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감독의 정치성향을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 가장 먹힐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는 알고 있다. 그리고 대중이 가장 바라는 이야기가 어떤 것인가도 알고 있다. 뻔뻔할 정도로 영리하다. 그 지겹던 설명조가 남강명(이원종 분)을 통해 나오니 의미가 달라진다. 그러니까 원래 그런 놈들이었다.
최소한 최근 수백년동안 과거 군사독재정권만큼 부패한 권력은 없었다. 자기 마음대로 했다. 사람을 잡아들이는 것도 죽이는 것도 재산을 빼앗고 망하게 하는 것마저도. 어째서? 왜? 무엇때문에? 남강명은 말한다. 그것은 자신들의 기여에 대한 국가의 선물이라고. 자기들이 이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킨 데 대한 보상이라고. 그러니 내 것이라고. 놓치지 않겠다고. 그래서 지금 북한에서 들여온 수상한 물건으로 구태원(문성근 분)마저 진저리치게 만드는 무서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처음 시작은 하나였다. 원래 그렇다. 모든 것은 하나에서 시작된다. 그 위에 변명이 쌓이고 자기합리화가 더해지면서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더 뒤를 보지 않고 폭주하기 시작한다. 처음은 믿음원이었다. 믿음원의 교통사고였다. 남강명으로부터 직접 제안을 받았다. 무엇보다 아내를 살리고 싶었다. 인간이 악한 것은 정이 많기 때문이고 약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그러므로 자기 책임은 어디에도 없다.
남강명의 모든 재산을 빼돌렸다. 그 전에 조영기(류승수 분)가 남강명의 인공심장에 원격장치를 심어 그의 목숨줄을 쥐려 하고 있었다. 구태원이 그런 남강명을 대상으로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한무영(남궁민 분)이 남강명의 재산을 빼돌리고, 남강명은 한무영을 찾아나서고, 구태원과 조영기가 그런 남강명을 쫓는다. 남강명을 잡으면 모든 계획이 드러난다. 모든 배후가 드러난다. 마침 권소라(엄지원 분) 역시 정찬수가 숨겨두었던 메모리를 찾아내서 한무영에게 건넨다. 또 하나 사건의 시작이자 전부였다.
이석민(유중상 분)에게 보낸 문자의 주인이 누구인가 이제 확신할 수 있을 듯하다. 15년 전 믿음원에 있던 그 아이였다. 살해당한 피해자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구태원에게 따져묻던 소년이었다. 그때 믿음원에서 화재가 났을 때 그 현장에서 모든 것을 보았었다. 구태원이 감추고픈 비밀도 그곳에 있었다. 동기는 분명하다. 남강명의 학대와 따르던 선생님의 죽음, 그리고 구태원이 저지른 어떤 행동들. 아무리 폭력으로 길들이려 해도 인간은 인간이다. 인간의 존엄은 침범할 수 없다. 그래야 한다. 그는 단지 살인도구가 아닌 인간이었다. 비록 비틀린 현실로 인해 한참 멀리 엇나가있기는 해도.
바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거짓된 기사로 사람들을 선동한다. 북풍을 조장하는 것도 실제 과거 있었던 일들이었다. 기사로 안보를 문제삼고 실제 사건으로 정부를 공격한다. 불과 얼마전까지 간첩조작도 일상이었다. 그래도 기자의 양심이 아직은 조금 남아있다. 섬뜩해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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