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메인인 주스토리보다 이같은 사이드의 에피소드쪽이 훨씬 더 재미있다. 불시에 상상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전혀 아무런 예고도 따라서 어떤 짐작도 기대도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사건과 맞닥뜨려야 한다. 무언가 지금 저곳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떤 사건이고 범인은 누구일까?
하여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복지원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자체가 수상쩍었다. 하필 의문의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한 피해여성 가운데 한 사람이 복지원과 관계가 있었다. 어쩌면 조현병이라지만 신고자에게 어떤 비밀이 있지는 않을까. 그 사람과 만나기 위해 굳이 복지원에서 조현병 환자에 의한 인질극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원장실에서 나이 지긋한 남성인 원장과 어린 소녀가 함께 있는 모습은 이제는 클리셰라 여겨도 좋을 정도다. 그런데 설마 수술이라니...
복지원 직원들의 눈부신 흰 옷은 기믹이었다. 눈부시도록 하얀 옷 만큼이나 선량한 사람들일 것이다. 의사나 간소하가 입는 가운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천사의 날개를 달고서도 인간은 얼마든지 악을 저지르고 죄를 짓는다. 장기밀매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낙원복지원에 수용된 노숙자들의 손목에 붙인 파스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무진혁(장혁 분)이 남상태(김뢰하 분)의 부하들에게 납치됐을 때 끌려갔던 곳이 짐승의 고기를 가공하던 공장이었다. 자꾸 상상력을 자극한다. 인간의 악처럼 인간의 악에 대한 상상력 또한 무한하다. 과연 이들은 얼마나 끔찍한 그리고 추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까.
그에 비하면 주스토리인 모태구(김재욱 분)은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모두 낱낱이 다 까발려졌다. 원래 미친 놈이라는 것도. 자신의 유희를 위해 사람을 죽이는 쾌락살인마라는 것도. 무엇보다 무진혁의 아내와 강권주(장하나 분)의 아버지를 살해한 진범이라는 것까지. 이제는 자신을 쫓는 두 형사 무진혁과 강권주에 대한 수상한 집착까지 보이고 있다. 분명 모태구로 인해 두 주인공이 한 번 쯤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남은 것은 그야말로 제정신이 아닌 연쇄살인마이자 쾌락살인마로서 그가 보여주게 될 잔혹함 정도일까? 장마담의 시신을 비닐로 싸서 자신의 방에 가져다 놓은 장면은 보기에도 섬뜩했다. 그리고 그런 모태구를 무진혁과 강권주가 어떻게 찾아내고 체포할 것인가 정도일까?
남상태의 함정일 것이라는 짐작 정도는 했었다. 분명 모기범(이도경 분)은 남상태에게 중국으로 가라고 말했었다. 중국으로 떠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해주겠다고. 그런데 경찰내 협력자인 장경학(이해영 분)은 제보가 있었다면서 엔화를 환전하는 업자를 찾아가고 있었다. 단순히 경찰을 기만하고 보다 수월하게 중국으로 빠져나가기 위한 것이라 여겼었는데 서툴게도 남상태가 다른 사람도 아닌 무진혁 앞에 단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벌써부터 경찰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도망치면서 친절하게 단서가 들어있는 가방만 놓아두고 사라진 것이다. 아버지가 모태구로 인해 손발이 잘린 채 버려졌고 자신 역시 그 꼴을 당하기 싫어 지금껏 인내하며 살아왔었다. 아니면 모태구가 의도한 것이었거나.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모태구와 관련해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냥 살인범이고 미친 놈이다. 결국에 진실이 밝혀지고 체포될 것이다. 그나마 어떻게 모태구가 그런 끔찍한 괴물이 되었는가 사연 정도는 나와주지 않을까. 때때로 뻔한 신파를 적절히 써먹는 것은 철저히 대중드라마이고자 한다는 뜻이다. 거기까지. 다만 정작 시작은 흥미로운데 사이드 에피소드들도 결론까지의 과정은 매우 허술하다. 일부러 강권주가 못듣게 하기가 더 어렵다.
세상엔 참 개자식들도 많다. 드라마인데 그다지 픽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너무 이 사회에 대해 많이 알아 버린 탓일지 모른다. 어딘가는 분명히 저런 미친 버러지새끼들이 숨어서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모른다. 숨은 것도 아닌데 단지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입맛이 더럽다. 그래도 본다. 기분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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