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기레기라는 것이다. 당해보니 어떤가. 최소한의 사실확인조차 없이 주어진 정보를 가져다 붙여쓰기에 바쁘다. 신철(박원상 분)도 다르지 않다. 아니 김백진(김주혁 분)을 비롯한 아르곤팀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정작 자기들이 아쉬워지니 직접 발로 뛰어 증거들을 찾아내지 않았는가. 굳이 안재근의 인터뷰가 아니었어도 사실을 보도하고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 그저 쉽게 더 빠르게 보도하고자 하는 욕심이 직장인인 안재근을 위기로 궁지로 그 결과 끝내 죽음으로 내몰고 말았다.
도대체 기자라는 것들이 취재를 하지 않는다. 그냥 남이 가져다 놓은 증거며 증언조차 제대로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하긴 검찰이라는 것들도 뻔히 티나게 조작된 녹취파일을 제대로 분석조차 않고 선입견만으로 특정인을 범인으로 단정짓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수사과정에서 발견한 불법과 부정의 중요한 증거를 바로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봐서 그 수준과 성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제대로 수사도 않고 멀쩡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고, 그러면서 정작 죄가 있는데도 혐의가 없다며 영장청구조차 하지 않는다. 어느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이 아니다. 실제 불과 얼마전까지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던 사실들이다. 기자들은 몇 문장 되지도 않는 트위터도 번역하지 못해서 남이 오역한 내용을 신난다고 퍼나르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어쩌면 통쾌한 것이다. 주인공들이 당하는데도 어디 기레기가 기레기에게 물려보니 어떠한가. 언론사랍시고 같은 언론사들에 그렇게 물어뜯기고 나니 기분이 어떤가? 진실보다는 아무래도 아르곤과 HBC를 위한 싸움으로도 여겨진 탓이었다. 아르곤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려니 이렇게까지 필사적이 되는구나. 바로 얼마전까지 어떻게 취재하고 보도해야 할 지 방향도 못잡고 헤매던 인간들이 정작 자기들이 곤란해지니까 저리도 잘도 취재하고 기사도 써낸다. 그렇게 진실을 밝혔을 때 물먹는 것도 역시 다른 언론이라는 점에서 음험한 쾌감마저 느끼게 된다. 잘도 물어뜯는다. 그러다 서로 물어뜯고 같이 뒈져버려라.
언론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신문도 TV뉴스도 거의 보지 않는다. 어차피 그런 놈들이다. 그나마 아르곤이 추구하는 이기는 언론인으로써 자신들의 자존심이었다. 언론인으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누구와도 맞서 싸울 수 있다. 거기까지가 타협점이다. 기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특종을 위해서는 취재원의 안전따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개인의 삶 역시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 섬영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에게도 개인이란 단지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이제 알았던 것처럼. 기레기와 검레기를 본다. 추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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