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에도 로맨스물일 것이라 생각했다. 지창욱(노지욱 역)은 하드보일드를 소화하기에는 너무 꿀떨어지게 생겼다. 뭐 그것도 나름대로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전혀 뜻밖의 전개였다. 뜬금없는 살인사건도 당황스러웠지만 노지욱이 담당검사가 되어 은봉희(남지현 분)를 범인으로 만들기 위한 수사와 재판을 이어가다가 조금 예상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검사자리마저 내걸고 공소취소를 하는 장면이라니. 검사란 것이 노지욱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강조하고, 그 검사로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위로부터의 압박까지 보여준다. 그런데도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진실을 밝혀 은봉희를 구할 수 있겠는가. 어릴 적 동네에 살았다던 땡중(홍석천 분)의 말은 그를 위한 열쇠가 되어준다.
결국 시작은 은봉희가 노지욱에게 검사라고 하는 간절함을 빚지는 것으로 출발한다. 갚아야 할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비록 검사로서 양심과 진실을 지켜냈지만 검사라고 하는 자리 자체를 내놓아야 했다. 어쩌면 그런 점에서 노지욱에게 은봉희는 악성채무자와도 같다. 받을 생각도 없고 다시 얽히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런 노지욱에게 은봉희는 벌써 남다른 감정을 가지게 된다. 이들이 또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가게 될지.
지창욱의 말끔하게 날 선 연기나 남지현의 투박하면서 억척스런 캐릭터는 꽤나 시작부터 흥미를 더해준다. 일단 주인공이 매력있으면 로맨스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 검사니 변호사니 법조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여럿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원작 웹툰이 있었나 굳이 찾아봤을 정도로 감각적인 부분들이 많다. 그다지 취향은 아닌데 어쩐지 끌리는 매력이 있다.
시작은 악연이었다. 일방적인 부채였다. 빚은 원래 갚아야 맛이다. 받으려 하지 않아도 갚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한 번에 갚고 털어버릴 성격의 것이 아니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만나게 될 것이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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