서는 홍주를 믿지 않는다. 홍주에게 미련을 두지도 않는다. 최현서의 의심과 확신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홍주의 진심을 헤집는다. 홍주에게 유일하게 남은 사람의 마음이었다. 어쩌면 최현서라면 오랫동안 자신을 지탱해 온 원망과 저주를 놓아버려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을 홍주 자신도 알고 최현서도 알고 있었다. 홍주의 흑주술로 얻은 생명은 홍주의 어둠을 막는데 쓰려 한다. 그런 최현서를 홍주는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들의 엇갈린 마음은 다시 어디로 향하게 될 것인지.


주술이나 흑주술이 주는 신비함보다 그를 매개로 한 사람의 마음이 더욱 시청자를 매혹시킨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미워하고, 사람을 원망하며, 그러면서도 사람을 그리워한다. 사람의 마음이 마치 그물처럼 사람들 사이를 이어간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래서 더 쉽지 않은 마음이 주술이라는 수단을 통해 더 선명해진다. 그래서 인간은 슬픈 존재다. 오랜 주제다. 아무튼.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