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의 문제가 해결되니 이번에는 다른 한 쪽의 문제가 불거진다. 조선이라고 하는 야만적인 현실로 인해 왜곡되었던 허임(김남길 분)의 의사로서의 양심이 제자리를 찾으려는 순간 이번에는 최연경(김아중 분)이 잊고 있던 과거의 상처가 다시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의사로서, 아니 그 전에 딸로서 자신은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었다. 이제는 그로 인해 살려야 할 환자마저 살릴 수 없게 되었다. 어찌해야 하는가.
벌써 오래전부터 답을 알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의원인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어떤 선택을 해야만 자기에게 후회가 없을 것인가를. 하지만 조선에서 허임은 선택할 수 없었다. 현대에서도 마찬가지라 하겠지만 결국 결심하기 나름이었다. 그래도 현대가 전근대보다, 근대보다도 낫다는 이유다. 단지 그로 인해 더 크고 많은 것들을 가지지도 누리지도 못할 뿐이다. 그냥 조금 더 몸이 피곤하고 마음이 번거로운 것 뿐이다. 그렇게 열심히 악착같이 일해서 받은 것들의 허무함을 깨닫는다. 원래 자기가 그런 것들 때문에 의원이 되고자 마음먹은 것이 아니었다.
자기로 인해 아버지가 죽었다. 아직도 남아있는 그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사려야 할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 과연 자신에게 의사로서 자격이 있는가. 자신이 앞으로도 계속 의사로서 살아가도 괜찮은 것인가. 자기를 벌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더이상 의사가 아니게 되는 것만큼 자기에게 큰 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이기를 포기하려 한다. 할아버지의 손녀이기를 포기하려 한다. 허임마저도 외면하고 혼자 돌아서려 한다. 그들은 의사로서 만났다. 허임이라는 남자와 최연경이라는 여자가 아닌 의원 허임과 의사 최연경이 만났던 것이었다. 의원이고 의사인 자신이야 말로 서로의 앞에 선 자신의 본질이며 정체성인 것이다. 상처를 딛고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왔을 때 이후의 이야기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단서를 찾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버렸지만 버려진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허임의 운명에 깊이 개입하고 있었다. 최연경이 최악의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마침 사고가 일어나며 허임과 과거 조선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들이 보고 듣고 만나게 될, 그리고 현대를 잊은 도피처에서 다시 현대로 돌아오기 위해 깨닫게 될 진실은 무엇인가. 무엇이 다시 그들의 의사로서 살 수 있게 할까.
설마 살기를 바랐었다. 분명 살 수 있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너무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마지작 퇴장을 위한 배려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과 웃음을 함께하고 그들은 헤어졌었다. 소녀의 짓궂으면서 순수한 기대와 관심은 분명 허임과 최연경의 행복을 바라고 있었다. 단지 덮고 있었을 뿐이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잊은 척 하고 있었을 뿐이다. 상처가 드러나야 비로소 치료라는 것도 할 수 있다. 이마저도 소녀의 마지막 선물이었을까? 최연경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그녀의 곁을 지켜주어야 하는 것은 허임에게 주어진 숙제다. 그리고 다시 돌아간 조선에서 그들은 또다시 무엇을 보고 듣고 겪게 될까?
하긴 현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그런 상황으로 내몰기는 한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안하는 것이다. 창피해서. 아니면 단지 고집으로. 아니면 더한 어리석음으로 애써 고개돌려 무시하면서. 최연경이 아니었어도 허임은 자신이 지금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를 알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배신해서는 안되는 한 사람이 있다. 자기보다 소중한, 그래서 절대 실망시켜서는 안되는 사람이 있다. 결코 속여서도 속일 수도 없는 한 사람이다. 설마 벌써부터 의사로서의 양심을 위해 행동을 시작했을 줄이야.
한 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한 쪽이 도와 해결해주고, 다른 한 쪽에 어려움이 있으면 다른 한 쪽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서로의 시간을 오간다. 서로의 시간인 조선과 현대를 넘나든다. 조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로맨스의 정석이기는 하다. 한 걸음씩 서로를 이해하며 서로에게 다가간다. 오해와 갈등을 풀고 솔직한 자신의 진심을 전하며 어긋난 길을 다시 바로잡는다.
형벌일까? 아니면 선물이었을까? 다시 시간여행을 떠난다. 최악의 순간 다시 최악의 형태로 현실을 벗어나 또다른 시간으로 넘어간다. 이제 거의 다 온 듯하다. 허임은 의사로서 자신을 찾았고, 최연경은 잊고 있던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소녀를 보내고 두 사람은 비로소 최연경이 감추고 있던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열쇠는 어쩌면 지금 가는 시간 속에 있을지 모른다. 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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