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굿와이프 - 살인의 진실과 마음의 진실,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다

까칠부 2016. 8. 20. 05:28

사실은 명확하다. 화가 구병호는 실종된 권여선의 남편이다. 실종된지 6개월만에 권여선의 시신 일부가 구병호의 작업실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시신 대부분은 딸 정민채의 농자에서 발견되고 있었다. 남편 구병호는 아내와 부부싸움을 했고, 외도를 했으며, 도박에까지 빠져 있었다. 딸 정민채는 권여선의 회사에서 막대한 돈을 지속적으로 빼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과연 이 사실들이 가리키는 진실은 무엇일까?


검찰과 이태준(유지태 분)은 딸 정민채가 주장한대로 남편 구병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유죄를 입증하려 했었다. 변호사로서 김혜경(전도연 분)과 서중원(윤계상 분)은 자신들의 의뢰인인 구병호의 무죄를 지켜내야 하는 입장에 있었다. 김혜경은 그나마 구병호의 무죄가능성을 믿어보려 한 반면 서중원은 어찌되었든 재판의 결과만 무죄면 상관없다는 쪽이었다. 서로 다른 주관과 입장을 가지고 사실들을 바라본다. 진실을 추적해 간다. 드라마 끝난 순간 시청자인 자신은 더 큰 혼란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그들이 법정에서 밝혀낸 진실이 과연 진실이었는가. 모든 사실들은 진실을 가리키고 있지만 또한 가리키고 있지 않았다.


제대로 반전이었다. 오히려 명확히 진실 여부를 밝히지 않아서 더 찜찜한 여운을 남기는 아주 음흉한 일격이었다. 칭찬이다. 처음부터 드라마는 사실에 대해 철저히 모호함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한 편으로 구병호를 의심하도록 만들면서 한 편으로 구병호가 무죄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지나치게 여러 증거와 증언들이 한결같이 구병호가 아내를 살해한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는 점이 오히려 함정은 아닌가 의심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하필 이태준이 담당한 사건이라는 점도 의심을 키웠다. 이태준을 따르는 박도섭(전석호 분)과 한때 같은 로펌에서 정직원 채용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였던 이준호(이원근 분)가 재판정에서 김혜경과 다투고 있었다. 이태준이 과거 저지른 부정과 거짓말들이 그와 맞서 재판에서 승리해야 하는 김혜경에게 당위를 부여한다. 이태준을 응징하는 김혜경의 승리는 진실과 정의의 승리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진실이었을까? 과거 남편 이태준이 아내 김혜경을 속이고 부정을 저질렀다면 지금 아내 김혜경 역시 남편 이태준을 외면한 채 자신만의 감정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굳이 배신이라 말하지 않는 이유는 이미 이태준이 남편으로서 아내 김혜경의 믿음을 철저히 배신한 순간 더이상 두 사람 사이에 부부로서 지켜야 할 신뢰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편으로서, 아니 남자로서 아내 김혜경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다고 지금도 주장하고는 있지만 구병호의 혐의 만큼이나 진위를 알 수 없는 그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아무튼 아직 법적으로 부부관계임에도 김혜경은 철저히 남편 이태준을 무시하고 있었다. 애써 부정하며 외면하고 있었다. 그러면 김혜경이 보고 있고 믿고 있는 그것이 과연 진실인가? 그 답은 작가든 누구든 함부로 단정지어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구병호가 실제 살인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들이 구병호가 사전에 철저히 계획한 시나리오대로일 수도 있다. 한 편으로 구병호는 단지 오해하기 쉬운 타입이었을 뿐 지금까지 드러난 그대로 무죄일 가능성도 있다.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태준이 김혜경을 사랑한다 말하는 것은 그의 진심인가. 서중원과 함께 있으며 자기에 솔직한 시간들에 해방감과 충족감을 느낀다는 김혜경의 말은 과연 그녀의 진심인가. 실제로 그런 것인가. 아니면 단지 그렇게 여기고 싶은 것인가. 그렇게 스스로 믿어버리게 된 것은 아닌가. 구병호가 실제 아내 권여선을 살해한 진범이라 여기는 것처럼. 단지 오해하기 쉬운 성격일 뿐 무죄가 맞다고 여기는 것 또한 다르지 않다. 사람은 때로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을 진실로 여기고는 한다.


그래도 달라진 것은 있다. 이태준이 김혜경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김혜경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이준호에게 전화해서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조사해 볼 것을 지시하고 있었다. 김혜경 역시 이번에는 이태준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을 의심부터 하고 있었다. 단지 이태준처럼 주위의 모든 것을 의심하려다 보니 진범이 밝혀진 뒤에도 구병호가 진범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김혜경의 경고섞인 조선을 충실히 따른 결과 이태준은 자칫 놓칠 뻔했던 진범을 찾아낼 수 있었다. 동생 김새벽(윤현민 분)에게 서중원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김혜경의 모습  역시 편견인 듯 공허하기만 하다. 말 그대로 카오스다. 이제는 누가 옳은지 뭐가 문제인지조차 알 수 없다. 누가 먼저 얼마나 잘못했는가조차 무의미하다.


참 불편한 드라마다. 재판 도중 이태준의 지시로 로펌의 조사원 김단(나나 분)을 철저히 속이고 농락하는 검찰팀의 작전도 흥미로웠다. 필자 또한 검찰들의 계략에 넘어가고 말았다. 구병호에게는 알리바이가 없다. 그 알리바이를 입증해야 한다. 그 시간 어디에도 가지 않고 작업실에만 있었어야 한다. 살인이 일어난 장소는 피묻은 밧줄이 발견된 별장 근처다. 구병호의 차가 그 시각 과속카메라에 찍혀 있었다. 구병호의 해명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진짜 사실이었다. 검찰이 파놓은 함정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김혜경의 돌발행동과 느닷없는 반전에 통쾌함마저 느꼈다. 하지만 그마저도 모두 진짜 범인의 계략이고 기만일지 모르니.


진실과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찾으니 다시 그 사람의 곁으로 돌아가려 한다. 동생 김새벽이 느닷없이 등장한 이유다. 이태준의 위선과 오만을 보여준다. 말과 실제 행동이 다르다. 그것은 자신의 말을 실천하려는 노력인가. 아니면 자신의 말을 배신하는 기만인가. 사람 사이란 쉽지 않다. 진실이란 더욱 쉽지 않다. 김혜경과 김단의 사이는 화해까지는 아직 멀다. 서중원은 많이 순진하다. 사람이 사람을 속인다. 사랑이 사람을 속인다. 진실은 무겁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