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것들이 대칭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칭이란 균형이다. 안정이다. 그리고 아름다움이다. 높으면 낮고, 튀어나오면 들어가 있고, 하얀 색이면 검은 색이고, 빛나면 그늘져 있다. 대칭이라는 말의 함정이다. 거울에 비친 반전이다. 정반대이기에 대칭을 이루는 것이다.
하필 김주만(안재홍 분)이 흔들리는 순간 고동만(박서준 분)이 마음을 굳힌다. 백설희(송하윤 분)가 김주만이 흔들리는 것을 알고 불안해하고 있을 때 최애라(김지원 분) 역시 고동만의 확고한 진심을 전해듣는다. 그러고보면 참 절묘하다 할 정도로 철저히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최애라와 박혜란(이엘리야 분), 고동만과 김탁수(김건우 분), 그리고 백설희와 장예진(표예진 분)까지. 선명한 흑백의 명암이 서로 교차하며 복잡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어쩌면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그들에게는 전부일 수 있다.
또 한 번 좌절한다. 또 한 번 제멋대로인 세상에 휘둘리고 만다. 아직 최애라에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고동만도 시련이 모두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 젊으니까. 어쩌면 아직 어리기도 할 테니까. 김주만에게도 삶이란 완결된 것이 아니다. 백설희의 삶도 오늘까지가 전부가 아니다. 과정에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겪고 어떤 식으로 자신의 삶이 바뀔지 아직 알지 못한다. 처음 김주만이 백설희에게 사랑을 느꼈을 때처럼. 백설희가 김주만에게 반했을 때처럼. 고동만에게 첫사랑은 박혜란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최애라의 첫사랑은 고백조차 못하고 끝났지만 역시 이제는 달라지려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가 전부가 아니라면. 그러니까 내일을 믿고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한 걸음을 내딛고 다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것이다. 멈추지 않는다. 좌절해도 꺾이지 않는다. 실망한다고 주저앉지 않는다. 그런 건 그동안 애써 외면하며 지나온 시간들만으로 충분하다. 사랑도, 그리고 자신의 꿈도. 그래서 당당하다. 누구보다 자기에게 솔직할 수 있으니까. 때로 비겁하고 때로 구차해져도 그래도 자기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안다.
유독 최애라가 빛나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사실상 주인공 같다. 처음부터 가장 오래 가장 많은 시련을 겪어 왔었다. 아직도 시련은 끝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두 가운데 가장 당당하고 용감하다. 혹시나 김주만을 빼앗기지 않을까 백설희는 불안과 초조로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만다. 어쩔 수 없다. 사람의 감정이란 원래 자기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예진 역시 이제까지의 사랑받고 자란 아가씨다운 순수함에서 오로지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만 충실한 여자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자기의 사랑을 위해 기꺼이 눈앞의 여자에게 악녀가 되어 줄 수 있다. 흔들리는 김주만은 김주만대로 이제 백설희는 여자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자신을 추스를 수 있을 것인가. 사랑만이 삶의 전부는 아닐 테니.
역시나 오해였다. 또 한 번 엇갈리는가 싶었다. 이제는 드물어진 아주 고전적인 로맨스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준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굳이 멀리 돌아가고 만다. 조금씩 조금씩 보는 이마저 감질나게 서로를 느끼며 다가간다. 그래도 고백을 들었다. 아주 어렵게 아주 힘겹게 그러나 가장 간절하게 듣고 싶었던 말을. 무엇보다 박혜란을 등지고 돌아나온 고동만으로부터. 이제는 최애라가 대답할 순간이다. 아직 더 돌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아무튼 분명한 것은 그들 역시 사랑받고 있었다. 서로로부터. 그리고 주위로부터. 굳이 아침일찍부터 차를 몰고 딸을 찾아온 아버지가 있었다. 하다못해 세들어 사는 집주인까지 그들을 몰래 따라온다. 코치는 그냥 큰 형이다. 고동만을 가장 걱정하는 것도 그의 가족들이다. 마음껏 아파하고 방황해도 좋은 이유다. 부럽기도 하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밀의 숲 - 늘어난 단서와 샛길들, 미궁에 빠지다 (0) | 2017.06.26 |
---|---|
비밀의 숲 - 갈수록 깊어지는 비밀, 그리고 함정 (0) | 2017.06.25 |
쌈 마이웨이 - 사고치니 청춘이다! 드디어 사고치다! (0) | 2017.06.20 |
비밀의 숲 - 사면초가, 청렴하고 유능한 검사의 고전 (0) | 2017.06.19 |
비밀의 숲 - 피할 수 없으면 즐기고 막을 수 없으면 올라타라! (0) | 2017.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