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90년대까지만 해도 음반을 내서 5천장만 팔아도 어떻게 본전치기는 가능했다. 그리고 어지간히 인기없는 음악인이 아닌 다음에야 마니아만으로 5천장 정도는 어떻게든 팔 수 있기도 했다. 90년대 대한민국 대중음악이 놀라운 질적 양적 성장을 보일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언더그라운드를 전전하며 고작 소극장 무대에서 수십명 관객 모아놓고 공연하는 밴드들조차 그래도 5천장 정도는 어떻게든 팔 수 있었다. 그 말은 곧 음반에 투자하는 만큼 본전은 돌아왔다. 더 인기가 있으면 음반을 팔아서 이후 음악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가능했다. 1만 장 팔면 2년 활동할 비용이라는 게 괜한 말이 아니다.
비주류음악이 아예 고사지경에 이른 지금에조차 음원만 놓고 보면 다운로드 5천 건은 어떻게든 달성하는 팀이나 개인이 많다. 1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팀이나 개인 역시 적지 않다. 문제는 음원으로 5천 건이면 음반과 달리 제작비는 커녕 용돈벌이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주류음악인들이야 음원으로 홍보하고 행사로 돈을 버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비주류음악인을 누가 행사에 불러주는가?
비주류음악인들도 열심히 돈되는 음악을 한다면 주류음악인들처럼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입으로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획일화를 걱정한다. 음악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뻔히 히트할 노래들만 반복해서 생산된다. 그러니까 돈 안되는 음악 하는 비주류음악인들더러 현실에 맞춰 돈 되는 주류음악 하라는 것이 잘나신 대중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열심히 죽어라 노력해서 겨우 한 명 성공하는 사회라면 결과는 뻔하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가 걷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한 명의 성공을 위해 나머지 다수의 실패를 만들어내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한 명의 성공에 매달리며 모든 것을 걸게 된다. 다양성은 굳이 성공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뜻한다. 굳이 남들보다 더 잘나지 않아도 못난대로도 어떻게든 살아간다. 히트하지 못해도 그런 음악들도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음악을 할 토양 자체를 말려 버린다.
방법은 사실 어렵지 않다. 그런데 가장 어렵다. 음원의 수익배분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최소한 음반 정도로 음악인들이 음원만으로도 돈을 벌어 생활은 안되더라도 음악에 들이는 돈 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대중들 자신이 싫다. 왜냐면 자기가 지불해야 할 돈이 더 늘어나니까. 그러니까 나는 돈 더 쓸 생각이 없으니까 늬들이 돈 되는 음악을 하라.
차라리 트로피를 팔겠다. 소속사 사장과 짜고서 벌인 의도한 퍼포먼스다. 트로피는 소용없다. 그보다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해달라. 아니나 다를까 댓글들이 멋지다. 그런 놈들이 아이돌 어쩌고 하며 한국 대중음악의 현실을 비판한다. 내가 네티즌을 개티즌이라 비웃는 이유다.
고작 음반 5천장으로도 현상유지가 가능하다. 1만 장이면 한 두 해 음악활동할 돈이 나온다. 그렇게 음반을 사주는 팬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배고픈 음악을 하며 견디던 음악인들이 있었다. 지금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 그리고 얼마나 그 뒤를 이을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을까.
게이트플라워즈가 탑밴드에 출연하며 했던 말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다시 이랑이란 음악인의 변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본다. 대한민국 대중음악에 진정한 미래는 존재하는가. 진짜 문화강국은 마이너까지 아우르는 다양성 위에 그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자라난다. 안타까운 것이다.
사회상부구조는 사회하부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물적 경제적 기반이 사회의 문화와 전통 관습, 제도 등을 결정한다.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아도 마이너 음악들까지 평범한 대중들의 귀에 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더러 이제는 주류의 음악을 하라며 핀잔하는 이들이 더 늘어났다. 현실인 것이다. 우울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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