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일본만화를 보다 보면 배경만 보일 때가 있다. 정작 스토리는 없이 설정만 남는 경우도 있다. 물론 마니아들은 좋아한다. 그림이 훌륭하다. 설정이 뛰어나다. 하지만 과연 사람들이 굳이 돈을 내고 만화책을 사서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까지 깊이 만화를 즐기려는 마니아들을 제외하고.
이를테면 자의식이다. 내가 이만큼 그림을 잘 그린다. 내가 이만큼 내 원고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정작 그로 인해 자신이 하려던 이야기가 묻혀 버린다. 이야기를 끌어갈 인물들이 묻혀 버린다. 아예 배경에 맞추느라 주인공들의 그림이 일그러지는 경우마저 있었다. 억지로 배경의 톤에 맞추느라 맞지도 않는 스크린톤이며 펜터치로 엉망이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나치면 모자른 만 못하다. 최근 그래서 더욱 배경이 비어 있는 한적한 만화들을 즐기게 된 이유다. 허심탄회하게 아무것도 없이 작가와 독자인 자신만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다. 다른 아무런 장식 없이 솔직한 이야기들만을 서로 주고받는다. 어차피 배경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설정이 중요한 것도 아닐 것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작가의 이야기에,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담겨있을 터다.
오랜만에 일본만화를 읽으며 새삼스레 그동안 느껴왔던 불만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시스턴트를 갈아넣었다. 어차피 만화가가 직접 그리는 것도 아니다. 배경은 더구나 특히 경력도 오래된 전문어시스턴트들이 맡는다. 그냥 생색내기다. 아니면 마감에 쫓길 때 페이지 채워넣는 꼼수이거나.
일본만화를 망치는 디테일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장르나 소재에 대한 것일 뿐 만화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만화도 노동착취의 구조다. 얼굴이 충분히 예쁘지 않으니 화장으로 자신을 꾸며야 한다. 대개는 배경이 화려하면 재미가 없다. 당연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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