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은 자에 대한 가장 큰 보복은 나보다 저급한 자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고. 그냥 아무것도 하니 않았는데 그저 저런 머저리같은 놈들이 하자는대로 그냥 따라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내마음대로 할 것이면 장수제란 의미가 없다.
여전히 인공지능의 수준은 고만하다. 간옹이 훈련하고 이각이 내정한다. 성을 공략하는데 알아서 녹여먹기 좋게 찔끔거리며 성밖으로 기어나와 하나씩 잡혀준다. 물론 아군 역시 내가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같은 꼬라지다. 이걸 끝까지 참고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가. 그렇다고 전투가 재미있는가면 12도 만만치 않게 심심했는데 이건 더 심각한 수준이다. 시간이 지나 게이지 차면 전법 하나씩 눌러주는데, 이펙트도 시원찮고,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거의 없고.
게이지방식은 아마 신장의야망에서 처음 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여러 단위부대를 만들어서 각각의 부대마다 독립적으로 게이지가 움직였다. 한 번에 최대 40명 이상을 출동시켰던 적도 있었기에 시간이 되어 게이지가 차면 단위부대별로 적절한 전법을 실행해 사용하는 맛이 쏠쏠했다. 이펙트도 화려했다. 한 방에 적이 쭉쭉 녹아나는 쾌감이란 상당하다. 그런데 12도 마찬가지지만 13에서도 그런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숫자만 열심히 빠지며 전법이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내정은 더 재미없다. 아마 이같은 장수제의 시작은 우리나라와는 악연이 있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던 태합입지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태합입지전은 전투든 내저이든 훈련이든 사교든 모든 것이 게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무언가 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미니게임에 성공하면 내정에 성공하고, 미니게임에 실패하면 인간관계도 실패한다. 하지만 그런 것 없다. 만나서 대화를 나눈다고 특별히 이벤트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내정을 하는데 수치만 올라갈 뿐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도 없다.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몇 가지 더 생기는 것이 있는 모양인데 그다지 크게 와닿지도 않는다. 게임은 그냥 숫자다.
해야 할 일도 많다. 별 의미도 없이 내정하고, 별 의미도 없이 인간관계 만들고, 당연히 능력치도 올려야 하니 이것저것 무척 바쁘다. 그런데 재미있으면서 바쁘면 상관없는데 말한대로 재미도 없고 지루하기만 한데 하는 일이 많으면 그때는 짜증이 일이 시작한다. 그런 건 현실에서만도 충분하다. 그렇다고 군단장 군주 되고 나면 또 말한 것처럼 장수제라는 의미가 사라진다. 전투가 재미없다. 내정도 재미없다. 도대체 뭘 바라고 이놈의 게임을 끝까지 버틸 것인가.
게임이란 액션이다. 액티브다. 내가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함으로써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맛이 없다. 나와 상관없는 곳에서 무엇이든 결정되고 나와 상관없이 무언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 한 구석에서 의미없는 일들을 반복하는 자신이 있다. 엔딩은 커녕 세력 하나 끝까지 잡아보지도 못했다. 군단장되는 순간 이미 게임에 대한 모든 흥미가 사라졌다.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게임을 집어넣어야 한다.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게임이 아니다. 크게 보면 게임이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참을 수 없이 지루하다. 12부터 13까지 하나같이 실망시키는 것들 뿐이다. 돈이 아깝다. 게임이라 환불도 안되고. 잠이나 자련다. 피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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